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시간 낭비를 처방받은 이야기를 전해드렸었죠.

과연 저는 처방대로
시간 낭비를 성실하게 하고 있을까요? 😂😂

일주일 간의 시간 낭비 프로젝트
중간 결과를 공유합니다. 
💌 오늘 나눌 이야기

[나를 키우는 기록] 무의미한 시간이 의미있는 시간을 선물해준다
[프리워커 주간보고] 부족한 나의 과거를 보면 아쉽지 않냐고요?
[단단의 소식] (4/10) 유튜브 라이브 - 독서 기록법
[댓글 게시판] 키세스, 유기농배, Rhino, 구름 님 
쉬어도 쉬는 게 아니야


3월 한달 내내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원하는 일을 하며 돈도 적당히 벌고 있는 데다가 하루 노동 시간도 회사원보다 짧은데 도대체 왜 소진감과 무기력을 느끼는 걸까. 원인을 찾고 싶었다.


지난 주말, 3월에 쓴 일기를 읽고 한달 회고를 하면서 원인을 ‘수면 부족’으로 결론지었다. 심리 코칭 세션에서 서밤 코치님은 내 일상에 도통 시간 낭비가 없다며 최후의 처방으로 ‘시간 낭비’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카페에서 책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읽다가 새로운 원인을 발견했다.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무릎을 탁 치곤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쉬겠다고 아침부터 카페에 나와 책을 읽다가 기어이 또 글감을 찾아내 글을 쓰러 가겠다니, 정말 못 말린다.


지난 일주일 내내 그랬다. 시간 낭비를 하겠다며 집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동네를 벗어나 강을 건너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도, 나는 영상을 찍고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조급함, 유튜브에 최소 2주에 한 번은 영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 산책 풍경이라도 찍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불안감에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었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머리는 쉴새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위해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쉴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완벽하게 세팅해두었다. 아침 루틴, 요일 루틴, 저녁 루틴, 내가 정해둔 틀에 맞춰서 재깍재깍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됐다. 타고난 성실함 덕분에 정해진 스케줄대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빵 하고 터지는 콘텐츠는 없었지만 구독자수도 조회수도 차근차근 성실하게 늘었다. 이대로 시간의 힘을 믿고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일단 내가 쓴 글이 재미없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못해 숨이 찬 나를 똑 닮아있었다. 보는 사람을 숨차게 아니 숨막히게 죄어오는 문체, 칼각으로 접힌 빨래 같은 문체, 따라가고 싶지만 거리를 좁히지 않고 아득하게 멀어지는 뒷모습같은 문체였다.



고유한 문체를 지니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문체는 작가 자신이다.


<글을 쓰며 생각한 것들>, 임경선



글을 쓰는 사람은 글쓰는 순간에서 보상을 받는다. 머릿속에 있는 걸 활자로 옮겨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 그 도파민에 중독되어 안정적인 월급까지 버리고 회사를 나와 놓고선 나는 회사 일 하듯이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 쉬는 장면도 기어이 찍어 버린... 지독한 크리에이터입니다 😂  

시간 낭비도

배워야 하는 거였어


그동안 나는 ‘시간 낭비’를 ‘일하지 않는 시간’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일을 안 하고 밖에 나가면 쉬는 거니까 시간 낭비 미션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어떤 순간이든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내 안의 압박감을 떨쳐버리지 않고는 도저히 휴식도 시간 낭비도 할 수 없었다.


시간 낭비란 결과에서 자유로워지는 거다. 시간을 낭비하는 과정마저 유튜브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느끼는 걸 글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허용해줘야 했다.


시간 낭비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배워야 하는 능력이었다. 그동안 내 삶에는 시간 낭비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시간 기록을 주제로 강의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능력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힘들게 한 거다.

※ 스콘 접시 위에 내려앉은 벚꽃잎 🌸

딴짓 vs 휴식

놀이 vs 일


“시계부를 보니까 너무 모범적으로 사시는데 딴짓은 안 하세요?”


