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런데 콜라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으니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사먹을 수 있지만 미술작품은 성격이 좀 다르지 않나요? A: 그래서 앤디 워홀이 자신의 미술을 코카콜라처럼 대량생산할 방법을 고안해낸 거예요.
Q: 미술작품을 코카콜라처럼 대량생산한다고요?
A: 앤디 워홀은 미술작업실에 아예 ‘아트 공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거기에 자신이 고용한 조수들을 ‘예술노동자’라고 주저없이 불렀어요. 그리고 작품을 대량생산해 저렴하게 팔기 위해 작품 한 장 한 장을 공들여 그리는 기존 방법 대신 ‘실크스크린’이라는 판화기법의 인쇄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어요. 코카콜라가 대량생산되듯 미술작품도 대량생산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이런 미술을 ‘대중미술’이라는 뜻의 팝아트라고 부르는 거예요.
Q: 작품을 대량생산해 저렴하게 보급하는, 대중을 위한 미술이라는 점에서 팝아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앤디 워홀의 다른 작품들처럼 그의 작품은 추상화를 볼 때처럼 뭔가 깊이 있게 보고 생각해내야 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은데요.
A: 그 점도 앤디 워홀 팝아트의 특징이에요. 그는 ‘대중은 누구나’라는 키워드를 가장 중시했어요. 소수의 특정 전문가나 탁월한 지성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작품이라면 각계각층의 관람객을 아우르는 팝아트라고 할 수 없겠죠. 사실 앤디 워홀이 활동하던 시기는 미국에서 추상미술 작품이 최고의 미술로 인정받던 때였어요. 그러나 사실 추상미술 작품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렵거나 대중들이 소유할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싼 작품에 대항해 대중 누구나 좋아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고 향유하기 쉬운 예술이 바로 팝아트가 추구하는 강령이에요. 그리고 그 한가운데를 버티고 서있던 인물이 앤디 워홀이고요. 오늘 보시는 코카콜라는 그런 앤디 워홀의 예술관을 가장 정확히 대변하는 작품이에요.
Q: 그러고 보니 앤디 워홀은 주관도 뚜렷하고 시대를 앞서 내다본 감각적인 예술가 같아요.
A: 그런데 예술계처럼 배타적 성향이 심한 세계에서 기존 사조를 거슬러 시대를 앞선 작품 활동을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앤디워홀이 단순하고 쉬운 이미지의 구상작품을, 그것도 ‘아트 팩토리’에서 대량생산해내는 것에 대해 당시 엄청난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어요. 게다가 앤디 워홀은 순수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디자인을 전공한 상업 디자이너 출신이었거든요. 앤디 워홀은 디자이너가 예술에 대해 뭘 안다고 설치느냐는 비아냥도 묵묵히 감수해야 했어요. 그러나 사회는 대중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대중의 시대에 이미 들어섰기 때문에 그 모든 비난에 굳이 맞서지 않아도 앤디 워홀은 예술가로서 최고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