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고소 취하' 동덕여대, 그 후
 Season 6  vol 4. 💡2025.05. 16. ~ 2025.05.22.

동덕여대 사태가 남긴 상처, 그리고 성장통
대선에 성평등정책을 찵여오거라


입주자님들 안녕하세요. 늦봄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나요? 5월 초 연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이 꽉 찬 한 주여서 그런지, 이번 주는 유난히 길게 느껴지네요....(저만 그런가요😳) 요즘은 정말 '날씨가 왜 이래'를 외치게 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경량패딩을 입고 오들오들 떨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덥죠 여름인줄🥵


오늘의 에디터를 맡게 된 저는 오랜만에 찾아온 남지원 기자입니다. 보통 제가 레터를 쓸 때는 이유가 있는데요, 플랫의 메인 에디터 김서영 기자가 저희의 새로운 프로젝트 플랫온리 준비로 매우 분주하기 때문입니다(두근두근)


지난번 레터에서 공기업 유튜브계의 떠오르는 스타를 만난다고 살짝 스포일러를 드렸었는데요, 드디어 다음 주 화요일 아침 7시, [여자, 언니, 선배들] 첫 회가 여러분의 메일함을 찾아갑니다🎉 플랫팀에게도 새로운 시도라 많이 떨리고 긴장되고 설레요. 재미있게 봐주실거죠?


오늘도 신선한 소식으로 채운 플랫레터, 다가오는 주말을 기다리며 시작해봐요❤️

📌동덕여대 사태가 남긴 상처, 그리고 성장통

2000년대 이후 대학 내 학사분규로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파장을 남긴 동덕여대 사태. 지난 수요일 밤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해요! 동덕여대는 지난해 11월 래커칠 등의 복구 비용이 최대 54억원에 달한다고 밝히며 교내에서 시위를 벌인 학생 19명을 특정해 형사고소한 바 있습니다.

고소가 취하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사건이 남긴 분열과 상처는 쉽게 아물기 어려워 보입니다. 플랫팀은 지난해 말부터 힘든 시간을 통과해온 동덕여대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어요. 학교에 직접 다녀온 김서영 기자가 전하기를, 학교 분위기는 아직도 살얼음판 같다고 하더라고요. 외부인 출입이 어려워서 사진 촬영을 위해 학교에 들어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고요. 여전히 학생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공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학교 공동체는 커다란 균열을 안게 됐습니다. 존경하는 교수가 시위를 비난하는 데 앞장선 모습을 보고 큰 상처를 입은 학생들이 휴학을 택하기도 하고요. 신남성연대나 '사이버 래커' 등이 몰려들며 학생들은 온라인을 넘어 실제 현실에서의 위협에도 노출됐습니다. 상당수가 불안, 우울 등 정신과적 증상에 시달립니다. 어쩌면 학교 곳곳에 남은 래커칠 자국보다 이 상처가 더 지우기 어려운 것인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번 경험이 오히려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사회적으로 외면받는 싸움으로 내몰린 학생들은, 똑같이 '내몰린 사람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만난 시민과 노동자들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는 학생도 있었고, '누가 대신 해주겠지' 가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내 권리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이들에게 지난 겨울의 경험이 상처가 아닌 성장통으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대선에 성평등정책을 찵여오거라

역대급으로 혼란스러웠던 대선 후보등록이 마무리되고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아침 신문을 보다가 대선후보 7명이 모두 남성인 선거운동 벽보 사진에 눈이 오래 멈췄어요.

여성 후보가 없는 대선은 2007년 제17대 대선(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그 선거입니다) 이후 18년만이라고 합니다. 그간 우리 정치가 여성 정치인을 '대선주자급'으로 성장시키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얼마나 후퇴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여성 정책은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너도나도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대선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고작 8년 전 대선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네요.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려면 10대 주요 공약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에 '여성' 카테고리가 따로 없습니다. 노동 공약 중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소상공인 공약 중 '여성 소상공인 안전 강화', 안전 공약 중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 이 세부과제로 들어간 정도입니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여성안심 평등사회'를 내걸었던 것에 비해 후퇴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번에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 추진하겠다”(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고 했습니다. 다음주쯤 나올 세부 공약집에는 성평등 공약이 포함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 포함됐을지 궁금해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아예 여성 공약을 안 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10대 공약에는 임신·출산비용 지원 등 저출생 관련 정책과 여성 중 희망자에게 군 복무를 시키겠다는 ‘여성희망복무제’를 제외하면 성평등 관련 의제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또 들고 나왔어요...😑 주요 후보로는 분류되지 않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이 10대 공약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시켰고, 여성 공약을 별도로 발표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기상천외한 발언들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부터 같은 당 여성 의원을 향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자"는 말을 해 비판받았어요. (김문수 후보와 동명이인인)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군복무 경력 호봉 반영 공약이 성차별적이라는 유권자의 항의성 문자에 "여성은 출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가 거센 반발 끝에 사과하고 선대위에서 물러났습니다.

