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학교를 나온 뒤 1년이 지나고 해가 거듭될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내가 갈 곳은 어디인지, 갈 곳이 있기는 한지 물음표만 뱅뱅 돌리다가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갑니다. 그러게, 왜 학교를 그만두었냐고 다그쳐야 할까요? 학교를 기준으로 안과 밖으로 나누면 자신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참고 자료에 따르면 자퇴 중에서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학교를 벗어난 학생의 비중이 가장 높다)

 

뭔가 거창한 목표를 이룰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연습을 합니다. 대신에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집을 나서 어디론가 갈 곳 있는 내가 되기, 작고 소박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수목클럽>은 삶디의 작은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그저 마음과 몸 둘 곳을 찾는 청소년이 수요일과 목요일 삶디에 모일 수 있게 했어요. 산책하고 밥 짓고, 몸을 움직이고 멀리 소풍도 가지요. 함께 하는 활동이 너무 빼곡해서 지치지 않도록 선선하게 바람이 통하는 관계가 되길 바랐습니다. 다름 아니라, ‘갈 곳 있는 사람’이 된 것만으로도 이 작은 실험은 안도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학교 안팎을 구분하지 않고, 청소년이 ‘갈 곳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돈을 들이지 않아도 해볼 수 있고, 취향을 나눌 친구가 그리웠다면 만날 수 있고, 관심 있는 일을 체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업인을 만날 수도 있고, 그냥 머무르기도 하는 곳이 되려고 해요. 보름달이 뜨는 추석에 서로에게 “갈 곳”이 되어주고, 우리 모두가 “갈 곳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할게요. 

 

9월호 월간삶디는 수목클럽의 작은 시작과 시도의 기록으로 문을 열고,

N개의 방과후 "쓸모를 만드는 나무"에서 보낸 상반기를 돌아보며, 

피규어 제작소 릴레이 제작기 피규왕 삶디를 보태고, 

무장애 지도 탐사 프로젝트가 휠체어 이용자와 함께 다녀본 경험과 발견을 나누고, 

자립역량강화 프로젝트 카페 인턴 메이의 생활기와 여름방학 캠프 "하다하다" 소식을,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영화비평" 이야기를 엮어 보냅니다.  

 

9월도 월간삶디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고 자료 : 최근 청소년 학업중단의 변화 양상: '강요된 '탈락'과 자발적 '선택'사이

2026. 남신동, <월간 교육정책포럼> 통권 393호

 

[N개의 방과후 - 쓸모를 만드는 나무] 목요일 저녁마다 생활목공방에 모여 나무를 다루던 날들의 기록입니다. 쓸모를 담은 가구를 만들기까지 몸을 쓰고 손을 쓰고, 머리를 쓰고 마음을 쓰면서 차근차근 시간을 보냈어요. 무심한 재료였던 나무에서 변화무쌍한 물성을 발견할 때까지 몰입하는 즐거움을 기억합니다.
[피규어 제작소 : 작품 작업기]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작품이 나오기까지, "현생 이슈"로 두 달 동안 작업을 멈추기도 했지만, 계속했다고 합니다. 기껏 만들었는데 조사해 보니 원형과 달라서 수정하기도 했고,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난감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포기했냐고요? 
[무장애 지도 탐사 프로젝트] 광주에서 서울까지 고속도로 기준으로 약 300km, 더웠던 여름 가운데 '무장애 지도 탐사 프로젝트' 팀은 휠체어 이용자와 함께 '유니버설 디자인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모두"라는 품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이 자유롭기를 바라요.
[인턴 생활기] 고등학교에서 미용을 전공하고, 취업해서 1년 일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삶디의 인턴으로 지원, 면접은 망한 것 같은데 합격했다고요? 제가 카페에서 일하게 됐다고요? 실수와 실패를 차곡차곡 쌓아서 단단해지고 있는 메이의 이야기입니다.
[삶디X게임문화교육원 : 여름방학 게임 개발 캠프 '하다하다'] 여기 모인 열 명에게 여름은 '게임'이라는 단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흘 동안 한곳에 모여서 RPG, 타이쿤, 호러 등 종류도 다양한 게임을 개발했거든요. 애써 작업한 결과를 몽땅 날려버리기도 하면서,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진짜 여름으로 데려왔습니다.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 영화비평] 영화를 좋아하나요? 좋아하는 영화를 주제로 수다 떠는 건 어때요? 마냥 좋았어, 라기엔 부족한데 마땅한 언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있잖아요. 그럴 때 비평의 언어를 통해 청소년이 직접 작품을 감상, 분석하고 표현할 수 있게 돕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상하반기, 토요일마다 모이는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속 영화비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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