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23
AI 시대, 인간 의사의 존재를 묻다
2025.7.29
최혜란 에디터
님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화에 이어 한국 직업환경의학 현장에 맞춰 AI 모델의 해석 경향을 가볍게 살펴본 시도를 다룹니다. 특수건강진단과 유사한 케이스를 제시하고 모델별 수치 근거 제시 방식과 업무 적합성 판단 차이를 간단히 비교해 보았으며, 보다 체계적인 평가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당초에 2화 한 편으로 써두었던 원고이지만 분량이 많아 부득이하게 두 편으로 나누어 연속하여 발행하게 되었음에 양해를 구합니다. 
3화. 특수건강진단 판정을 AI가 대신할 수 있을까?  
글쓴이: 최혜란 (주식회사 반조 대표이사,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미니 벤치마크 - 특수건강진단 케이스 테스트 


해외 벤치마크는 대부분 영어 기반이고, 한국 의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특수건강진단이라는 맥락이나 한국어 기반 임상 질문에 대해서는 AI가 어떤 수준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이를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이번 글에서는 HealthBench의 평가 방식을 참고하여 동일한 폐기능 검사 수치 및 그래프를 제시하고 특수건강진단 상황에서 흔히 경험하는 예시를 프롬프트로 제시하여 여러 AI 모델에게 해석을 요청해 본 결과를 공유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 AI가 실제로 얼마나 의사 다운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또 모델 간 어떤 차이를 보이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0세 남성, 20년 경력의 타일공 케이스: 모델별 판정결과 비교

특수건강진단 업무 중 종종 만날법한 케이스를 필자가 임의로 만들었습니다. PFT 역시 실제 사례가 아닌 교육용 자료로 공개된 것을 이용하였습니다. 간단한 히스토리와 해석 맥락을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통해 제공하였고, 근로자건강진단 실무지침 제1-3권을 첨부하여 참고하도록 하였습니다. 다만, Claude Opus 4 모델의 경우, 첨부파일 용량에 제한이 있어 프롬프트만으로 얻은 결과인 점을 참고 부탁 드립니다.


“30년간 타일공으로 일하고 있는 57세 남자(163cm, 72kg) 가 특수건강진단을 받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수행하였다. 현재 흡연자이며 매일 2갑씩 20년간 피웠다. 최근 가래 및 기침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하며 호흡음은 정상이다. 기존 타일 철거와 타일 절단 작업을 할 때 분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며 지난 10년간은 충실히 방진마스크를 착용하였으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호흡기 증상으로 인해 방진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금연은 3번 시도 했으나 실패하였다. 제시한 PFT 결과 및 근로자 건강진단 실무지침을 참고하여 상기 남성의 건강관리구분 및 업무적합성 평가, 사후관리 소견에 대해 기술하시오.”

아래는 각 모델에게 동일한 프롬프트와 이미지를 제시하고 얻은 결과를 요약한 표입니다. 결과를 보시기 전에 케이스를 보시고 어떤 판정 결과가 나올지 예상해본다면 흥미로우실 것입니다. 참고로, 각 모델의 응답 결과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전체 답변 링크:

GPT‑4o | GPT-o3 | GPT-o3 pro | Claude | Gemini

AI 모델별 판정 요약 표

AI 모델별 해석 격차와 시사점 
- 기본 수치 판독 능력은 표준화 단계, 응답속도를 고려한 모델 활용 전략 필요 
 

  1. 기본 생리·수치 판독 능력은 이미 표준화 단계

    모든 모델이 FEV₁·FVC·FEV₁/FVC 등 핵심 지표를 유사하게 해석하고 경·중등도 폐쇄성 장애로 일관되게 진단했습니다. 이는 AI가 PFT와 같은 정량적 데이터 처리에서는 ‘전문가급 일관성’에 이미 도달했음을 보여줍니다.

