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격변의 사춘기 어떻게 보냈늬?

💎 성덕, 도미 시 감독

미국의 보이밴드 NSYNC, Backstreet boys, 한국의 신화, 동방신기, 샤이니로 상통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 소설과 팬픽, 일본 만화를 보며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이겨냈더랬지. ‘저렇게 만화랑 연예인만 좋아해서 커서 뭐하냐'는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에게 덕후라며 무시를 받기도 했던 이들. 이젠 주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핵심 일꾼이자, 꽤 큰 소비력을 가진 시장이 되었어.

감독인 도미 시 Domee Shi 역시 이른바 ‘성공한 덕후’ 중 한 명이야. 89년 생인 그녀는 어린시절 전형적인 너드 nerd로, 애니메이션/팬 엑스포에 열심히 참가했다고 해. 좋은 학업 성적으로 부모님을 만족시켰던 그녀는 동양인 이민자 자녀 특유의 부담감과 의무감을 느끼면서도, 개인의 고유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서양 문화 속에서 자랐지. 이 과정에서 얻은 그녀만의 관점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만든 데뷔작인 <바오 Bao>는 제 91회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았어. 동양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바오>가 개봉한 당시, 시 감독은 “왜 <바오>의 주인공이 딸이 아니라 아들이냐"라는 질문에, “딸이었다면 장편영화로 나왔어야 했다”고 답했지. 그리고 4년 후 <메이의 새빨간 거짓말>이 나왔어! 덕업일치의 삶, 진정한 성덕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도미 시 언니... 덕후의 선례를 멋있게 만들어줘서 이 내비게이터들은 너무 고마워…

🥺 판다를 안아줘!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다니엘 핀버그, 도미 시, 로나 리우, 린지 콜린스

비하인드 다큐멘터리에서 도미 시는 레서판다가 ‘마법적인 사춘기’에 대한 은유라 공식적으로 설명했어. 독립적이지만 어미와 유대감이 깊고, 게으른 레서판다의 습성이 사춘기 시절의 특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대. 게다가 갑자기 몸이 커지고 여기저기 털이 나며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신체적 변화도 판다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고!

힝,, 이렇게 귀여운 사춘기 본 적 있냐궁 ㅠㅠ

여기에 내비게이터의 뇌피셜 해석을 더하자면,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서 레서판다는 단순한 사춘기에 대한 은유를 넘어, 운명을 갖고 태어난 메이 가문 여성들의 타고난 강인한 본능과 동양인으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 본래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초능력은 이민자이자, 평범한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 메이의 엄마 밍의 세대로 넘어오면서 숨겨야 하는 불편함으로 치부되지. 다시 말해, 비범한 물리적 힘과 동물적 본능을 지닌 신비한 능력이 그들의 콤플렉스가 되고 만거야. 밍은 가족의 전통을 따라 레서판다를 봉인하고 가족과 사회를 만족시키기 위해 본인의 능력을 스스로 억압해.

메이: “난 남자애들이 좋아요, 시끄러운 음악도 좋아하고 요상한 춤도 사랑해! 난 13살이라구요! 받아들이세요!”
밍:  “난 한 번도 (콘서트를) 못 갔어. 항상 가족이 먼저였어! 착한 딸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2분 19초부터 해당 대사들이 나와!

여기 문단 스포주의!

‘때(a.k.a 사춘기)'가 되어 흥분하면 자기도 모르게 레서판다로 변해버리는 메이 또한 본인의 레서판다를 봉인하려고 해. 하지만 변신한 모습을 매우 좋아해 주는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메이는 자신의 능력이 더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깨달아. 오히려 레서판다로 변한 채로 친구들과 요상한 춤을 추고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하며 본인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드러내지. 결국 메이는 할머니와 이모들, 엄마와는 달리 자신의 레서판다를 받아 들이고 공존하며 살겠다는 선택을 내리게 돼. 진정한 자신을 찾기로 선택한 똘똘하고도 용감한 우리 메이, 옽뜨스텔라 이모들이 왕창왕창 응원해…!🥺

메이는 공부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 거드는 러블리하고 소중한 딸이야. 강하고 야무진 엄마와 사이가 엄청 좋지만, 한편으로 엄마한테 털어놓기 부끄러운 비밀이 점점 많아지기도 해. 동네 슈퍼 알바생 오빠를 몰래 좋아하거나 엄마가 싫어하는 친구들과 존잘 아이돌 포-타운스에 열광하며 점점 자기만의 시간과 생각이 중요해지는 변화를 맞이하지.

메이가 ‘내 안의 레서판다’를 발견한 시점부터, 메이와 밍의 관계에 숨겨졌던 은은한 불편함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게 돼. 2차 성징과 성적인 성숙이 시작되고 자아를 확립하면서 부모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기 시작하는 메이. 본인의 자양분을 쑥쑥 받으며 성장한 메이를 자신과 (자기도 모르게) 동일시하는 밍. 그들에게 모녀관계의 특수성을 더해지면서 피바람이 불게 되는데...!

