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셀럽이 사랑한 Bag & Shoes' 전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민 기자입니다.

제가 부서를 옮기면서 전시 취재를 좀 더 활발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예술가의 이야기가 아닌 독특한 전시 이야기를 가져와봤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가 쓰던 물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특히 나의 가족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쓰던 물건은 왠지 영혼이 담긴 듯한 느낌이 들죠.

저도 작년 외삼촌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 외삼촌이 쓰시던 지포 라이터를 기억의 의미로 가져왔었거든요.

오늘 소개해드릴 전시는 이 '물건'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될 계기가 될만한 전시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지난주 베네딕토 교황이 세상을 떠났던 소식을 듣고 이 영화를 떠올린 분 계시죠? 베네딕토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를 극화한 '두 교황'입니다.

위 영화 속 장면에서 '주케토'를 눈여겨 보시겠어요? 주케토는 가톨릭에서 교황, 추기경, 주교가 쓰는 모자를 뜻합니다. 그런데 베네딕토의 모자는 흰색, 프란치스코의 모자는 빨간 색이죠?

이 흰 주케토는 교황만이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네딕토가 은퇴하고, 프란치스코가 교황이 됐을 때 "바티칸에 역대 최초로 흰 주케토 두 개가 공존했다"고 했다네요.

그런데 이 베네딕토가 썼던 주케토를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기획 과정에는 전시품 중 하나였으나, 개막식 날 베네딕토가 선종하셨다고 합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베네딕토의 주케토.
  가톨릭 관계자분들도 전시장에 와서 보시고 '이게 어떻게 여기에 있느냐'며 놀랐다고 하는데요. 이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열리고 있는 '셀럽이 사랑한 Bag & Shoes'전입니다. 이랜드뮤지엄이 30년 간 수집한 소장품 50만 점 중에서 200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거릿 대처의 '핸드배깅' 상징하는 핸드백
마가렛 대처가 80세 생일파티에 들고 간 핸드백
전시장 초입에서 교황과 관련된 물건들 뒷편으로 가시면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마가렛 대처가 입었던 수트와 핸드백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핸드백은 그녀를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합니다.

각료회의 때 테이블 위에 대처의 핸드백이 올려져있다는 것은 그녀가 '그 자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시였습니다. 그래서 핸드백만 있어도 회의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또 대처가 정치적 적수에게 심리를 압박하는 말로 공격을 하는 것을 두고 영국에서는 '대처가 핸드배깅(handbagging)을 한다'고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이 때부터 '핸드배깅'은 상대를 공격적인 언사로 압박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였고 옥스포드 사전에까지 등재됩니다. 대처에게 핸드백은 무기였던 셈이죠.
화려한 삶 보여주는 물건들
고전 할리우드 시대 전설적인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사용했던 래빗 클러치백

할리우드 섹션으로 넘어가면 좀 더 화려한 양상이 펼쳐집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큰 핸드백 대신 1930년대 처음으로 등장한 '미노디에르'라는 클러치 형태의 가방을 들기 시작합니다.


그런가하면 루이비통 로고로 뒤덮힌 여행용 트렁크를 한가득 쌓아 놓고 사용하기도 하죠.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트렁크 세트는 2015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루이비통 순회전에도 출품됐다고 합니다.

마이클 잭슨이 '디스 이즈 잇' 투어를 위해 주문 제작했던 크리스털 의자

저는 이 의자가 마이클 잭슨이 투어를 다닐 때 숙소에서 쓰기 위해 주문제작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대에서 사용해도 될만큼 화려한데, 혼자서 쓰기 위한 것이었더군요.


