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검은 고양이 🙀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한 남자. 그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폭력을 휘두르는데요. 어느 날, 그가 키우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자신을 피한다는 생각에 고양이의 눈을 도려내고 매달아 죽이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죠. 그 후 남자는 침대에 매달린 고양이 모양의 그을음 자국이 생긴 것을 보고 공포에 떨기 시작해요. 다른 검은 고양이를 데려오기도 했지만 남자는 고양이만 보면 플루토가 떠올라 불길해하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망령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까지도 제 손으로 살해하고 말아요. 주인공은 아내의 시체를 벽에 숨겨두었지만, 이내 플루토를 닮은 검은 고양이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죠. 결국 아내의 시체가 경찰들에게 발견된 순간, 시체 곁에서 주인공을 쏘아보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라진 검은 고양이였다고.

이 으스스한 이야기는 공포소설의 세계적인 거장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의 줄거리예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주인공의 잔인한 행동만큼, 그를 따라다니는 불길한 검은 고양이 망령이 보여주는 반전에 독자들은 한층 특별한 공포를 느끼게 되죠. 에드거 앨런 포는 이처럼 자신의 소설 속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추격해오는 듯한 색다른 두려움을 자아내는 장치를 심어두곤 했다고.

불행과 상실이 빚어낸 명작들 📚

에드거 앨런 포는 1809년 극단배우였던 부모에게서 태어났어요. 그러나 불행히도 그가 고작 갓난아기일 때 아버지는 행방불명되고, 어머니 역시 세상을 떠났죠.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그는 양부모의 밑에서 자랐지만, 양부는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포는 양부와 멀어지며 대학을 중퇴했고, 이후 다시 입학한 사관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채 쫓겨났죠. 설상가상 포의 아내까지 24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리는데요. 가난과 술, 도박, 사랑하는 이의 연이은 죽음이 포를 괴롭혔고 결국 그 역시도 40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포는 이런 비극적인 생애 속에서도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어요. 엄청난 알코올 중독자이자 날카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망가진 삶을 살아왔지만, 그렇기에 더욱 괴기스러운 현실을 작품에 잘 담아냈죠.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했는데요. 거듭된 인간관계에서의 실패와 상실의 경험은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나 오히려 독자들에게 엄청난 몰입감과 반전을 선사한다고.

포의 공포소설 <붉은 죽음의 가면극>은 이러한 배경 묘사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인데요. 미로같이 설계된 성의 구조와 고풍스러운 시계, 귀족의 상징인 양탄자 등을 통해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을 그려보면 작품의 재미가 배가 된다고 해요. 반대로 소설 <검은 고양이>의 배경이 되는 민주사회의 가정집은 물질주의와 방탕함에 물든 채 타락해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부각시킨다고.

우리 내면 속 진정한 공포 😱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공포를 선사하는 비결은, 바로 우리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죽음이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거예요. 유령, 전염병 등 우리가 그 실체를 볼 수 없는 것이 몰고 오는 죽음이 독자들의 상상력과 결합되어 그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죽음에는 자기 자신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모두 포함돼요. <검은 고양이>와 <붉은 죽음의 가면극>에서 드러나듯 보이지 않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의 처절한 모습이 우리에게 평소에는 느낄 수 없던 공포감을 주죠.

또 포는 자신의 시 <갈까마귀>, <에너벨 리> 등에서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을 나타내기도 했어요. 이렇듯 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삶의 유한성과 상실에 대한 공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작품에 담아낸 작가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