구글 캘린더 시간 기록법 강연에서 받은 질문이다. 강연이 끝나고 주말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딴짓이란 도대체 뭘까 하염없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왜 그분은 놀이나 휴식이 아닌 ‘딴짓’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놀이는 하고 나면 즐겁고 휴식은 하고 나면 편안하다. 딴짓은 하고 나면 즐겁거나 편안하기는 커녕 찜찜하다. 딴짓을 한 내가 싫어지기까지 한다. 놀이와 휴식은 내가 적극적으로 선택했다는 감각이 있다. 딴짓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퇴근 후 피곤하고 지치고 억울해서 이거라도 안 하면 못 견디겠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열어 숏츠를 보는 것처럼.


딴짓은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이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 나는 퇴근 후 멍하니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곤 했다. 회사에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고 집에 와서도 기력이 없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 유튜브를 보는 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나는 딴짓을 끊을 수 있었다. 버는 돈이 줄고 생활이 불안정해졌지만 대신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지 선택할 자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게 많아졌고 굳이 딴짓으로 통제력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딴짓의 자리에 휴식을 넣었다. 운동, 베이킹, 독서는 내게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휴식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놀이이기도 했다. 그런데 휴식과 놀이의 시간마저 결과물로 환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소진감과 무력감이 시작됐던 거다.


딴짓과 휴식・놀이의 차이

  • 딴짓: 하고 나면 기분이 안 좋다
  • 휴식・놀이: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일과 휴식・놀이의 차이

  • 일: 결과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휴식・놀이: 결과물이 없어도 된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분명해졌다. 나에게 시간 낭비란 “결과에서 자유로운 몰입”이었다. 일을 안 한다고 해서 무조건 시간 낭비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난 이걸 알고 있었다. 작년 7월에 쓴 뉴스레터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다. 이래서 내가 쓴 글을 주기적으로 다시 봐줘야 한다.

회사를 다닐때 읽고 쓰는 활동은 목적과 성과를 잊고 그 자체를 즐기던 ‘놀이’였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매 순간이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느라, 놀이하듯 했던 읽고 쓰는 활동을 철저히 ‘일’로 하고 있었다.


일 모드에서는 뇌가 자유롭게 생각을 확장하지 못한다. 목적과 성과가 명확하기에 다른 길로 생각이 뻗어나갈 여지가 없는 거다. 일상을 일 모드로만 채우면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은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후의 처방

: 아침 시간을 날리자


최후의 처방을 내리기로 했다.

“아침 시간을 그냥 시원하게 날려버리자.”


오늘 아침, 10시간을 늘어지게 자고 8시반에 일어나 아침 루틴을 마치고 집 앞 카페로 향했다. 커피와 스콘을 주문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쳤다.


규칙을 정했다.

“햇살을 가득 받으며 책을 읽되 절대 이 책에서 글감을 찾으려 하지 않기.”


그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다가 한 시간쯤 지났을까. 결국 글감을 찾아 버렸다. 시간 낭비에 또 실패해 버린 거다. “오 이거야! 이제 글을 쓰러 가보자.” 속으로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실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에 돌아와 글을 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카페에 갈 여유를 스스로 허용하지 않고 바로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면 오늘의 글감을 찾지 못했을 거다. 어쩔 수 없이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OO 기록법’ 컨셉의 글을 의무감에 한껏 휩싸여 썼을 거다. 지금 이 글은 그보다 한결 편안하게 쓰고 있다. 시간을 시원하게 비우고 나니 오히려 재밌는 글감이 나를 제발로 찾아왔다.


모든 시간을 의미로 채워버리면, 진짜 의미 있는 시간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없다.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있어야 의미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무의미를 조금도 견디지 못하는 나는 그 대가로 의미를 잊어버리는 벌을 받았던 거다.


