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희곡을 가져와 봤어요. 안녕하세요! 우비☔예요.
오늘은 처음으로 희곡을 가져와 봤어요.
희곡은 연극의 대본이 되는 글을 말하는데요. 배우의 대사, 지시문, 해설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희곡은 상연을 전제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문학으로서도 고유의 가치가 있답니다.
오늘 살펴볼 희곡을 쓴 박근형 극작가는 1999년 『청춘예찬』이라는 희곡으로 이름을 알린 국내 유명 극작가인데요. 그럼 오늘의 책도 한번 만나러 가볼까요?
※분홍 칸 안에 있는 문장은 책의 구절을 인용한 문장입니다!
※추천 노래를 들으며 뉴스레터를 읽어보세요! 뉴스레터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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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작가: 박근형
출판사: 이음
장르: 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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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곡에 나온 군인들은 모두 다른 시대와 장소에 속해 있어요. 2015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탈영병, 1944년 일본에서 카미카제에 지원한 조선인, 2003년에 이라크에 간 한국인과 그를 붙잡은 이라크인들이 나오죠. 그리고 2010년 대한민국의 서해에서 침몰한 초계함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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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대한민국 서해, 백령도 부근 초계함.
심문관 소령은 책상에 앉아 있고, 병사들이 일렬횡대로 앉아 있다. 군인들은 자신의 순서가 오면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김소령: 다음!
나일병: 일병 나영범. 일병 나일병! 어⋯ 그날이 그날, 그러니까 순검하기 전까지 저한테 미션이 하나 주어졌습니다. 초코파이를 모아 오래요. 분대장 생일이라고. (중략) 그런데 나중에 안 건데 승선해서는 과자 같은 걸 절대 남한테 주지를 않는데요. 배 안에는 개수가 한정되어 있어서요. 내가 그걸 몰라서⋯ 그래도 욕먹고 얼차려를 받다가 두 갠가 모아서 내무반에 돌아왔더니 선임들이 이 새끼 까야 한다고 갑자기 불을 끄라고 하는 거예요. 몰랐어요. 진짜. 몰카였죠. 갑자기 선임들이 초코파이를 모아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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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의 초계함에는 선배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 후배가,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하려고 준비하던 남자가, 전화기 너머로 아기의 옹알이를 듣는 아빠가, 매일 지각하는 부하직원이 타고 있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끝마친 이들 위에 검은 천이 덮이죠. 장면 5는 바로 배 안에서 죽은 군인들이 죽기 직전의 상황에 대해 직접 털어놓는 장면이에요.
우리는 배가 침몰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군인들이 왜 거기에 있었고, 무엇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는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몰라요. 그들의 일생은 한순간에 간단히 지워졌죠. 우리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비극과 나란히 두지만, 정작 그 단어가 방금까지 웃고 있던 사람들을 집어삼킨다는 걸 실감하지 못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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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의 장면 중에서도 극 중 세 쌍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위한 간주곡이에요. 금관의 팡파르로 시작되며, 화려하고 웅장한 선율이 귀를 사로잡죠. 마치 승전보를 가지고 온 군인의 씩씩하고 당당한 행진과도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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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힐 결혼, 그리고 그 순간을 기념하는 결혼 행진곡. 결혼에 있어 행진은 신랑 신부가 미래를 향해 떼는 환희의 첫 발걸음일 거예요. 가장 행복한 순간의 노래인 결혼 행진곡은 극 중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둔 동철이 전시 상황인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혀 죽기 직전의 상황에 처했을 때 무대에서 울려 퍼져요.
하지만 동철을 죽이려는 아스나를 마냥 탓할 수도 없어요. 이라크인 아스나는 얼마 전 미군의 폭격에 의해 남편과 아들을 끔찍하게 잃고 무기를 들게 된 사람이에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는 전쟁에서는 어느 쪽도 선 또는 악으로 단정 지을 수 없어요. 적에게 무기를 겨누기 위해서 끊임없는 합리화가 필요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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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나: 알라 저를 도우소서, 제 신념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잘못이 없습니다. 이는 순수한 영혼입니다.
하지만 난 이를 지금 죽여야만 합니다.
위대한 알라여 제게 힘을 주시옵소서.
미국이여! 네가 한국한테 한 짓을 보아라.
한국, 미국과 같은 편에 서게 된 너희 벌이다.
이것은 우리가 아닌 너희의 선택이다.
너희는 우리 이라크 사람들을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너희는 미국을 위해 온 것이다!
동철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한국, 이 남자의 목숨은 너희 손으로 직접 빼앗은 것이다.
아스나, 칼을 높이 치켜들면,
암전.
결혼 행진곡 점점 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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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총을 들고 폭격을 가하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에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전쟁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요. 남과 경쟁하며 밟고 올라서야 성공한다는 믿음이 강해진 이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각자의 무기를 갈고닦으며 싸울 준비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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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나: 우리도 원래부턴 군인이 아니었어. 전쟁이 우리를 군인으로 만든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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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곡은 실제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사건의 묘사로도, 전쟁에 희생당한 개개인의 무수한 사연으로도, 전쟁이라는 비유로 나타내어진 현대 사회로도 읽을 수도 있어요. 지금도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전쟁 중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2023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도 다 전쟁 중일지도 몰라요. 점점 모두가 군인이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까요? 탈영병은 이렇게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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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우린 모두 전쟁 중이고, 우린 모두 군인이라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에 죽어야 하는데 아, 난 왜 자신이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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