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길어지는 해에 적응하는 사이 《한적한숍》이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팩토리2의 큰 유리창 너머 서촌을 거니는 사람들과 그들의 얇아진 옷차림을 보며 봄을 실감했어요. 밖에 계속 머물고 싶어지는 파릇파릇한 봄의 《한적한숍》을 충분히 즐기셨나요? 혹시 못 즐기신 분들이 있다면, 《한적한숍》을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살펴보며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한적한숍》 리뷰를 시작으로 팩토리2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소식들을 전해드릴게요.
《한적한숍》은 팩토리에디션을 주축으로 창작과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와 제작자를 팩토리2의 공간에 초대하여 이들의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합니다. 특정한 장르에 속하기보다는 각자의 길을 걸어온 예술가와 제작자들과 함께 아름다움과 유용함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삶의 기초인 의, 식, 주를 풍요롭게 하고자 해요. 이번 한적한숍은 팩토리에디션을 포함해 18팀의 창작자가 참여했습니다. 이전 한적한숍에 참여했던 무명성, 민덕기, 윤성서, 이윤정, 지향사, 포 包 Foh, dosa, kiwuk, rectangle과 한적한숍에서 처음 만나는 남찰칵, 미기후스튜디오, 수나기[手凪], 생강 아틀리에, frond, hemptosil 송나래, muhaksa, 1616/arita japan이 한적한숍을 아름답게 채워주셨어요. 서로 결을 같이하면서도 각각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참여팀의 작품들이 한적한숍을 어떻게 채웠는지 구경해볼까요?
입구를 통해 들어와 바로 보이는 앞 테이블과 마키시나미의 부엌장에는 테이블 웨어들이 주로 놓였습니다. 핀란드의 빈티지 제품을 소개하는 남찰칵의 투명한 유리 제품들, 1616 아리타 재팬의 기분좋게 얇고 가벼운 컵과 그릇들, 그리고 마키시나미가 운영하는 LUFT의 도톰하고 유용한 그릇들이 주로 놓였죠. 어떤 것이 나의 식탁에 놓이면 좋을지 상상하며, 집에 있는 그릇들을 저절로 머릿속으로 훑어보게 됐어요.
마키시나미의 부엌장은 각 칸들을 빼고 옮길 수 있어, 그릇을 넣는 용도 이외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연출 및 사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인데요. 칸들의 다양한 높낮이를 활용해 미소가 지어지는 향긋한 생강 아틀리에의 향초들, 포 包 Foh의 금속 제품들을 두었습니다. 선반 위로는 민덕기의 식물 감상을 위한 작품과 윤성서의 패턴지로 만든 콜라쥬 작업들이 눈에 띄네요. 
사진. 김다인
한적한숍 안쪽의 원형 테이블은 좀 더 재료에 집중해 배치했어요. frond의 매끄러운 나무함들, 남는 천 조각조각을 활용해 만든 dosa의 amulet들, 그리고 포의 금속 제품들이 모이니 각각의 재료성이 극대화되어 드러납니다. 미기후스튜디오의 알록달록한 모빌과 책, 그리고 dosa의 강렬한 사두 타월이 한적한숍 한 구석을 경쾌하게 만들어줍니다. 블라인드처럼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kiwuk의 blind shades는 벽면에 묵직하게 서서 주변을 은은하게 밝힙니다. 
👨🏼‍🍳 한적한숍 프로그램  

《한적한숍》에서는 여러 창작자의 매력적인 작업과 더불어, 작업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작업에 대한 정성을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한적한숍을 조금 더 진하게 경험하게 했던 프로그램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프로그램 리뷰
고쳐쓰는 삶의 시작: 구멍이 반가워지는 수선 바느질 워크숍
헤지고 구멍난 옷과 양말, 더 이상 버리지 마세요. 간단한 손바느질 기법으로 충분히 더 멋진 옷으로 살려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시대 지속가능한 의생활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진행자 |  죽음의 바느질클럽 ・ 한군, 복태 
복태, 한군은 한국과 태국을 거점으로 치앙마이식 손바느질 무브먼트 '죽음의 바느질클럽' 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태국의 바느질 스승님으로부터 소수민족 방식의 바느질을 전수받았다. 버리는 것 없이 재단해 옷을 만드는 고산족 만의 지혜가 담긴 옷 짓기, 소수민족 고유의 자수, 치앙마이식 수선 등 손바느질로 가능한 다양한 영역들을 탐구하고 있다. 또한 창조적 의생활, 손쓰는 감각의 이로움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활발히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 보경의 프로그램 리뷰
바느질로 손을 움직이는 참여자들을 보니 차분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구멍 나고 해진 부분을 드러나지 않게 하는 수선이 아닌 색색의 실들이 지나가는 선들이 보이는 수선으로 소중한 옷이 되었어요. 버리지 않고 고쳐서 더 소중히 오래 간직할 수 있게 되어서 뿌듯해요. 삶을 돌보는 기술이 하나 늘었네요. 
한 장 한 장 남김없이 중철 노트 만들기
한 장 한 장 남김없이 중철 노트 만들기’는 주어진 내지 용지를 모두 사용하여 40페이지 중철 노트를 엮는 제본 워크숍입니다. 중철제본의 구조를 익히고, 주어진 용지의 크기 안에서 자신만의 다양한 규격을 디자인합니다.

