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vol. 40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이세림입니다.


지난 20일, 저희는 곰들의 겨울잠 덕분에 얻었던 첫 방학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세상 모르고 언제까지나 긴 잠에 빠져있을 것만 같던 곰들이, 따뜻해지는 날씨에 어느새 하나 둘 씩 내실 밖으로 모습을 보일 때면 '잘 지내고 있었구나!' 하는 반가움과 '곧 때가 오겠구나!' 하는 긴장감이 공존하던 한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저희도 곰들처럼 조금은 몸이 덜 풀린 듯 찌뿌둥한 느낌은 있지만, 겨우내 얼음을 깨고 토치로 녹여가며 고생하던 일년 전을 떠올려보면 더없이 감사하고 즐거운 봄 맞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엊그제 방학이 끝난 기념으로 2마리 곰의 체중을 재어보니, 겨울잠 채비를 하며 한참 몸무게가 극에 달했던 시기에 비해 알코는 16.6kg, 주영이는 무려 23.8kg이 빠져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에는 동면 없이 가을 겨울을 지나며 잔뜩 불어나 버린 곰들의 체중 감량을 고민했었는데, 올해는 푹 자고 일어나 저절로 체중을 회복한 곰들의 모습에서 또 한번 자연의 신비를 체감합니다.


겨울잠을 자던 겨울은 지났지만, 첫 겨울잠을 지난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은 또 처음이라 남은 일년이 벌써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반디님들도 저희의 새로운 일상을 또 함께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NEWS
✔ 곰보금자리프로젝트 X 그린블리스 X 노노샵 팝업 및 강연

3월 29일 금요일, 이태원 노노샵에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 노노샵이 함께하는 팝업 및 강연 행사가 개최됩니다. 곰보금자리에서는 이날 저녁 7시, "곰 사육 금지, 곰들은 어디로 가나요?"라는 주제로 사육곰 종식이 오기까지 이어져 온 시민 사회의 노력과, 앞으로 곰들이 들어가게 될 ‘생츄어리’라는 공간, 그리고 생츄어리로 곰들이 옮겨가는 과정에 필요한 논의들을 나누어보려 합니다. 반디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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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복지 특별전 '상처에서 치유로' 참여

지난 2월 28-29일 양일 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린 동물복지 특별전 '상처에서 치유로 - 동물폭력의 실태와 회복의 현장'에 참가했습니다. 본 전시에서 곰보금자리는 곰이라는 야생동물에게 인간이 입힌 상처와 그 회복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습니다.

현장에서 관람객 분들과 소통하며, 저희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기회였고, 앞으로 활동을 이어갈 큰 힘을 얻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 전시회 이야기 자세히 보기👆

✔ 해먹이라는 상상력

어느새 꽃눈이 터지고, 곰들의 겨울잠이 허락한 방학도 끝나갑니다.

방학이 끝나기 직전, 우리는 마지막으로 전라남도의 한 곰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곰이 사는 뜬장에 해먹을 달아 달라는 농장주의 요청도 있었고, 전국 사육곰 농장 조사도 겸해서 북쪽 끝 화천에서 남쪽 끝까지 달렸습니다.

설치를 마친 활동가들이 철문을 닫고 나오자, 이윽고 한 곰이 보란듯이 해먹에 올라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무엇이다 알려준 적 없는 해먹을 어떻게 이렇게 좋아하며 매달리는지 참 신기한 노릇입니다.

 열악한 환경은 그대로지만 해먹을 가진 두 마리 곰들은 적어도 해먹 높이 만큼 더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즐겁고 편안한 세상을 상상하고 기억하는 곰을 만나고 왔습니다.

💌 월간(月間)화천 - 2월 

한반도의 야생곰은 4월 초까지 겨울잠을 잔다고 하고 새끼를 낳는 경우에는 5월까지도 잔다고 하는데요. 곰의 겨울잠이란 겨우내 죽은 듯 자는 것이 아니라 탱이(둥지) 안에서 수시로 움직이며 탱이를 다듬고 탱이 밖으로 엉덩이만 삐죽 내밀어 똥을 누기도 하는 겨울잠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내실 밖으로 나와 눈을 핥아먹기도 하고 정형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1월에는 한 달씩도 꿈쩍 않던 곰들이 2월 중순을 지나면서 자주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포근하다 싶으면 꽤 여러 마리가 기지개를 켜며 내실 밖으로 나오곤 합니다. 여러 달 굶은 곰들이 CCTV 화면에 보일 때면 배가 고프지 않을지, 밥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하루에 몇 분 동안 나와있는지, 나와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돌봄은 4월이나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가 ‘아니 벌써?’하는 생각이 덜컥 들기도 합니다. 기후 온난화로 겨울이 짧아지면서 전 세계의 곰들이 겨울잠에서 일찍 깨는 것이 문제라는 기사를 본 기억도 납니다. 그러고 보니 화천의 겨울도 매년 덜 추워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지독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을 떠올리면 그 때는 곰들이 더 푹 잘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고요.

여하간 저희는 겨울방학을 끝낼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곰을 돌보느라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했던 활동가들에게는 꿈같은 겨울방학이었네요. 한계에 다다른 것 같던 몸도 가벼운 운동으로 추스르고, 그러다보니 마음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미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역할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단체가 성장해오며 놓친 부분은 없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 우리의 과거-현재-미래에 관한 것들을요.

자리를 비울 수 있을 때 다른 곳의 곰들도 만나러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전국의 17개 사육곰 농장에는 내일이라도 웅담으로 팔리고 말 곰들이 남아있고, 저희는 그 농장의 곰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보호시설이 너무 작아서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곰들을 데려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까요. 주영이 다음으로는 누가 오게 될까요?

지난 해 제약회사에서 제주자연생태공원으로 보내진 곰들을 보기 위해 제주도에도 다녀왔습니다. 이곳 시설은 환경부가 비용을 대고 ‘보호시설’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관람 시설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어린이들로 북적였고, 터전을 옮긴 지 불과 한 달 밖에 안 된 곰들은 새 집과 몰려드는 인파에 불안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넓은 방사장보다 익숙한 콘크리트 내실로 숨으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곰을 돌보는 분과 만나 우리의 경험을 나누어드렸고 화천에도 견학을 오시기로 약속했습니다.

방학이 끝난다는 두려움과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교차합니다. 성큼 다가온 봄은 벌써 곰들의 콧구멍을 간질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어느 동네에서는 ‘곰깸축제’라는 것을 한다는데요.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곰에게도 기쁜 일일지 모르지만, 환생처럼 깨어나는 곰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분명히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는 어떤 축제를 하게 되려나요.

후원계좌 : 기업은행 203-147531-04-013 사단법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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