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스드 35호) 로힝야난민, 고려인난민, 마마마퀸, 리빙언도큐먼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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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laced Newsletter Vol. 35 (12월 2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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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_난민 #국제자금의_삭감 #인신매매

🌎 국제이슈 톺아보기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출처: 연합뉴스)

지난 11월 9일,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 필리포 그란디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장관들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난민 보호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세계의 난민 이슈를 언급했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많은 자원이 우크라이나 난민 보호에 투입되었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와 중동, 방글라데시 난민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었어요.

대표적으로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캠프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며 5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1960년대부터 종교적인 이유로 로힝야 사람들에게 박해를 가하였고, 결국 로힝야 사람들은 시민권마저 박탈당하며 단일민족 세계 최대의 무국적 집단으로 불리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2017년 미얀마 군부가 방화, 살인, 폭행, 강간과 같은 인권 유린 행위를 자행하면서, 미얀마를 탈출하여 현재까지 방글라데시로 향한 이들은 93만 6,700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UNHCR에서 올해 9월 발간한 <자금 부족에 관한 보고서(Underfunded report)>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환경을 개선하여 로힝야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모금된 예산은 초기 예산의 42%에 불과했어요.

자금의 축소는 생존을 위해 인도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로힝야의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로힝야은 NGO와 자선단체가 기부한 식량에 의존하고, 열악한 환경의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 생활고로 인해 로힝야의 많은 남성들이 합성 마약 밀거래 또는 인신매매와 같은 범죄에 가담하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현지 브로커와 결탁🤝한 이들이 성매매를 알선하며 로힝야의 여성과 아이들이 농장과 공장에서 성적 착취를 경험한 피해 사례까지 전해집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성과 아이들은 더욱 고립되고 있는데요. 난민 캠프에 살고 있는 상당수의 여성들은 “집안이 안전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한 채 고립된 로힝야 난민, 그중에서도 특히 폭력에 취약한 환경에서 인신매매와 성 착취 피해를 경험하는 여성과 아동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연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_고려인_난민 #지역사회 #법적_지위

📁 우리나라 이슈 톺아보기

지난 33호에서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의 상황에 대해 개략적으로 확인했지요. 오늘은 지역사회와 중앙정부의 상반된 대우가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의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키는 현상을 톺아볼게요.

지역사회엔 이미 3대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는 걸 아시나요?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경기도 안산시 뗏골마을,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이에요. 지역의 차원에서는 고려인의 한국 문화 적응과 정착을 조력하고 있어요. 최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선 키즈카페를 차려 초등학교 입학 전의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노력이 나타났고, 광주 광산구는 외국인주민과를 신설하며 고려인들의 안정적인 한국 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죠. 민간 차원에선 모금과 물품 지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중앙정부의 태도는 어떨까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한 이후 2천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가 우리나라에 입국했지만 대부분 단기방문비자만을 가지고 있어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법무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피란을 난민 사유로 인정하지 않아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국외에 살아야 재외동포법과 고려인동포법의 권리를 보장받는데,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국적의 외국인으로 취급될 뿐 동포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있어요. 이렇게 외국인으로 취급되면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병원비 걱정에 제 때에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해요.

지역사회에서 고려인 동포를 사회 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정착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고려인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생활하기 위해선 장기 체류가 가능한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게 필수적이겠지요.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들의 일상을 붕괴시킨 나라가 국가폭력의 주범임은 분명하지만, 과연 생존하고자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을 돌보지 않는 나라도 국가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럴 때엔 고려인 마을을 운영하며 문제와 개선점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지역사회의 제언을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요? 올해 7월부터 무려 열네 편 넘게 이어진, 그리고 광주전남기자협회 '2022 올해의 기자상' 신문기획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남도일보의 ‘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를 추천합니다.

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 보러 가기

#난민여성 #과테말라 #마마_마퀸

📖 연구 톺아보기

(출처: 페이스북 Mujeres Guatemaltecas Mamá Maquín)

