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파이 브루잉 컴퍼니 주상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한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잠깐 미국 스타트업에서 관련된 일을 했다. 맥파이는 미국에 가기 전 2014년도부터 손님으로 오면서 알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우연히 맥파이 이태원 매장에서 비어 서버로 일을 시작했다. 단순히 맥주를 파는 것 외에 맥파이가 세상에 선보이고자 하는 이야기와 재밌는 활동들이 좋았고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지 않았다.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맥파이의 목소리를 책임지고, 맥파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는 2011년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시작했다. 외국인 동네 친구 네 명이 맥주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오픈한 공간이 현 이태원 매장이다. 맥파이(magpie)는 한국어로 '까치'란 뜻이다.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까치처럼, 한국에 좋은 맥주 문화를 선보이고자 한다. ‘3C : Craftsmanship, Community & Culture’의 세 가치를 중심으로 맥주를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맥주를 ‘잘 전달하는 것’에 정성을 들인다. 그러기 위해 맥주마다 고유의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부여하고 맥주의 레시피, 네이밍, 비주얼화 등의 과정에 모든 팀 구성원들이 관여한다. 예를 들어 동네친구(Old Pals Pils)라는 필스너 스타일의 맥주가 있는데, 기존 필스너보다 홉의 존재감이 풍부하고 아로마가 향긋해 몇 잔을 마셔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어제 봐도 오늘 또 보고 싶은 매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동네친구’라는 맥주로 네이밍했다. 현재 맥파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친구 중 하나다.

매번 일부러 전통적인 요소를 찾아 넣는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통적인 것과 독창적인 것을 만드는 데에 기발한 밸런스를 찾고자 한다. 맥파이 팀은 우리가 습득한 로컬 재료나 문화를 맥주로 표현하고 구체화하는 것을 즐기는 DNA를 타고났다. 반대로 글로벌 트렌드를 맥파이의 스타일로 소화해 한국 맥주 팬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영감을 수합하고 선별하는 일이 우리에겐 즐겁다. 요즘 맥주는 장르 간 경계를 뛰어넘어 전에 없던 스타일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전통적인 맥주도 있는 반면 가공 방식이나 재료 면에서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로컬 문화와 결합해 한국 맥주 시장에 잘 소개하고 싶다.

여러 형태의 협업이 있지만, 맥파이는 단순히 두 브랜드의 로고를 새겨 넣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성 있는 콜라보레이션은 두 브랜드가 서로의 제품에 대한 존중과 창조 정신을 공유할 때 일어나기 마련이다. 맥파이는 맥주 산업을 뛰어넘어 3C의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를 찾고자 한다. 협업을 포함해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디아블로2’라는 게임은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즐기는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게임 이미지보다는, 세계관이 있는 디아블로와 맥파이의 어센틱(authentic)한 요소를 합치는 협업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디아블로2 게임에는 다섯의 대표 악마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첫 보스인 안다리엘(Andariel)은 독이 주된 공격이라 초록빛의 맥주와 재료에 호불호가 있는 민트 초콜릿을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맥주는 세 번째 악마인 메피스토(Mephisto)인데, 번개를 뿜어 내는 악마에서 영감을 얻어 사워 맥주(sour beer)로 만들었다. 총 다섯 종류의 맥주를 세트로 만들었고, 서로 다른 산업 간의 협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협업 기회를 만들어준 블리자드 코리아 팀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우리는 뭘 하든 창조하는 것을 좋아한다. 맥파이 핵심 가치 3C 중 ‘Craftmanship’과 관련 있다. 초창기에는 실크 스크린 포스터도 제작했었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방식은 디지털 세상으로 많이 옮겨 갔다. 맥파이도 경험 위주의 인터랙티브한 디자인을 요즘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말씀하신 ‘현무암’ 맥주 포스터는 인스타그램 필터로 AR(Augmented Reality·증강 현실)을 활용했다. 처음엔 ‘이걸 누가 해?’라고 생각했는데, 이태원 매장에 현무암 AR 포스터를 붙여 놓으니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재밌어 하시더라. 단순히 맥주를 넘어 맥파이만의 문화이자 이 커뮤니티 속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체험은 어떤 것이든 시도해 보고 싶다.