이번달 나의 새로운 미션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마침 카페 테라스를 즐길 수 있는 봄이 되었으니 매일 아침 햇살을 잔뜩 받으며 한 시간씩 책을 읽고 음악을 듣자. 또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훌훌 던져버리고, 이 시간이 지나고 아무런 결과물이 없어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 주자. 어떠한 목적도 결과도 없이 이 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 그게 지금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열심 아닐까.

※ 벚꽃을 손에 잡았어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란 이런 것 🌸
4/1 ~ 4/7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4/2] 노션 기록 정리 클럽 1회차

[4/3] 요즘사 파인더스 클래스 강의

[4/6] 유튜브 기획/촬영/편집까지 해놓고 폐기해버림



🌊 내가 나를 과소평가한 것 아닐까


지난 주에 용기를 내서 “말하는 유튜브” 영상을 찍어보았다. 반응이 어떨지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이전 영상보다 훨씬 낫다고 칭찬을 보내주셨다.


긍정적인 피드백에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관심 없으니까 무조건 도움되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고, 내 생각은 나한테나 중요하지 남들한테는 소음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님과 커피를 마시며,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작가님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냥 아무거나 다 해도 되요. 오히려 소소한 고민 같은 이야기가 독자들한테는 엄청난 콘텐츠가 되는 거예요.” 그 말을 감사히 들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내 글은 아무도 봐주지 않을 거라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이것도 작가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기는 하지만 뭐든 균형이 중요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지금보다는 나를 더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 부족한 나의 과거를 보면 아쉽지 않냐고요?


요즘사 파인더스 클래스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록 정리법”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가 끝나고 몇몇 질문이 마음에 남았다. 아마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웠던 것 같다. 주말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답을 정리해본다.


Q. 이전에 내가 만든 콘텐츠를 다시 보면서 아쉬울 때 어떻게 하시나요?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처음에는 “무엇이 아쉬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멈칫했다. 혜민님이 “어떤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아쉬울 수 있잖아요.”라고 덧붙여 설명해주셔서 곰곰 생각하다가 “그럼 추가 콘텐츠 소재가 생겨서 좋지 않을까요?”라고 답변을 드렸다. (생각해보니 지금 이 글도 Q&A 추가 콘텐츠인 셈이네요.)


이건 아마 내가 매주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소재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라서 나온 답변일 거다. 만약 나와 다르게 소재는 풍부한데 자기검열 때문에 콘텐츠 발행이 힘든 사람이라면 어떤 답변이 적절할까.


질문자의 마음에 빙의해서 머리를 굴려봤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도 나는 그리 속상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이전에 내가 만든 콘텐츠가 부족해보인다면, 그건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고 뿌듯한 일이지 않을까. 만약 누군가 과거 자신의 결과물을 보고 아쉽지 않다면, 그 사람은 발전이 없다는 의미일 테니까.


뉴스레터 글을 쓸 때, 오전에 만든 콘텐츠를 오후에 다시 보고 개선할 점이 생각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 몇 시간 사이에 과거의 내가 못 보던 걸 보게 되었다는 건, 하루 안에도 확실한 성장이 일어났다는 거니까.


자신이 쓴 초고를 읽고 만족하는 작가가 있다면 나는 그 작가의 글을 절대 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쓸 때, 작가들은 퇴고를 2~3번만 하지 않는다. 더이상 못하겠다고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친다. 볼 때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개선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 당연한 거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나는 시간 배분을 이렇게 한다.

  • 글감 기획 20%
  • 초고 작성 20%
  • 퇴고 60%


처음 쓴 글은 무조건 구리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완벽하길 바란다면, 퇴고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글쓰기 실력은 영영 늘지 않을 것이다.




🌊 콘텐츠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거 아닌가요?


내 머릿속을 맴돌던 두 번째 질문.