여러분은 난민 '여성'을👤 떠올릴 때 어떤 모습을 연상하시나요❓ 희생당하고, 의존적이며, 의기소침하다는 이미지가 지배적인가요? 그런 모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테말라 난민 여성들의 단체를 사례로 연구한 인류학자이자 아메리카학자인 👩‍🎓패트리샤 페서(Patricia R. Pessar)의 논문을 소개합니다. <지역적, 국가적, 초국가적 맥락에서 여성의 정치의식과 임파워먼트: 과테말라 난민과 귀환민 (Women's Political Consciousness and Empowerment in Local, National, and Transnational Contexts: Guatemalan Refugees and Returnees)>이라는 제목의 연구인데요.📑 연구자는 신체, 국가, 난민캠프 등 여러 지리적 규모에서 젠더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양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여성과 남성이 인권과 시민권을 보장받기 위한 전략적 투쟁을 이어가는지 살펴봅니다. 특히 여성의 신체에서부터 세계 시민 사회에 여성의 참여를 옹호하는 초국가적 단체와 사회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젠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탐구했어요❗

중남미에 위치한 과테말라의 예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아요. 1996년부터 무려 35년이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때문에 과테말라의 15만~20만 명의 토착민들은 이웃 국가인 멕시코로 망명했고, 그 중 다수는 치아파스(Chiapas)주에 있는 난민캠프에 정착했는데요. 그곳에서 난민들은 땅을 임대하고 일을 하여 임금을 받아야만 부족한 식량 원조를 보충할 수 있었어요. 특히 여성들은 임금 노동을 하기 매우 어려웠고, 남성들과의 임금 격차도 심해서 여성들은 남성 동반자에게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난민캠프에서 과테말라 난민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 NGO와 같은 각종 기관 접촉하며 🌐글로벌 시민사회를 경험할 수 있었고, 문맹 퇴치, 스페인어 교육, 건강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 그리고 인권과 여성권리에 관한 워크샵에도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난민들은 처음으로 여성으로서의 광범위한 시민권을 자각하게 되었고, 망명과 본국 송환이라는 국경을 넘나드는 경험 속에서 정치 의식을 개발할 수도 있었어요. 과테말라 난민 여성들은 점점 권리 의식을 고양하면서 마마 마퀸(Mama Maquin)이라는 초국가적 NGO 단체를 설립하기까지 이르러요.🏛️ 마마 마퀸의 여성들은 여성이 남성과 나란히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체로서 사회와 국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젠더, 민족, 계급에 대한 의식을 가진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난민, 그리고 여성이라는 소수성이 교차된 상황에서 난민 여성이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차별을 겪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한편 페서의 연구는 오히려 이와 같은 경험을 토대로 난민 여성이 여성주의적이고 초국가적인 정체성을 자각하고 에이전시를 발휘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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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_언도큐먼티드 #넷플릭스 #미등록_이주민

👀 보다: 문화 톺아보기

<리빙 언도큐먼티드>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 센터)

이주민이나 망명자를 지칭할 때, 우리는 이제 ‘에일리언(alie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걸 경계합니다. 지난해 초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시작된 미국의 이민 정책 변화의 일환으로 명칭 변경이 추진되기도 했지요. 트럼프 정부의 반 이민 정책 아래 ‘에일리언(alien)’이란 이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미국🇺🇸 미등록 이주민들의 삶을 조명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바로 <리빙 언도큐먼티드(Living Undocumented): 표적이 된 사람들>입니다.

<Living Undocumented>는 2018년 트럼프 정부 시절, 강제 추방될 위기 속 참혹한 현실을 살아가던 여덟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미국에 왔지만, 이들 모두 반 이민 정책의 영향으로 갑작스레 추방 통보를 받고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 미등록 이주민들이지요😥. 공권력의 폭력을 피해 도망쳐왔지만 너무 긴 비자 승인 기간을 기다릴 수 없어 미등록 이주민이 된 멕시코 출신 여성, 미국에서 훌륭하게 자리잡고 지내왔지만 가족들이 강제 추방될 위기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온두라스 출신 남성처럼요. 미등록 이주민으로서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카메라 앞에 선 미등록 이주민들의 목소리는 당시의 비인도적인 미국 이민 정책이 어떻게 이들의 삶을 뒤흔들었는지를 자세히 묘사합니다✏️.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미등록’ 이주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 구조상의 이유 역시 설득력 있게 그려내요.

지금은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시기와 비교하면 노골적인 탄압과 차별은 줄어들었지만, 위험을 피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망명을 택하는 수많은 이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지켜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해요. 보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난민 수용 인원은 늘어난 난민 수용 상한선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아프간 난민과 우크라이나 난민, 베네수엘라 난민 등에게 부여하고 있는 인도적 특별 체류 허가는 난민들의 권리를 제한적으로밖에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어요.

이민 정책의 변화가 미등록 이주민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고 싶으신 독자분들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Living Undocumented>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