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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8일

오늘의 절기 : 우수(雨水)

단장확인 [🌧️]

오늘은 24절기 두 번째 절기, 우수(雨水)에요. 눈이 비가 되고, 얼었던 땅과 강이 녹기 시작하는 절기랍니다. 이 무렵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말처럼 이 시기를 지나면 뿌리는 물을 흡수하고, 새순이 자라고, 꽃망울이 부풀어 올라요. 산에서는 도롱뇽과 개구리가 산란을 시작했어요. 삽이 들어가지 않았던 땅은 조금씩 녹아서 포슬포슬해지고요. (녹지 않은 땅은 비가 오면 물을 흡수하지 못해서 질척여요) 농부는 씨앗을 고르고, 새 농사 준비를 하죠.

하지만 아직 봄과 겨울이 힘겨루기하는 시기라, 변덕이 심한 절기이기도 해요. 그래서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붙는다”라는 속담도 있죠. 비슷하게 책 '정원가의 열두 달'에는 2월 날씨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해요.

2월은 일 년 중 가장 짧은 달, 열두 달 가운데 가장 덜떨어진 애송이 달이다. 하지만 꼴에 변덕스럽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교활하기로는 열두 달 가운데 단연 최고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낮에는 꽃망울을 덤불 밖으로 살살 꼬여내어선 밤이 되면 얼려 죽이고, 당신을 한껏 유혹하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얼간이 취급을 하는 게 바로 2월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겨울은 조금씩 물러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냈던 철새들은 조금씩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요. 철새들에게 우수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절기겠죠? 겨우내 익숙해진 보금자리를 훌훌 털어내고 날아가는 새들을 보니 남 일 같지 않아요. 저도 새로운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려고요. 학교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인사 다니고 있어요. 도서관에게도, 학교 뒷산에도 생육실의 식물들도, 무성해진 잡초도 뽑아주고요. 몸에 힘은 빼되… 움츠러들지 않고 기세 있게 새로운 곳으로 떠나려고요.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단원님, 평안한 봄날 보내고 계신지요?

안팎의 자연도, 온라인 세상에서도 봄을 느끼는 요즘이에요. SNS에는 전국 식물원, 국립공원에서 복수초, 풍년화, 설강화, 삼지닥나무 꽃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봄나물 소식도 들려요. 텃밭 분양 공고도 올라오고요. 식물 책도 조금씩 신간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우후죽순 올라오는 프로그램 게시글을 보니, 식물의 절기, 시작의 절기가 다가오는 게 느껴져요.

월별로 사계절을 뭉뚝하게 자른다면, 봄은 3에서 5월까지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식물을 알기 시작하면 수많은 봄을 느낄 수 있어요. 복수초가 피는 봄, 풍년화가 피는 봄, 매화가 피는 봄과 냉이와 두릅을 먹는 봄 등 눈과 입이 즐거운 절기를요. 물론 울새가 울고, 청딱따구리가 호호호호 우는 봄도 맞이해야죠. 올해도 다양한 봄을 알림장에 담아볼게요. 우리도 절기에 맞게 부지런히 움직일 준비를 해두자고요! 당장 달릴 필요는 없어요. 스트레칭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희와 함께 봄맞이 준비도 하셔야죠! 올해도 웅의 숙원사업인 <냉이 마트>는 진행합니다. 냉이 캐러 함께하실 분은 3월 중순 토요일을 비워두셔요! 그리고 제비꽃이 피기 전에 다양한 제비꽃의 세계를 알려줄 온라인 수업도 마련했어요. 그리고 이번 알림장에서는 땅이 없는 분들을 위한 식물하는 법과 더불어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 봄나물 빙고를 가져왔답니다.

그럼, 우수 식물알림장 즐겁게 출발!

지난 알림장 보기

📝우수 절기 미션 : 봄나물 먹기

알림장마다 절기를 즐기기 위한 작은 미션을 드려요. 제철 과일을 먹고, 새 소리도 들으면서요! 혼자 하면 민망할 수 있지만, 전국에 있는 단원님들과 함께하면 우리들만의 재밌는 작당이 될 테니까요.

이번 미션은 ‘봄나물 먹기’에요. 달래, 냉이, 두릅, 미나리, 쑥 같은 봄나물들은 이르면 설부터 마트에 나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하우스에서 재배한 봄나물이지만요. 이른 봄나물을 조금씩 식탁 위에 올리면서 봄을 느껴보아요!

저는 올해 ‘제철 행복’이라는 책에서 ‘도다리쑥국’이라는 음식을 처음 알았어요. 작가님은 2월이 되면 남쪽 지방으로 도다리쑥국을 먹으러 여행을 떠나신다고 해요. 저도 올해는 늘 먹던 냉이와 달래 말고도 다양한 봄나물 요리를 먹어보려고요. 초식 마녀님이 추천해 주신 쑥 토스트도 좋고, 두릅튀김 타코 등 다양한 봄나물 퓨전 요리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고요! 단원님도 즐겨 먹는 雨水 메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봄 요리 추천하기 & 봄나물 요리 인증

참! 그거 아세요? 냉이의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라고 해요. 귀여운 생김새와 다르게 비장한 꽃말에 ‘오우.. 그렇게까지?’ 싶었는데, ‘그렇겠지. 뿌리까지 국 끓여 먹으니까’하는 댓글을 보고 깔깔 웃었어요. 그럼 다른 봄나물들의 꽃말은 뭘까요?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냉이 :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
두릅나무 : 희생
달래 : 청렴, 신념
미나리 : 고결
쑥 : 평안 여유 행복

사실 식물원에서는 ‘꽃말’을 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과학적인 사실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식물원의 생각과 달리 관람객들은 꽃말을 항상 좋아했어요. 저도 직원일 때 왜 다들 왜 꽃말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알 것 같아요. 꽃말은 식물과 사람을 이어주는 단순하고 강력한 연결고리더라고요. 물론 인간의 일방적인 해석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식물이 일상에 스며들게 하죠. 말 못 할 이야기를 꽃으로 전하며 물성 있는 비유가 되어 메세지를 전하기도 하고요. 작년에 받은 식물의 효능이 담긴 동화도 이런 맥락에서 흥미로웠어요. 동화가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식물의 생김새로 효능을 추측하던 때를 지나('간처럼 생긴 잎을 지녔으니 간에 좋을거야' 같은), 체득한 약리적 효능을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논리와 이성을 최고로 보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이야기는 숫자와 통계보다 우리 마음에 남아 있잖아요. 이를 증명하듯 무수한 시간을 거쳐 제게 왔고요. 아무튼 꽃말에 대한 분석은 이쯤하고, 우리는 평안, 행복, 신념 같은 꽃말을 한껏 음미하며 아낌없이 주는 봄나물을 먹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