Q. 단단님은 기록 정리의 마지막 단계로 콘텐츠를 만들잖아요. 매번 그렇게 기록을 콘텐츠까지 만들어 정리하면 결국 콘텐츠를 위한 콘텐츠가 되는 것 아닐까요?


어떤 일이든 초반 구간에는 어느 정도 나를 갈아넣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일을 위한 일을 해봐야 일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오히려 성장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성장하는 시점은 “하기 싫지만 꾸역꾸역 일단 할 때”다. 콘텐츠를 만들던 초반에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성장이 느껴지진 않았다. 여기서 성장은 영향력이나 규모를 말하는 게 아니다. 콘텐츠 기획력, 글쓰기 실력의 성장을 의미한다. 영향력과 규모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뿐이다.


하기 싫고 힘들지만 꾸역꾸역 해내는 단계를 통과하며, 콘텐츠가 일이 되어 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퀄리티에 집착하느라 이게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시점에, 역량이라는 것이 폭발한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그게 의미가 있느냐” “비효율적인 거 아니냐”는 의심이 아니다.


이 마의 구간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이 치고 올라올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게는 이 의심을 견딜 시스템이 있는가.




🌊 비효율이 효율을 부른다


세 번째 질문


Q. 그렇게 쪽글 모아 긴글 쓰는 콘텐츠 방식은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요? (그냥 한 번에 쭉 쓰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학생 시절, 머리 좋은 친구들이 학기 내내 놀다가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나보다 성적을 잘 받는 게 부럽고 얄미웠다. 나는 그들이 노는 동안 매일 독서실에 가던 재미없는 모범생이었다. 그 친구들의 효율적인 공부 방식을 따라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고나게 체력이 약하고 작업 기억 용량이 작은 탓에 벼락치기로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내 방식대로, 매일 조금씩 그날 배운 지식을 반복 암기하며 작업 기억이 아닌 장기 기억에 입력하는 공부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흐르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벼락치기 달인들이 이제는 도리어 나를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가. 나이와 체력의 영향이 컸다. 친구들은 35살을 기점으로 체력이 약해져서 더 이상 벼락치기가 안 된다며 자신들도 나처럼 매일 조금씩 쌓는 방법으로 바꿔보고 싶은데, 벼락치기가 습관이 되어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게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매번 눈앞에 닥친 것만 처리하다 보니 성과는 좋았지만 돌아보면 모래 위의 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내가 온라인에 쌓은 기록이 자신의 성과보다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매일 조금씩 생각을 얹고 정제하며 글을 쌓는 방식도 그렇다. 단기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글의 내공을 쌓기에 이만큼 좋은 훈련이 없다.


일필휘지로 한 호흡에 쭉 써내려간 글은 쓸 때는 뿌듯할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하루치 고민’의 결과다. 며칠동안 계속해서 들여다보며 생각을 얹고 정제한 글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달 동안 고민한 결과다. 고민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주제를 붙들고 파고드는 훈련을 한 셈이다.


나는 외국어 공부도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한다. 매일 30분씩 일본어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영어 원서를 술술 읽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일본어는 1년 반이나 배웠지만 아직 기초 수준이다. 한 지인은 내 공부법을 듣고는 깜작 놀라며 말했다. ”10년 후에 일본 한달살기 하려고 10년 동안 매일 30분씩 영어 공부한다고요? 와… 진짜 ㅋㅋㅋ 그냥 가기 전에 몇달 바짝 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필수적인 일본어 기초 회화만 배운다면 몇달 바짝 공부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면 일본어가 내게 남을까? 한달 살기를 마치고 나면 휘발되지 않을까? 나는 나의 공부가 한겹 한겹 내 안에 남았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모든 경험과 노력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무엇이든 꾸준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오랫동안 지속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인 나의 기록은 장기적으로 엄청난 효율을 자랑한다. 내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는 동안에도 세상에 나를 알리고 나 대신 일을 해준다. 그러니 이 역시, 어떻게 꾸준히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할 뿐이다.





노션 어렵다는 분들을 위해
쉽고 간단한 템플릿 만들었어요.

단/계/자/아 기록 정리법을 적용한
단단이 실제로 매일 쓰는 노션을
통째로 옮겨왔습니다.