‘봄마실’ 캔을 잡는 순간, 스크린 속에서 펑 하고 꽃다발이 생겨나는 AR을 상상해 봤다. 구현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현재 AR을 활용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인스타그램 필터인데, 주류 품목에 한해서 메타 측이 걸어 놓은 제한이 상당히 많다. 맥파이만의 디자인을 즐기기 위한 색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인데, 법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말 그대로 맥파이의 10주년을 축하하는 생일 잔치였다. 10주년 맥주 ‘십년감수’, 기념 티셔츠, 라이브 DJ 음악과 친구 레스토랑의 음식 등 이 지역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자리였다. 맥파이가 위치한 경리단길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유동 인구가 많이 줄었는데 이번 10주년 생일 잔치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감동적인 광경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는 시점과 함께 화창한 날씨가 맞물려, ‘이제는 이벤트가 필요해’라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이 동네에서 맥파이가 그 뚫어뻥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10주년 맥주도 전부 소진되어 버렸다. 맥파이 커뮤니티 한 분 한 분께 정말 감사했다.

우리에게 커뮤니티는 굉장히 커다란 개념이다. 맥파이 팀 구성원뿐 아니라 맥파이 맥주를 마시는 손님들, 함께 협업하는 작가들, 도매를 통한 외부 유통 등 맥파이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개인부터 우리가 함께 성장하려는 지역 사회까지 통으로 커뮤니티라 생각한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다른 주종에도 관심이 많다. 설비나 라이센스로 인해 한계가 있지만 외부 협업을 통해 다른 주종이나 논알콜 등으로 범위를 넓혀나가고 싶다. 맥주를 가장 잘해야 하지만 다양한 행보를 기대해 달라.

맥파이 맥주를 제공하는 페스티벌을 크게, 제대로 하고 싶다. 아직은 비밀 프로젝트지만, 제주 양조장 근처 로컬분들과 열심히 친분을 쌓는 중이다. (웃음)

맥파이는 굉장히 두터운 팬층이 존재한다. 단순히 맥파이의 맥주뿐만 아니라 서비스, 디자인,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가치에서 공감하는 분들이다. 그에 걸맞게 맥파이 팀도 맥주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열풍 이면에 숨은, 크래프트만이 주는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 싶다. ‘수제’는 ‘craft’의 한국어 번역에서 출발한 것인데 그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더 미친 걸 만들어야 크래프트인가, 더 근본적인 걸 만들어야 크래프트인가. 그 와중에 맥파이스러움이라는 걸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브랜드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는 맥주가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기고, 축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맥주만 있으면 누구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게 바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그런데 ‘굿 비어’는 정의가 어렵다. 단순히 맛있어도 굿 비어지만 맛 이외에 좋은 맥주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하다. 아까 말한 맥파이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얘기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 이세(IISE)와 타투이스트 아프로 리(APRO LEE)와 협업한 맥주 ‘토닥토닥’의 수익금을 자살 예방 사업에 기부했다. 재작년 조지 플루이드 사건을 화두로 전 세계 1000여 개의 양조장이 ‘블랙 이즈 뷰티풀(Black is Beautiful)’이라는 맥주를 만들었을 때, 맥파이도 이에 동참했고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했다. 이들 모두 소중한 맥파이 커뮤니티인 동시에, 이들과 함께 크고 작은 행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에겐 좋은 맥주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모든 것에 주력한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브랜드 확장에 관심이 많다. 특히 맥파이의 3C(Craftsmanship, Community & Culture)를 중심으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주력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자’로 말하고 싶다. 지난 10년간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다채롭게 변했고, 해외 맥주 시장에도 흥미로운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맥파이가 소개할 수 있는 것도 정말 많아질 것 같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맥파이스러움’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첫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만든 맥주 중 하나다. 가장 오래된 맥파이 시즈널 맥주 중 하나로, ‘막차’라는 맥주에 프릳츠 커피 원두를 넣어 만들었다. 싱글 오리진 원두를 알리는 맥주는 세계에 몇 없다. 그만큼 자부심이 크고, 커피 문화와 맥주 문화를 연결지어 알리고 싶은 맥주다. 개인적으로는 ‘동네친구’도 추천한다. 어제 마셔도 오늘 또 마시고 싶은 맥주다.

글 이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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