그 어느 가족 구성원들보다 친밀함과 동시에 서로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런 애증은 아마 모든 모녀들(특히 딸들)이 느껴본 갈등이지 않을까?! 사실 밍은 자신의 어머니(메이의 할머니)와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갈등을 느꼈던 것으로 보여져. 하지만 밍은 일련의 사건 이후 전통적인(?!) 방법으로 본인의 사춘기를 마무리 지은 것 같아. 이에 따라 밍은 메이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메이를 과보호하면서 통제하려고 하지. 이러한 '참견'도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 메이는 아주 잘 알기에, 밍의 행동이 싫으면서도 그에게 화를 내는 것을 어려워 해. 하지만 메이 또한 본인만의 성숙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밍과의 갈등을 직면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주민님이 해당 작품을 직접 보시면서 확인해보길..! 이처럼 사춘기 소녀와 엄마의 복잡한 관계를 정말 미묘하게 잘 그려낸 것이 <메이의 새빨간 거짓말>의 흥미로운 포인트야.

💕 지오디 옵빠 좋아하던 초딩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면? - 대표성과 다양성

메이와 친구들의 외모와 체형, 그리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한국어와 케이팝의 흔적… 아무리 K-컬쳐가 부상한다지만 너무 현실성 있어서 더 정감 가지 않았어? 내비게이터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2차 성징을 온몸으로 거부하던 초등학생 시절 우리네 모습이 떠올랐어. 통통한 젖살이나 여드름, 하나도 안 어울리는 색상과 패턴의 패션,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바스러울 만치 솔직하게 표현하다가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진지해지기 등… 이처럼 영화는 하이틴(10대 후반)이 아닌, 변화의 시작을 막 겪고 있는 열두세 살의 캐릭터와 2002년 새천년의 향수로 가득해.

내비게이터들은 영화 속 다양한 표현 방식과 메타포를 찾아내는 재미를 이렇게나 느꼈는데, 반대로 이 영화가 특정 관객만을 위한 것이라는 소수의 비판이 있었어. 영화 비평가인 숀 오코넬(Sean O’connell)은 CinemaBlend 리뷰에 “토론토의 동양인 커뮤니티라는 한정된 배경으로 감독인 도미 시와 그 친구 및 가족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고 평했고, 자신의 트위터에는 “픽사의 작품은 보편적 관객을 대상으로 한 반면 이 영화는 그 폭이 매우 좁고 특수하다. 그 안에 해당한다면 좋은 영화이지만, 난 아니기 때문에 (작품 관람이) 그저 소모적이었다.” 라는 후기를 올렸지. 이후 동양계 미국인을 포함한 영화계에서 그의 비평에 대한 논란이 일자 숀은 트위터에 사과글을 남기고 CinemaBlend 또한 편집장의 사과 트윗 함께 해당 리뷰를 삭제했어. 자신이 동양인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서 영화의 메세지에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비평은 굉장히 백인 남성 중심적이고 편협한 관점으로 보여져. 

할리우드 내 인종차별주의를 분석한 책 <Reel Inequality: Hollywood Actors and Racism>의 저자인 낸시 왕 유엔 Nancy Wang Yuen도 그의 비평에 대해 "무엇이든 백인과 관련되지 않으면 주변부로 치부된다"며, "아시아/이성애/여성이라는 개인의 정체성이 반영되지 않아도 영화와 충분히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해. 우리가 부잣집 도련님이자 백만장자 과학자 백인 남성이 아님에도 <아이언맨>이란 영화를 아주 즐겁게 감상하듯, 백인 남성도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지. 유엔의 말처럼, 내가 살아본 삶이 아닐지라도 열린 감수성만 있다면 영화를 통해 다양한 맥락과 삶을 이해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야말로 이러한 영화적 경험을 충분히 선사하는 작품이라 내비게이터들은 자신할 수 있어.

[속보] “에이, 마블은 이제 지겨워”라 발언한 찐하, 디플 <문나이트>에 빠져…
정말 말 그대로, 마블 시리즈는 이제 지겨웠는데, 이게 웬걸 미중년 오스카 아이삭의 기가 막히는 지질한 연기와 공포 영화 뺨치는 연출로 진짜 재밌게 보고 있는 시리즈…! 해리성 정체 장애를 지닌 주인공이 전투력 오지는 다른 인물과 몸을 공유한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는데 이집트 신들도 나오는 것이 신선한 포인트…! 우당탕 부시기만 하는 액션보다 세련된 느낌이 있어서 앞으로의 회차들이 기대되고 있어!  주민님도 한번 보기를 적극 추천!

주민들의 피드백을 간절히 기다리는 내비게이터의 심정.jpg

볼 수 있는 곳

디즈니+

장르

애니메이션 

러닝 타임

1시간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