진행자 | 윤성서
제본하는 그래픽디자이너. 공예적 태도를 가지고 디자인의 공정을 따라, 책과 종이 물성에 기반해 작업한다. 손으로 재료를 가공하며 여러 종류의 종이 미디엄으로 완성하는 제작 방식을 이어가며, 시작 작업-제작-이론 사이에 위치한 수업을 꾸리고 있다.
✉️ 보경의 프로그램 리뷰
솜사탕같은 마블링 종이에 사탕같은 은박, 금박, 파란박의 별들을 알알이 새기는 열정적인 참여자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신중하게 고르고 바느질해 만든 소중한 예쁜 공책에 소중한 시간들을 기록하길 바라요.
차곡차곡 쌓이는 맛: 콩과 채소 절임 워크숍
간단한 방식으로 콩 절임과 채소 절임을 배우고, 맛을 더할 수 있는 다양한 절임액의 조합을 통하여 맛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방식을 배워봅니다. 만든 절임은 나누어 가져가고, 워크숍 마무리로는 콩 절임과 채소절임을 넣어 버무린 샐러드 파스타를 나누어 먹습니다.

진행자 | 변산노을 
음식 설치 및 전시, 그리고 워크숍을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식과 관련된, 오래된 이야기를 좋아하고 일상과 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재료들로 엮어 한 접시의 음식으로, 혹은 장면으로 건넵니다. 현재는 홍성군에서 푸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테스트키친 홍성 @test.kitchen.hs 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보경의 프로그램 리뷰
콩 절임과 쥬키니 절임뿐만 아니라 여러 야채로 각종 절임을 만들 수 있는 만능 레시피를 가지게 되었어요. 변산노을의 절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상상으로 여러 가지 맛의 레이어를 쌓아보기도 하고, 듬성한 레이어로 단순한 맛을 떠올려보기도 했어요. 프로그램 마지막에 함께 나눠 먹은 파스타는 새콤하고 싱싱한 완전한 여름의 맛 !
⟪the third f 미지 곰팡이⟫

새롭게 시작하는 팩토리2의 프로젝트 ⟪the third f 미지 곰팡이⟫를 소개합니다. ‘The third f’*는 거의 모든 것에 존재하는 균을 통과한 생존 방식에 대한 탐구이자 세계-만들기의 얽힘을 시도하는 다원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균과 곰팡이에 대한 생태적 발견과 이를 은유하는 삶의 방식을 알아채고 불안정한 시대의 협력적 생존을 위한 조건을 모색합니다. 이는 세계 내 존재 방식을 사유하고 창조적 미래를 향하여 우리의 상상력을 재개할 수 있는, ‘발밑의 미래’*를 함께 살펴보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프로젝트는 ‘곰팡이 클럽’을 중심으로 크게 걷기, 입기, 발견하기의 행동학적 패턴과 비가시, 침묵, 불확정성의 정서적 배치를 축적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예술가, 연구자, 생물학자, 발효가, 기획자, 연주자 조각들이 한국, 핀란드, 독일, 서울, 포천 등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를 읽고 걷고 교란하며 계절과 환경, 생태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균과 곰팡이는 우리 삶에 긴밀하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식물, 동물, 인간 사회는 곰팡이에 의존하며 이 세계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양분의 흡수, 날씨, 질병, 발효와 음식 등 우리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다르고, 해로움과 이로움의 경계에서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미지의 영역을 수용하는 시공간을 여러 방식으로 소개하고 나누겠습니다.


* the third f. 

동식물계 flora and fauna, 그리고 동물도 식물도 아닌, 어쩌면 동물도 식물이기도 한, 균 fungi. 우리는 이 균을 세 번째, 제 3의 F라 지칭하고 그 경계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 발밑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균과 함께 생각하기를 시도한 팩토리2의 과거 전시. 2018년 팩토리 콜렉티브 기획.  

