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겪어야 했던 숱한 제지나 폭력과 달리 전공의들은 너무나 손쉽게 대통령과 테이블에 앉았다. 쟁의에 나선 노동자들이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감수하는 단식, 고공농성, 행진, 집회, 오체투지 같은 건 없었다.
🔵 의료는 주권자인 국민의 복리를 위한 공적 인프라이자 필수재다. 의료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핵심에는 제때 치료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필요와 고통이 있다. 그렇다면 실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 언론은 현안을 파악한다며 매번 의사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의료에 대해서는 전문가일지언정, 사회적 대화와 공적 자원 분배에 대한 학습은 거의 되지 않은 몇몇 의사의 불만과 문제의식이 의료의 ‘현장’을 채운다. 그럴수록 논의는 환자들의 고통과 곤란이 아니라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에서 의사하기의 어려움에 집중된다.
🔵 의사 단체가 환자나 시민단체 같은 비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지금, 어떤 의사들이 과잉대표해왔던 의료체계의 문제를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 논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