제가 수집한 레퍼런스는 덤 🎁
4월 유튜브 라이브 소식

4월 10일 저녁 8시 반
유튜브 라이브에서

독서 노트 기록법과
책 수다 함께해요 🙌
지난주 레터를 읽고 남겨주신 댓글과 답글을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게시판에 풀버전 댓글과 답글이 있어요.

오늘 레터를 읽고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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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세스 님
요일루틴!!! 너무 소름끼칩니다. 저역시 시간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해도해도 줄어들지 않는 일들이...산을 하나 넘으면 또 산이 생기고....그래서 저는 다음날 일이 없는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것 같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 믿는구석? 하나는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루틴이었거든요...그 루틴을 지키지 못하거나 하는게 또 스트레스....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끝나지 않는게 고민이던중 하나만 하자! 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고, 어쩌면 이게 말씀하신 요일루틴이라는 용어가 아닐까합니다.... 생각의 비슷함에 놀라고 신기하고 위로받는 글을 마주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고 그냥 기운이납니다. 감사합니다.^^

💬 단단: "하나만 하자!" 저도 이 생각에 요즘 엄청 의지하고 잇어요. 비슷한 생각을 담은 글을 보면 공감을 넘어서 위로를 받게 되지 않나요?


📫 유기농배 님
시간낭비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사람이 되려면 일단 시간낭비를 해봐야 한다.] 공감해요. 저는 딱 단단님의 반대거든요. 시간낭비를 너무×10 잘 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내적인 에너지가 부족해서 시간낭비 없이는 에너지 회복이 되지 않거든요. 시간 낭비를 못하는 딱 그 만큼 잠재된 에너지가 크다는 의미로 읽혀서 참 부럽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부딪쳐가면서 자라는 인간의 모습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아름답고 눈부신 시절을 보내는 단단님의 글을 웃으며 읽었습니다. 또 한 번 타인에게서 저를 긍정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단단: 와... 아름답고 눈부신 시절이라는 말씀을 듣고 너무 감동받아서 한참이나 이 문장을 읽었어요. 타인에게서 나를 긍정하게 된다는 말씀도 너무 아름다워요. 표현력이 정말 탁월하시군요!! 무엇이든 한번 끝까지 가봐야 중간 지점을 현명하게 찾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중용을 찾고 이전보다 마음에 드는 '나'를 갖게 된 유기농배님을 응원합니다!


📫 Rhino 님
그 46분짜리 동영상... 설거지 하면서 틀어놨어요. 결국 다 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책도 소개해주셔서 장바구니에 담았고요. 요즘 제가 하던 고민과 똑같은 고민을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유튜브 채널을 처음 시작했을 때 롤모델로 정했던 두분 중 한 분이 단단님이에요. 제 영상 구성도 단단님 채널 영상과 조금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저 역시 제가 만든 영상을 제가 보고싶지 않은거예요. '영상을 보는데 숨이 차다'는 단단님 표현이 정확했어요. 저는 지나치게 저를 속이고 가식적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덕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 단단: 어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군요! 기록에 관한 채널인지 궁금해져요.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그래서 돌아갈 나의 중심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롤모델로 삼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구름 님
완벽주의에 성실함, 오히려 쉬는 게 더 불편한 내향인이라는 점 등 저와 같은 점이 정말 많아서 단단님께 깊이 공감하곤해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내용은 여전히 탄탄해서 정말 멋지시다고 다시 한번 느꼈고요! 긴 호흡 영상도 정말 좋았답니다! 항상 응원을 보내요! 라이브도 기다리고있어요😍

💬 단단: 보내주시는 응원에 항상 큰 힘을 받고 있어요!! 이번에 감사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느꼈던 게 있어요. 내 그릇의 70%를 해야 편안하게 성과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70%로 내는 성과가 아쉽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가진 100%로 성과를 내려면 130% 쯤은 내가 이미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고수가 되어야 몸도 마음도 결과도 편안해질 것 같달까요. 그때까지 또 몸과 마음을 "천천히" 갈고 닦아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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