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도 잘하기 어려운 세상
누군가에겐 사진가, 누군가에겐 출판사 대표
그리고 누군가에겐 여행 책방 대표
진정한 '갓생'을 살고 계신 선배님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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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진가이자, 출판사 대표이자, ‘비온후’ 책방을 운영 중인 이인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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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정말 갓생을 살고 계신 거 같아요.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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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건축을 전공해서 건축설계사로 일을 했었어요. 일을 배워가면서 설계사무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다 보니 건축사사무소에서 직원으로서 일하는 건 자신 있었지만, 일을 하면서 건축가는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함께 일하는 파트너부터 시작해서 시공, 전기, 설비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고 그들에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건축이 완성된다는 것을 보면서 과연 내가 10년 뒤 건축가가 되어서 잘 해나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그때 마침 <공간>이라는 잡지에 실린 건축 사진특집을 보고 ‘아 건축 사진가라는 직업도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죠. 사진도 찍으면서 저의 경험도 살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집기사에 대담을 하신 1세대 건축 사진가이신 정정웅 선생님의 스튜디오를 찾아가서 어시스트가 되어 건축 사진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받아주셔서 건축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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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진가라는 게 익숙하지 않은데 어떻게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게 됐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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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어시스턴트로 사진을 배우는 중에 부산에서 건축 잡지가 생겼는데, 정정웅 선생님께 작업 의뢰가 왔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잡지사에게 본인의 어시스턴트가 부산 친구이니 일을 맡겨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본격적으로 사진가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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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어린 나이로는 직업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 텐데 과감하게 도전하셨네요. 주변에서 걱정하지는 않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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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보다는 사진 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 선배에게 그만둬야 할 거 같다고 말했더니 일하기 싫어서 그만둔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하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사무소가 워낙 바쁠 때여서 365일 중에 360일은 야근을 할 때였거든요.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아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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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로 활동하시면서 출판사는 어떻게 운영하게 됐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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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로 10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촬영한 사진들을 인쇄물로 만들어야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비온후’ 출판사를 만들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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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후’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는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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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영어로 아이디를 만들던 분위기였어요.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저희 남편이 국문과 출신이어서 한글과 영어가 함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건축 사진을 찍다 보면 비 온 뒤 하늘을 배경으로 찍는 건축 사진이 제일 찍기 좋거든요. 그래서 한글로 ‘비온후’ 영어로는 ‘be on who:누군가와 함께 한다.’라는 의미로 짓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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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이름이네요. 사진가에서 ‘비온후‘ 출판사 대표로 그리고 지금은 ’비온후‘ 책방도 운영하고 계신데 책방까지 운영하시게 된 계기도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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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운영하는 동안 지역에 있는 책방들끼리 운영하던 ‘매일매일책봄’이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세 곳의 책방이 운영하는 행사였는데, 책방을 이어주는 길 사이에 ‘비온후’ 출판사가 있어서 행사 기간 동안 공간을 오픈해 줄 수 없겠냐고 하셔서 흔쾌히 내어드렸죠.
그 일을 계기로 책방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과 친해지게 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만약 우리가 출판사와 책방을 같이 운영하게 된다면 필자와 독자를 다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곳에 ‘비온후’ 책방을 열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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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부산에서는 ‘비온후’ 책방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브릿지 구독자분들에게도 ‘비온후’ 책방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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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후‘ 책방을 독립 책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독립 출판물들도 있지만 일반 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독립 서점보다는 편집 서점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온후‘에서 주로 건축, 인문학, 미술 등의 책들을 많이 내다보니 ’비온후‘에서 책방을 낸다면 ‘여행 책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여행을 갈 때 그 지역에 건물을 보러 가기도 하고, 미술관을 가기도 하고 하는 것처럼 저희 책방에서 그런 책들을 보면서 여행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책방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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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진가부터 책방 운영까지 과정들이 무척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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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망미동에 이사를 와서 동네 맛집들을 소개하는 ‘아주 사적인 맛집 지도’라는 걸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본인의 가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분들도 생겼고, 2019년에 '망미골목 책방영화제'를 동네분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가까워지게 되고 지금은 '망미골목 아름다운이웃'이라는 커뮤니티로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고 있어요.
처음 설계사무소를 그만둘 때는 여러 사람들과 일하는 게 막연히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함께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느끼고 있어요. 혼자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도 같이 모이니까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커뮤니티 멤버들과 근처에 커뮤니티 술집까지 오픈했어요. 저의 또 다른 부캐가 만들어진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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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출판사, 책방 그리고 앞으로 새롭게 선배님이 만들어 가실 스토리가 너무 기대돼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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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부캐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최종적으로는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곳에 가서 누구나 쉽게 찾아와서 즐기다 갈 수 있는 작은 책방과 전시장이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뤄서 하나의 공동체 마을처럼 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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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선배님과 인터뷰를 하던 중,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고 말았어요. "제가 그려가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 지금 선배님의 모습 같아요"라고요. 인터뷰 내내 행복한 표정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선배님을 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저마저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도 언젠가 선배님처럼 저의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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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
건축, 사진, 책 전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놀랐어요. 저도 선배님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연결시키고 제 삶에 하나씩 채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님의 현재가 될 때까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셨을 건데 용기가 대단하신 거 같아요. 저도 저를 위한 시간을 더 늘리고 노력해야겠어요. 바라기만 한다고 이루어질 순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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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갓생'이라는 단어와 찰떡이신 선배님을 만나 뵙게 돼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시다 보니,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내 행복해 보였답니다. 저 또한 좋아하는 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일의 의미를 잃고 무의미하게 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는데,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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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돗자리펴고 서로의 본책을 구경도 하고, 구입도 할 수 있는 마켓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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