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근무'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지 않으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질서가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찾아왔습니다.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에서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뤄지던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고, 아바타는 현실에서의 나를 투사한 존재입니다. 메타버스 내 가상오피스는 현실의 회사 건물을 닮아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입니다.


최근 A 기업은 메타버스 근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보면 메타버스 근무를 위해서는 ‘나’를 닮은 아바타가 가상오피스에 출근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디스코드 음성 채널에 상시 접속해 청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며, 오후 1~5시를 코어타임으로 지정해 집중 근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A 기업은 메타버스 근무를 “텍스트, 음성, 영상 등을 통해 동료와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음성 채널로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지만, 업무 방식이 직원들의 반발을 사자 보도자료 발표 후 하루 만에 “내부 협의 후 메타버스 근무 형태를 결정하겠다”라고 입장을 수정했습니다.


사실 메타버스 근무는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하며 타인과의 원활한 협업을 통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근무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정보기술연구기업 가트너는 메타버스 근무를 할 수 있는 ‘분산형 기업’이 2022년 전략기술 트렌드이며, 2023년에는 분산형 기업의 75%가 경쟁사에 비해 빠른 매출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메타버스 근무의 장점인‘업무 효율 증대’를 위해서는 일종의 ‘감시’가 동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직원들은 ‘실시간 음성 채널 접속’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상급자가 CCTV 등으로 특정 근로자의 일하는 모습이나 휴식하는 모습을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상당하지 않은 행위로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업무 지시와 관리 감독, 성과 관리는 사회통념상 적정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음성 채널 접속 의무화’는 CCTV 만큼이나 직원들의 근태를 사회통념상 범위를 넘어 관리 감독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A 기업이 실제로 이런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고, 시행했다 하더라도 특정 근로자에 대한 감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므로 메타버스 근무방식 그 자체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은 ‘코어타임’ 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코어타임 제도는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간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기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와 함께 시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된 사업장에서 코어타임 제도를 실시하려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코어타임 시작 및 종료 시간을 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 제4호). 즉 코어타임 자체는 지금도 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직원과 대표 사이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메타버스 회의는 메타버스 근무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은 기업에서도 점차 시행되는 추세이며, VR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VR 기기를 이용한 메타버스 회의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 아바타 간의 커뮤니케이션, 아바타의 움직임 행동 정보, 아바타를 통해 드러나는 개인정보 모두가 메타버스 플랫폼 서버에 기록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메타버스의 특징인 <물리적 공간과 관계없이 연결되는 ‘초연결성’>이 관리자가 공간을 초월해서 노동자를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을 낳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메타버스 근무의 효율을 목표로 ‘연결’의 긍정적인 의미만을 부각한다면, 메타버스 근무환경은 자칫 ‘디지털 판옵티콘’이 되어 촘촘하고 교묘한 감시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형태와 공간을 초월하여 일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이 ‘아바타화’된 인간의 감시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권과 인격권을 보호하는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초거대 AI가 창작한 작품의 권리


최근 초거대 AI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는 수퍼컴퓨터를 기반으로 딥러닝을 하는 AI를 말합니다. 최근 LG에서 발표한 초거대 AI ‘엑사원’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대화를 하면 그 대화에 맞추어 인공지능이 그림동화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인공지능은 이미 뛰어난 화가나 음악가, 작가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작품들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창작의 주체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은 인간이 창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물로 보호될 수 없습니다.

 

물론 인간이 창작활동의 주체가 되어 창작행위를 하며 이 과정에서 단순히 인공지능의 능력을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인간에게 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단순히 인공지능에게 창작활동을 개시할지 여부, 창작의 분야나 대략적인 방향만 정해주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율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결과물은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되기 어렵습니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상호 협력하여 작품을 창작했다면 누구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할까요? 인간과 인공지능이 기여한 부분을 구분하기 어렵다면 저작권법상 공동저작물의 법리를 유추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에서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경우 공동저작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의 권리는 결국 공동저작자인 인간에게 귀속될 것입니다.


특허법과 디자인보호법 또한 창작 또는 발명의 주체를 자연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을 특허법이나 디자인보호법에 의하여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제조회사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되므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창작물도 그 제조회사의 알고리즘 프로그램에 내재된 기술로 생성한 것으로 본다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는 가능합니다. 법원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해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 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행위를 부정한 경쟁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현행 저작권법 등 관련 법률로는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창작한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2020. 12. 21.에는 인공지능 서비스로 저작물을 만든 창작자를 저작권자로 정의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위 개정안에서는 알고리즘을 제작한 개발사나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 인간 예술가가 저작자가 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EU에서는 오래전부터 ‘전자 인간’에게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만약 인공지능에게 법인격이 부여된다면 인간의 개입 없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권리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 수록 인공지능의 작품 수준은 인간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며, 그러한 작품에 대한 소유권 분쟁 사례도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컨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인공지능 창작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과 제도가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대응팀 소개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문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률 문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법률 자문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발주한 'AI 규제 해소 컨설팅 용역'을 수행하고, 서울대 산학협력단 등이 진행하는 '음성 텍스트 딥러닝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기술 개발 용역'에 참가하여 AI 기술개발에 필요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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