새로운 팩토리에디션 with 이상균 
지난 민정화 작가님의 마음 휴식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팩토리 프린트 에디션을 소개합니다. 이번 팩토리에디션은 팩토리2에서 지난 3월 진행했던 이상균 작가의 개인전 《DATUM》 전시와 연계하여 개발했습니다. 
전시에서 선보인 건설 현장을 기록하며 재현한 회화작품은 실크스크린이라는 또 다른 기법을 통해 새롭게 제작합니다.안료를 두껍게 사용해 깊이, 무게와 입체감 있는 원화 작품의 표면을 표현하기 위해 이상균 작가와 SAA가 함께 협력하여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이전에 팩토리2에서 열린 이상균 작가의 개인전⟪DATUM⟫이 협력 파트너 BGA에서 후속 온라인 전시를 오픈했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전시 - 심규호 개인전 «LA PETITE MORT»

“신화와 성경 속 인물의 비극적이거나 숭고한 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교하게 깎아 만든 신체와 역동적인 포즈의 조각들은 저마다 환희에 차오르거나 극도로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심규호의 사진에서 이는 죽음과 동시에 ‘작은 죽음(La petite mort)’. 즉, 오르가즘 이후의 일시적인 죽음을 연상시킨다.”


심규호 개인전 «LA PETITE MORT»는 2022년 출간한 동명의 사진집과 그 작업 시리즈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이미 역사화된 고전 예술 작품을 클로즈업하고 프레이밍하면서 이상화된 신체와 성스러움, 고정된 젠더 규범적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구성합니다. 과거의 순간을 영원히 고정시키는 사진 매체의 특성을 통해, 그는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온 과거의 유산을 다시 한번 새로운 맥락으로 박제합니다. 본 전시는 고안된 ‘선과 악’, ‘미와 추’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존재하는 실재의 세계를 감각해 보기를 제안합니다.

심규호 개인전 «LA PETITE MORT»

일정 | 2024.5.31. – 6.9.

오프닝 | 2024.5.31. 17:00 –

시간 | 11:00 – 19:00 (휴무 없음)

장소 | 팩토리 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기획·글 | 이규식 (@fairyofsul)

그래픽 디자인 | 송민호 (@type.hunter)

사진 기록 | 심규호 (@kyo_shm)

설치 도움 | 박재희 (@jaeipark)

예정 전시 - «모험유닛: 이중모서리 24SS»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PaTI 모험유닛 프로그램의 세 번째 전시 «모험유닛: 이중모서리 24SS»가 열립니다.
자기를 더 알기 위해, 세상을 더 사랑하기 위해 파티의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맛과 향을 통하여 우리의 몸과 감정을 돌보고, 자기와의 더 깊은 시간을 만나는 장소로서의 술을 제안합니다. 또한 직관과 신체 감각을 확장하는 상상력을 더하여  그 너머의 존재들, 비인간 동물들 그리고 사물들과 우리가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을 찾아나갑니다.

두 번의 물음, 겹겹이 포개어진 생각들, 뒤틀리고 왜곡된 시선 끝에 알게 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모험유닛의 세 번째 프로젝트 ‘이중모서리’에 초대합니다. 기대와 관심의 마음으로 찾아와 주세요. 전시는 팩토리2와 모험유닛 웹사이트에서 동시에 열리며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관련 프로그램과 워크숍이 4일간 진행됩니다.

전시명 | «모험유닛: 이중모서리 24SS»
장소 |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 monit.pati.kr
기간 | 2024.6.13.(목) – 2024.6.16.(일) 
관람 시간 | 목 – 일요일, 12:00 – 19:00
오프닝 | 2024.6.13.(목) 18:00

함께 만든 사람들 | 강다운.무엥 고하늘 고바다.오늘이 김광철 김나경 김훈기.파두 나문주 박종태.퍼프 손지영.군밤 아가쓰 Agathe 이가람.매루 이승민 이유나.소요 이희주 전수빈 황도희.무루골 홍채원 홍혜진.진홍 김건태 김소정 박찬신 여혜진 이지연
공간 디자인 | 중간공간제작소(김건태, 장기욱)
전시그래픽 디자인 | TMC(김소정, 박찬신)
주최⋅주관 |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paju.typography.institute
기획 팩토리2, 다단조, 스트링피겨스
진행 김다은, 김다인, 김보경, 이지연
에디터 팩토리2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