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과 활동가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눠 보자는 나름 근사한 취지였습니다.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우선 활동가들끼리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이 모이고, 네 사람이 되었습니다. 리차드 파워스의 “새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의 첫 번째 책입니다.

책장을 넘기자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대와 낯선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자연과 동식물, 캠핑, 지구 과학, 별들과 우주에 대한 묘사는 저의 흥미를 당겼습니다. 주인공인 아빠, 그의 아들과 죽은 아내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책의 전개는 끝없이 펼쳐진 평야지대를 걷는 것 같았습니다. 굴곡이 넘치는 K-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북클럽이 시작되기 책을 읽다가 결국 멈추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북클럽의 첫 번째 모임이 열렸습니다. 계획대로 아무 준비 없이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책은 같아도 사람이 다르니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책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고, 책의 숨은 의미에 대한 이야기, 별과 달 이야기, 동물 이야기, 환경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반전까지. 영화로 만들어질 장면을 다함께 상상했습니다.

북클럽이 끝나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이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몇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조금씩 이야기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결국 책의 마지막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오래된 상처의 딱지가 떨어져 맨살이 드러난 것 같았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에 특별히 민감했던 한 아이의 외침을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값싸고, 빠르고, 편리한 것들을 추구하면서 우리 주변의 소중한 생명들을 외면하며 살아온 지난 날들. 당혹은 우리가 잊혀진 진실과 예기치 않게 마주쳤을 때 찾아오는 것입니다. 애써 외면했던 진실이었습니다.

며칠 전, 유엔 IPCC의 6차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2040년 이전에 안전한 미래를 위해 정한 1.5℃ 상한선을 넘을 것이라는 점, 앞으로의 10년 안에 변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지난 30년 동안 이런 사실을 계속해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외면해 왔습니다. 당혹스러운 순간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우리에게 40년이란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과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다음 책은 조지 오웰의 고전 “1984”입니다. 이 책을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SEEDs 북클럽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4월 25일 오후 6시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