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감각을 잃어버리며 함께 잃어버리는 것들
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산다는 건 감정을 오래 붙잡게 된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아요. 몸의 감각이 흐려질수록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께 잃어버리고 있거든요. 먼저 우리는 나의 한계를 알려주는 신호를 잃어버려요. 몸은 지치기 훨씬 전부터 어깨를 굳게 하고, 소화를 더디게 하고, 아침에 눈뜨기 힘들게 만들며 신호를 보내요. 그런데 머리는 '이 정도는 다들 버티는데', '이번 일만 끝나면 쉬자'며 그 신호를 가볍게 넘겨버리죠. 커피 한 잔으로, 조금만 더 하는 마음으로 버티다가 어느 날 몸이 멈춰 서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식이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단서도 잃어버려요. 몸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머리보다 솔직하게 알려줘요. 어떤 사람 곁에서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풀리고, 어떤 자리에서는 이유 없이 몸이 움츠러들죠.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숨이 편안해지고, 억지로 하는 일 앞에서는 속이 답답해지고요. 이런 신호를 '괜히 예민하게 굴지 말자'며 머리로 덮어버리다 보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과 해야 한다고 배운 것이 어느새 내 마음의 자리를 차지하게 돼요. 그러다 문득 '나는 정말 뭘 원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 앞에서 막막해지곤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생생하게 살아가는 감각을 잃어버려요. 밥을 먹으면서도 머리는 오후 회의를 걱정하고, 산책을 하면서도 어제 들은 말을 곱씹죠. 입안에 퍼지는 음식의 맛, 뺨에 닿는 바람, 등에 내려앉는 햇살의 온기는 오직 몸으로만 느낄 수 있어요. 머리가 과거와 미래를 바쁘게 오가는 동안 우리를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해주는 건 몸이거든요. 몸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대신 삶에 대해 생각만 하며 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몰라요.
몸의 지혜를 되찾는 3가지 방법
오랫동안 머리의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처음에는 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몸은 언제나 거기에 있거든요. 몸에게 조금씩 말을 걸면서 몸을 잘 감각해주는 연습을 하다 보면 몸과 훨씬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일상에서 작게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할게요.
우선, 몸에게 안부를 물어보는 연습을 해봐요.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잠들기 전 잠깐 눈을 감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느껴보면서 몸을 알아차리고 괜찮은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물어봐 주는 거예요. 무언가를 바꾸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알아차려 주는 것만으로도 긴장은 풀리고 훨씬 더 편안해질 거예요.
강렬한 감정이 올라올 땐, 몸의 어디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느껴보는 연습을 해봐요. 생각으로 이유를 만들어 내기 전에 몸을 느껴주는 거예요. 가슴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인지, 머리에 느껴지는 조여오는 느낌인지, 감정의 종류에 따라 느껴지는 감각도 다를 거예요.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느껴주면서 천천히 알아차려 주세요. 생각이 끼어들 틈 없이 그 감각을 느껴주다 보면 감정도 감각도 점점 사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따라 움직여보세요. 배가 고플 때 밥을 먹고, 스마트워치의 숫자 대신 숨이 차오르는 느낌을 따라 운동의 속도를 조절해 보고, 피곤하다는 느낌이 오면 일단 한 번 쉬어주는 거예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응답할수록 몸은 점점 더 분명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고 몸의 지혜를 알아차리는 우리의 능력도 점점 더 키워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