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문 옆에 걸려 있는 문패 리영희는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아파트에 문패가 걸려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난 언제나 개인의 권위, 인격, 독립적 사유, 판단, 가치, 이런 걸 중요시하기 때문에 집단으로서의... 난 사실 국가보다 개인의, 인간의 중요성을 더 앞세워요. 그렇게 거창하게 나가지 않더라도 내가 7년 동안을 6.25에 군인으로서 군번으로 살아왔단 말이에요. 나는 없고, 나의 가치는 없고 오로지 번호. 그 다음에는 형무소에, 이 군부독재 정권하에서 여러 차례 형무소를 드나들면서 그때마다 소위 수번이라고 그러죠. 이 번호로 가슴에다 번호를 적어가지고 그걸로 불리었고 그 번호가 하여간 나를 대신했어. 그것이 내가 견딜 수 없는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거예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보상을 위해서 했다면, 뭐 되지도 않는 일이지만, 하여간 싫으니까 번호보다 내 이름 문패를 걸어놓은 거예요.” 자유로운 개인의 자유로운 연대를 꿈꾸었던 리영희의 바람이 아파트 문패에서 읽힌다.
외출할 때 지팡이, 모자, 장갑 등을 챙기던 현관 공간 부인 윤영자씨에 의하면 리영희는 모자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팡이도 이철수 판화가를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서 선물받은 다양한 것들이 세워져 있다. 리영희는 화려하거나 치장을 하진 않았지만 자기 스타일을 의관에서도 갖으려 했던 사람이다. 사진에 보이는 장갑용 선반, 모자걸이용 봉도 직접 만든 것.
서재 문에 걸려 있는 장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