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지막 날 담롱 팀원들과 신년 회식을 가졌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와인 3병을 나눠 마시며 각자의 근황을 공유했죠. 달콤한 와인과 쌉싸름한 치즈 사이에 두고 오간 그날 대화는 왠지 꽤 씁쓸했답니다.

이날 대화의 주요 화두는 '생존'이었어요. 팀원 대다수가 이래저래 힘들어 보였죠. 일이 너무 많거나, 몸 곳곳에 피로함이 깊게 쌓인 듯한 삶.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서 어디에 하소연해도 풀리지 않는 그런 일상을 다들 살고 있었어요. 다음날 무언가를 해야겠단 작은 불씨마저 꺼버리는 삶이요. 제가 뭐라고 말하겠어요. 저도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걸요. 사실 이날 회식도 피곤함을 겨우 이겨내고 갔던 거라고요.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영위하며 악착같이 버티고 있을 뿐이랍니다. 가령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다녀온단 식으로요. 친구들을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이나 맛난 걸 나눠 먹는 삶도 분명 행복합니다.

단지, 그 이상 정말 좋아했던 것들을 실행할 에너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집 가는 길에 마음 한편이 공허했답니다.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이란 담롱의 슬로건이 정말 지켜질 수 있을까 싶은 회의감이 들었어요. 나 혼자 살아남기도 벅찬 이 세상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약한 인간이라 그날 아침에 결심한 의지가 다음날 사라지는 사람인걸요.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왓챠에 올라온 <스테이션 일레븐>이란 드라마를 다시 봤답니다. 이 드라마는 치명적인 독감으로 인류의 99.9%가 죽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해요.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가 일부 마을을 이뤄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죠.

내일의 생존마저 보장되지는 않는 상황. 그런데 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는 유랑악단이 있습니다. 장갑과 페트병으로 의상을 만들고, 작은 불빛에 의존해 마을에서 연극을 하죠. 마을 사람들은 그 연극을 보며 즐거움에 빠지죠.

여주인공인 키어스틴의 팔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문신이 있어요.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란 말은 드라마와 원작소설을 모두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문명이 사라지고, 역사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단절되어도 우린 생존 그 이상의 의미를 찾는단 걸요. 버티는 삶으로는 한계가 있단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어느 때보다 살아남기 참 힘든 시대에요. 생존경쟁에서 뒤떨어지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치열한 삶. 동시에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이란 담롱의 슬로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담롱 PD들이 만든 영상을 보고 제가 위로 받았던 것처럼, 누군가 그럴테니까요.

그 안에서 우리들끼리라도 마음과 마음이 서로 연결됐으면 해요. 이 글을 읽는 선생님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모르지만, 선생님은 혼자가 아니에요. 옆에 있는 이를 챙기며 우리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남아 봐요.

벌써 설날 연휴입니다.

담롱 선생님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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