안타깝게도 이 의자는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예정됐던 '디스 이즈 잇' 투어를 위한 것이었는데, 콘서트를 몇 주 앞두고 마이클 잭슨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가장 값비싼 물건은 '스포츠 레전드'의 땀의 기록
마이클 조던의 '더 라스트 댄스' 저지와 에어조던 13
전시장에는 레이디 가가, 비욘세, 퀸, 밥 딜런, 니키 미나즈, 아리아나 그란데 등 쟁쟁한 팝스타들의 물건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화려한 물건들을 보다보니, 어떤 전시품이 가장 비싼 것일지 궁금해져서 큐레이터님께 조심스레 여쭈어 보았는데요

역시나 마이클 조던의 저지와 에어 조던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비싼 가치가 매겨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조던의 시카고 불스 마지막 시즌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이 공개된 뒤 가격이 더 뛰었답니다.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같은 마지막 시즌에 입었던 저지가 141억 원에 낙찰되며, 마라도나의 '신의 손' 유니폼 기록(113억)을 제치고 스포츠 스타의 소장품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셀럽의 물건, 현대인의 토템일까?
이렇게 많은 유명인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니, 제가 봤던 영화나 음악이 떠오르고 또 왠지 친숙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런 물건들이 높은 가치가 매겨진다는 사실이 제겐 (새삼스럽지만) 가장 흥미로운 화두로 다가왔습니다. 엄밀히 보면 그냥 낡은 물건인데 누군가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그것을 구매하고 싶어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런 물건들이 현대인의 '토템'은 아닐까, 전시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토템'은 과거 부족 사회에서 어떤 물건에 신이 있다고 믿어서 신성하게 여기고, 그 부족의 상징물로 여기는 것을 뜻하죠. 여러분의 토템은 무엇인가요?
오늘의 영감 한 스푼, 어떠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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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레터에서 소개한 토끼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은 뒤러의 '야생 토끼'(66.7%)가 과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은 요셉 보이스의 '죽은 토끼'(22.2%), 제프 쿤스의 '토끼'(11.1%) 순이었네요.

😁: 지난 뉴스레터를 보고 보내주신 의견을 소개합니다.
🔸뒤러의 세밀한 붓터치가 토끼를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털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은 것 같아요. 아직은 붓으로 그린 작품이 예술적으로 더 와닿는 것 같아요.(고등어)
👉아마 많은 분들이 고등어님과 같은 느낌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보이스가 분주하게 움직인 3시간이 위의 세 작품 중 가장 역동적이지만 가장 고요한 토끼가 등장한다는 점이 역설적인 것 같아요. 바깥의 관객이 토끼의 생사를 모르는 채였다면 일련의 행위로 토끼를 살아있는 것처럼 믿었을 것 같아요. 사람의 사고가 약간의 눈속임으로 흐려지는 것이라면 우리의 생각과 개념이 특권인지 허상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해석이네요. 요셉 보이스의 퍼포먼스는 이렇게 많은 상징을 숨겨 놓아서 해석의 여지를 열어주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요셉 보이스가 "나에게 토끼는 부활의 상징"이라고 했는데, 그냥 개인적 관념일까요? 아니면 서양 문화에서 토끼가 그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할까요? 검색해보니 티치아노의 그림 중 "Madonna of the Rabbit"이라는 것이 있길래요. (felix)
👉 말씀주신 것처럼 서양 문화에서 토끼가 부활의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겨울에 토끼굴에 들어갔다 새끼 여러 마리가 살아나오는 걸 보고 마치 부활하는 것처럼 생각했다고 합니다. 뒤러도 토끼 수채화를 종교화에 그려 넣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그린 것이랍니다.

🔸머리에 꿀을 바르고 가슴에 안은 토끼에게 3시간 동안 작품을 설명하는 퍼포먼스를 끝내고 나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요셉 보이스의 작가 정신이 돋보입니다.
👉 당시에는 누구나 할 수 없는 퍼포먼스였죠.😊
😊: 이밖에 다양한 의견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영감 한 스푼'이 전해드릴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가까운 소통을 원하신다면 저의 인스타그램(@mini.kimi)으로도 찾아오셔서 편히 이야기 나누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김민 드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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