  2. 판정등급 일관성은 아직 미완성

    판정등급 분류에서는 GPT-계열·Claude가 대체로 C1(직업병 요관찰자)을, Gemini만 D1(직업병 유소견자)으로 평가하는 등 모델마다 해석 기준이 엇갈렸습니다. GPT o3 pro는 C1과 D2를 병합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는 ‘직업성 vs 일반질병’ 가중치 분배 규칙이 내부적으로 다름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특수건강진단판정이나 산재 심사와 같은 실무 적용을 위해서는 공통의 가이드라인·입력 포맷을 사전 정의하여 일관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3. 업무적합성 평가는 대체로 수렴

    다섯 모델 중 네 개가 ‘나형(조건부 적합)’을 선택했고, Gemini만 ‘다형(부적합)’을 권고했습니다. 즉, 실제 작업 지속 가능성 여부에는 대체로 합의를 이루는 반면, 극단적 판단을 내리는 모델도 있어 모델 선택과 프롬프트 세팅이 결과 신뢰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4. 고도 모델의 권고 디테일이 실무적 가치를 높인다

    GPT-4o·o3 Pro·Claude는 PAPR·FFP3·습식 절단 등 공학적 조치부터 재검 주기·교육 계획까지 ‘체크리스트’ 수준의 세부 권고를 제시한 반면, 기초 모델이나 Gemini는 금연·보호구·환경 개선 등 ‘포괄적 지시’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정보 밀도가 높은 모델일수록 사후관리 및 각종 보고서 작성 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 효용이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5. 응답 속도까지 고려해야 하는 실시간 적용성

    GPT-4o·Claude·Gemini는 즉시 응답한 데 반해, o3는 약 1분 47초, o3 Pro는 6분 33초가 소요되었습니다. 이는 실시간 상담·현장 지원용 챗봇에는 응답 속도가 빠른 모델이 유리하며, 심층 보고·추가 검토용으로는 반응 시간이 긴 고도 모델도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AI의 의학적 판단 능력은 이미 ‘전문의’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이번 미니 벤치테스트는 모델별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다르지만, 이성 처리 능력만큼은 과거 어떤 도구보다 강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판정 업무에 한정한다면 다양한 AI 서비스가 전문의 수준의 일관된 결과물을 기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GPT-4o(2024년 12월 출시)와 o3 Pro(2025년 06월 출시)처럼 불과 수 개월 단위로 출시된 모델 간에도 해석 품질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는 사실을 통해 AI 의 발전 속도를 체감하게 됩니다 . 따라서 의료 현장에서는 “한 번 써보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 업데이트·교차 검증하여, AI의 빠른 응답력과 고도 모델의 디테일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직업환경의학용 '헬스벤치'를 직접 만들자 


AI가 주도하는 변화는 이미 현실에서 진행 중이며, 우리는 이를 주체적으로 준비하고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를 관망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직업환경의학 분야 특유의 노출·산업·규제 맥락을 반영한’ 헬스벤치를 직접 설계해 AI를 평가하고 보완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어떤 모델이 현장에 적합한지, 또는 부적합하다면 왜 그런지를 명확히 설명하고 AI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주체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AI 활용의 안전망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일입니다. 이렇게 체계화된 평가 틀이 갖춰질 때, AI와 의료 전문가는 진정한 상호 보완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단편적 케이스를 통해 판정 업무 일부만을 테스트했습니다. 그렇다면 고전적인 벤치마크 테스트와 같은 방법으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시험과 유사한 조건의 문항을 AI 모델들에게 풀게 해보면 어떨까요? 다음 화에서는 포괄적 영역에서의 응답 능력을 측정한 결과를 공유합니다. 놀랍게도 한 모델은 90점을 기록했지만, 점수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이 뛰어난 AI가 정말 나를 대신해 일해도 될까?”라는 근본적 물음이 남기 때문입니다.

[시리즈 기사 보기]
1화. AI의 진화와 의학의 변곡점: LLM이 열어갈 새로운 지평
2화. HealthBench로 본 의료 AI 성능, 과연 믿을 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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