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배 안에서의 네 시간을 우습게 봤다. 맨바닥에 등을 깔고 누워 있자니 온몸이 불편하고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누군가 슬쩍 자리를 침범했다. 그래서 두 번째 여행부터는 패드형 매트리스와 얇은 침낭을 배낭에 담아와 깔고 덮었다. 잠자리가 완성되니 단단한 경계가 생겼다.
자리를 펴고 교감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을 때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마이크를 들고 객실로 들어왔다. 객실에 있던 모든 승객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안녕하세요? 객실에서 식사나 음주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밖에 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뭐 간단히 과자나 음료를 드시는 것은 괜찮습니다. 김밥도 옆에 계신 분들이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맥주 정도는 어떨까,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맥주도 술이죠. 제가 도수로 술을 나눌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규칙이니만큼 맥주도 밖에서 드셔야 합니다.”
차분하고 정감 있는 목소리는 의외로 쉽게 전달됐다. 승객들은 “네.” 하고 대답했다. 그는 도착 시각, 냉난방 조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 후, 옆 객실로 옮겨 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여객선의 사무장으로 매일 녹동과 제주를 오간다. 승객들을 대면하고 직접 안내 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그의 아이디어다. 다른 여객선들만큼 즐길 거리 갖추지 못했으니 성의라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