효진의 워크로그: 소프트스킬이 아니라 '파워스킬'
뉴그라운드에서 저와 동료가 하는 일은 대부분 소프트스킬을 필요로 합니다.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거나, 그 안에서 멤버들이 서로 잘 연결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꺼내어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지요.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소개 페이지를 작성하거나 외부 파트너에게 뉴그라운드가 할 수 있는 일을 기획안의 형태로 전달하기도 하고요. 커뮤니케이션과 문서화, 퍼실리테이션 등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즉 자격증이 없는 역량이다 보니 '이런 전문성을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일하면서 쓰는 기술에는 하드스킬과 소프트스킬이 있다고 하지요. 하드스킬이 어떤 일을 하는 데 핵심적이며 측정 가능한 역량이라고 한다면, 소프트스킬은 사람들과 협업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라고 해요. 한 아티클에서는 이렇게 설명하더라고요. 목수의 하드스킬이 나무를 다룰 줄 아는 것이라면, 소프트스킬은 목수가 나무를 다루는 작업을 할 때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요. 흔히 하드스킬이 중요하다고들 하고 그 말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어째서 같은 기술을 가지고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일에서 다른 결과를 내는지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건 바로 같은 하드스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들의 소프트스킬이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소프트스킬이야말로 일을 다르게, 더 낫게 만드는 핵심적인 역량인 것입니다.
심지어 기획자나 운영 담당자 등 필요한 핵심 역량(하드스킬)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직무도 존재합니다. 저와 동료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업무에 소프트스킬을 발휘해야 할 테니까요. (생각해보면 일에 필요한 어떤 역량을 하드스킬, 소프트스킬로 나누는 것이 요즘처럼 직무가 다양해진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인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이렇게 중요한 게 소프트스킬임에도, 여전히 소프트스킬은 측정이나 훈련, 배움이 불가능한 태도나 선천적인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듯합니다. 누군가 성실하거나, 일터에서 동료들에게 다정하거나, 회의 시간을 정확히 지키거나 하는 것은 갈고닦은 역량이 아니라 타고난 성향으로 여겨져요.
다행히 최근에는 소프트스킬을 재고해보자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마케팅이다>를 쓴 세스 고딘은 자신의 블로그에 '소프트스킬이라는 표현을 버리자'라는 요지의 글을 썼습니다. 소프트스킬이야말로 핵심적인 역량이며, 따라서 '파워스킬'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어떤 기술을 부드럽다고 표현하는 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부드럽다'는 뜻의 명칭 때문에 중요한 역량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면 이름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관점을 바꿔보는 편도 좋을 거예요.
저의 소프트스킬이 전문성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느낀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른 분들께 '분명 전문적인 역량인데, 전문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회의에서 경직된 분위기를 푸는 역량,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이슈를 핵심만 요약하는 역량, 권한을 위임하는 역량, 고객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로 말하는 역량, 적절한 레퍼런스를 떠올리는 역량, 일을 잘 벌이고 함께 일할 동료를 설득하는 역량 등 다양한 답변이 도착했어요. 답변들을 읽으며 이미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잘 알고 있으니, 이것을 핵심적인 역량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조직과 사회에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일하며 어떤 소프트스킬을 쌓아왔나요? 그 역량은 전문성으로 잘 존중받고 있나요? 소프트스킬에 대한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