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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3매 |  최갑수

손톱을 자르며

새벽에 일어나 레터를 쓰고, 밴드에 들어가 리추얼에 대한 피드백을 달고, 시나몬 롤 하나로 점심을 먹고 신사동에 미팅이 있어 운전을 해서 갔다. 한남대교 건너 신사동 접어들어 좌회전 두어 번 우회전 두어 번. 100미터 거리를 유턴을 하는 데 15분이 걸렸다.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가다가, 얼마 전 받은 야자 화분이 생각나 사무실에 들렀다. 기분 탓인가, 잎이 약간 시들한 듯 보였다. 분무기로 물을 주었는데, 잎사귀 사이로 잠깐 무지개가 일었다.


집으로 와서 밥 먹을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고 해서 삿포로 캔맥주 하나를 따고 방울토마토와 먹었다. 날이 어두워지려면 아직 멀었다. 해 지기 전까지 모네 화집이나 보아야지. 모네의 그림은 가르치려는 마음이 없어 좋군. 그나저나 테이블 야자에는 야자열매가 열리려나?


해가 어서 져야 잘 텐데. 그래야 잠자리에 들 수 있으니까. 모네는 제자리에 꽂아두고, 해 지길 기다리며 손톱을 깎는다. 손톱이 조금만 길어도 신경이 쓰인다. 매일 매일 글을 쓰게 된 이후 특히 그렇다.


잘려 나간 손톱이 책상 위에 초승달처럼 떠 있다. 티슈로 손톱을 쓸어담으며 보이지 않는 이에게 묻는다. 밤은 언제 와서 깜빡일 것입니까. 여행은 언제쯤 끝날 것입니까, 눈물은 언제쯤이나 마를 수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아름다운 일입니까. ✉️ 

최갑수는 시인이며 여행 작가다. 출판사 '얼론북'을 운영하며 책을 펴내고 있다.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 등을 썼다. 그의 인스타그램 @ssuchoi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 나는 철없이 살기로 했다 |  성시윤

이제는 어머니 전화를 ‘언제나’ 받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찜질방에 다녀왔다. 어머니와 찜질방 나들이를 한 것은 2018년 12월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4년 6개월 만이다.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안에 있는 찜질방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이런 데는 비싸지 않니?” 하며 걱정하셨다. “온라인 예매하면 2만 원도 안 된다”고 설명해 드리니 마음을 놓으시는 듯했다.


일행은 어머니(85세), 형(57세), 나(53세). 노모와 중년의 아들 둘은 찜질방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조합이다. 어머니는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것을 힘들어하신다. 찜질방에서 우리 형제가 양쪽에서 어머니 손을 잡아 일으켜 드렸다. 어머니는 “아들들이랑 오니까 좋구나”라고 하셨다. 4년 6개월 전에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아들들과 처음 찜질방에 온 날 어머니는 ‘알래스카 11박 13일’ 여행을 온 것처럼 좋아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매년 모시고 와야 하겠다’라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놈의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나는 코로나19 비상사태가 해제되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매년, 아니 계절마다, 아니 어머니가 원하실 때마다 어머니와 찜질방에 가려고 한다. 찜질방에 집착하는 것은 내 마음속 죄송함 때문이다.


2016년 3월의 어느 늦은 밤. 나는 평소처럼 술이 떡이 된 채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부재중 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려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러다가 그날 어머니가 평생 처음으로 내게 보내신 휴대전화 문자를 ‘발견’ 했다. 어머니는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얼마 안 된 상태이셨다. 폴더폰에선 엄두 못 내던 문자 보내기에 도전해 보신 것이다. 난생처음 보내신 문자는 이것이었다.

사랑해 아들! 건강하지?

요지음도 힝들지. 잘이겨네 인내하고.

늘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 늘 기도 할게, 엄마가

안녕 .사랑해 !


그런데, 그런데 나는 채팅 메시지창에 있는 다른 문자 하나를 보고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어머니가 내게 문자를 보내시기 두 주 전에 내가 어머니께 보낸 문자였다.


죄송합니다.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연락주세요.

  

휴대전화에 설정된 ‘전화 거절 메시지’였다. 짐작컨대 내가 전화를 받기 곤란한 상황에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고, 나는 예사롭게 전화 거절 메시지를 누른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휴대전화에서 전화 기록을 확인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어머니께 회신한 흔적이 없었다. 거절 메시지만 달랑 보내고서 어머니께 전화해야 하는 것을 보름 가까이 잊은 것이다. 그 순간 내가 어떤 아들인지 실감했다. 어머니는 내게서 전화가 없자 ‘아들이 언제나처럼 바쁘고 힘들게 사나 보다’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잘 이겨내’라고 문자를 보내신 게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눈물이 쏟아졌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려 했으나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택시 뒷자리에서 목을 놓고 울었다.


깜짝 놀란 기사가 백미러로 나를 살피더니 “손님! 괜찮으세요?”하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라고 겨우 답을 하고선 이내 대성통곡했다. 택시 기사는 ‘이상한 손님이 희한한 주사를 부린다’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가는 내내 울었다.


택시에서 느낀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채팅 메시지를 캡처했다. 집 나간 탕아가 회개하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그 사진을 올렸다. 언제든 내가 찾아서 볼 수 있도록. 그러면서 어머니와 더욱 시간을 많이 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고백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달라진 점을 찾자면 그 날 이후론 어머니 전화를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받는다는 것이다. 팔순 노모의 전화를 받지 못할 만큼 바쁜 일이 대관절 무엇이냐는 마음으로.


나는 찜질방에서 어머니 옆에 누워 7년 전 어머니와 내가 주고받은 문자를 떠올렸다. 우리 어머니는 그 문자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을 전혀 모른다. ✉️

성시윤은 글쓰기 강사다. 신문사 기자를 지내며 20여 년 매일 글을 썼다. 지금은 매일 같이 수영을 하고, 이따금 글을 쓴다. 다양한 페르소나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 얼론 앤 어라운드 원데이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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