플랫팀은 지난주에 대선캠프 4곳에 성평등 공약 질문지를 발송했습니다. 캠프의 답변을 포함한 플랫팀의 성평등 대선공약 기획시리즈는 다음주 중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어제가 스승의 날이었죠.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반 친구들을 모두 밤기차를 타고 정동진에 가서 해뜨는 모습을 보여주셨던 담임선생님을 가끔 생각해요. 정확히는 혈기왕성한 18살 청소년 서른 명을 데리고 밤새 기차를 타는 일을 벌인 선생님이 그렇게 했던 이유에 대해서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을 텐데, 망아지 같은 저희를 데리고 다니기 정말 힘들었을 텐데. 아마 선생님은 매일 밤 12시까지 학교에 남아있던 저희에게 한번쯤 해 뜨는 바다를 보여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때는 친구들과 밤기차를 타는 게 마냥 재밌기만 했는데, 제가 그 선생님 나이에 가까워오는 지금은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직업인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사명감과 열정을 배웁니다. 입주자님들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으실까요? 초중고 교육과정을 거치며 만난 선생님이 아니어도 좋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 아닐까요. 

이성현 인턴기자가 소개하는 플랫한 문화생활, 이번 주에는 배우고 가르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들을 모아봤어요. 이번주 개막한 칸 영화제에 진출한 한국 여성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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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선으로부터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10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10대 때 글쓰기 스승을 너무 사랑했던 나머지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은 작가가 글쓰기 교사로 일하며 겪은 일을 모은 에세이입니다. 그는 아파트에서 ‘글을 가르치겠다’는 전단을 돌린 것을 시작으로 청소년, 중년 여성 등에게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책에는 아이들이 쓴 문장들이 그대로 실려있는데요. 덕분에 오랜만에 천진난만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슬아 작가는 책의 서문과 후기에서 자신의 글쓰기 스승들을 떠올립니다. ‘아름답고 따뜻한 여자들. 내게 문학의 향기를 알려준 사람들. 사랑은 말과 몸을 버무려 완성하는 거라고 말해준 스승들.’ 그중에서도 ‘어딘’은 이슬아 작가를 가장 오래 가르친 스승입니다.


어딘이 운영하는 어딘글방은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하미나 등 90년대생 여성 작가들이 거쳐간 곳으로 유명하기도 해요. 단순한 수업 공간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슬아 작가의 산문에서 어딘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거든요. 함께 읽고 함께 쓰는,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었을 겁니다.


이슬아 작가는 어딘에게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칩니다. 그가 어딘글방에서 느꼈을 감각을 상상해 봅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곁에는 나를 지켜봐 주는 여성들도 있고요.


제게는 요가원이 그렇습니다. 수업 후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면, 서로를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순간 덕분에 마음이 더욱 단단해집니다. 누군가의 다정한 시선 아래에서 자란 마음은, 언젠가 또 다른 이에게 전해지죠. 입주자님께도 그런 모임이나 관계가 있으신가요? 우리 곁에 따뜻한 눈빛이 오가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칸에 간 한국의 여성 감독들


지난 13일 칸 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한국 장편영화 초청이 불발되며, ‘한국 영화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러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는 벌써 두 번째 칸의 초청을 받은 정유미 감독이 있습니다. 정 감독은 2009년 <먼지아이>에 이어, 올해 <안경>으로 다시 한번 칸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안경>은 안경원에 간 여자가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하고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시력 검사를 받으러 온 여성은 측정 기계 속 ‘집’ 그림을 바라봅니다. (시력 검사할 때 보이는 그 그림이요!) 색채도 말도 절제돼 있어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감돕니다. 안경원이라는 일상적 공간은 이 ‘낯선’ 감각과 함께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은유적 장치로 변모합니다.


정 감독의 작품은 많은 이가 겪어봤을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먼지아이>는 방 청소, <연애놀이>는 연인 간 소꿉놀이, <수학시험>은 시험 응시를 다뤘죠. 그는 이런 일상적 순간을 비틀어 철학적 메시지를 건넵니다. 정유미 감독 특유의 세밀한 연필 드로잉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자기 내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라 시네프(학생 영화 부문)에는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초청받았습니다. ‘첫여름’은 손녀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남자친구 학수의 49재에 가고 싶어 하는 노인 영순의 이야기로, 노년 여성의 시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 걱정되는 요즘, 여성 예술가의 활약이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입주자님들도 플랫에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가 있다면 ‘뉴스레터 의견 남기기’를 통해 알려주세요.



👤정말 그래요. 왜 여성과 장애인과 성소수자와 어린이에게는 늘 'to be continued....'의 자리만 주어지는 걸까요. 투쟁의 현장에서 우리는 늘 가장 앞에 있었는데 말이죠. 이대로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다음에'의 자리를 '지금 바로 여기'로 가져올 수 있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지치지 말아야겠어요.

👤‘밝은 밤’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딸이 있는데 저희 엄마랑 제 딸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항상 뭉클해요. 외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이번주도 잘 읽었어요!!

👀 From.Flat

📣5월 20일 아침 7시, [여자, 언니, 선배들]이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플랫팀이 생일카페에서 입주자님들과 만난지도 벌써 두 달이 넘게 지났죠. 다가오는 여름에도 저희는 입주자님들을 만나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아직 비밀이지만,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조만간 깜짝 공지가 나갈 예정이니 지켜봐주세요. 곧 만나요! 🤼‍♀️🏃‍♀🧘
 
🌹5월에도 플랫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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