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렛 디자이너 제이예요. 지난 주, 제주도에 다녀왔는데요. 어딜 가든 일과 함께 하는 게 프리랜서의 숙명인 만큼 (눈물 닦고) 일하면서 쉴 수 있는 숙소를 골라 다녀와봤어요. 조용히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디앤디파트먼트 디룸부터 얼마 전 오픈한 코사이어티까지, 제주에서 리모트 워크 계획 중이라면 특히 주목해 주세요!

디앤디파트먼트는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로 알려진 나가오카 겐메이의 중고 가게예요. 디자이너가 차린 중고 가게, 조금 생소하죠? 나가오카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지 않고 오래된 제품에 가치를 더하겠다고 선언한 뒤 2000년부터 중고지만 좋은 제품 혹은 좋은 디자인을 골라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그렇다보니 디앤디파트먼트는 샵보다 프로젝트에 가까운데요. 핵심은 ‘롱라이프 디자인'으로, 새로운 유행을 좇아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는 디자인, 생명력이 긴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창업자 나가오카 겐메이는 처음부터 호텔을 만들고 싶어했는데요. 20년 만에 지은 꿈꾸던 호텔이 제주도에 지어진 거예요. 바로 '디룸'인데요. 스키마타 건축 사무소의 나가사카 조와 나가오카가 함께 디자인했고 뻔한 호텔이 되지 않기 위해 긴 복도를 없애고 은행 창구 같은 리셉션을 바꾸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해요. 

디룸 안에 있는 컵부터 식기류와 의자, 테이블까지 모두 디앤디파트먼트 제품이었는데요. 

마치 ‘롱라이프 디자인 제품을 쓰는 하루, 너무 좋지 않니?’라는 질문을 받는 것 같았어요. 제 대답은 (당연히) '무척 좋아요'였고요. 나가오카가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만드는 법'이란 책에서 “무조건 싸면 그만인 잡화 체인점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는데, 디룸에 머물러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코사이어티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사회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에 'co-ciety'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공간 기획사에요. 공간 안에서 일상에 영감을 주는 경험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2019년부터 서울숲에 오픈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2021년 제주에 휴식 겸 일을 할 수 있는 ‘제주 빌리지'를 만들었어요. 

제주빌리지는 “work and rest with inspiration”이란 메시지에 맞게 제주에서도 한적한 구좌읍 송당리에 자리잡았어요. 요즘 들어 리모트 워커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잖아요.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기도 했고, 협업툴이 발달해 재택의 업무 효율도 좋아졌고요. 저도 언젠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걸 꿈꾸고 있는데 코사이어티 빌리지에서 그 꿈을 잠시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일하다가 잠시 바깥 공기를 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코사이어티는 그걸 처음부터 염두해서 조경에 무척 신경쓴 공간이에요. 건축가와 조경사가 제주에서 합숙하면서 일일히 농장에 방문해 심을 나무를 골랐다고 합니다. 공간 사이사이에 털수염풀과 억새를 심어서 파도부는 듯한 풍경을 연출했고, 바닥에 깔린 자갈을 편안한 분위기를 내요. 제주라는 지역성을 드러내기보단 건물과 자연 풍경이 어울리는 장면을 만드려고 노력했다고 해요.

“조용한 곳에서 힐링하며 일하고 싶다면 여기!”

썸렛
sumlett.official@gmail.com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01020610827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