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승리했다
 Season 6  vol 28. 💡2025.11.21. ~ 2025.11.27.

"함께인 우리가 승리했다"
44년 자수 인생, 최고의 순간은
'링 밖의 변화' 이끄는 난민 출신 복서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서울은 이번 주 초반 날씨가 꽤 추웠는데요. 이 겨울을 무사히 나기 위해 여러 방한템을 뒤적거리게 됩니다. 나뭇가지도 이제 앙상해졌어요😭 입주자님도 컨디션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번 주 따뜻한 플랫 레터 시작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문제입니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이 남긴 일명 ‘엡스타인 문건’이 공개될 전망입니다. 엡스타인 사후 6년, 그의 성범죄 사실이 경찰에 처음 신고된 때로부터 무려 20년만입니다. 

엡스타인이 수십년에 걸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을 넘나들며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한 탓에, 엡스타인 문건 공개 요구는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는데요. 그 싸움을 이끈 ‘생존자 자매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미성년자 시절 엡스타인에게 성착취를 당한 피해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엡스타인 문건 강제 공개안 투표를 앞두고 미 하원 앞에서 자신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였는데요. 한 피해자는 과거의 자신처럼 지금도 어디선가 같은 피해를 당하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나왔다고 했고, 또 다른 피해자도 “우리는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그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정치에서 살아남느라 지쳤다”며 이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어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계기는 버지니아 주프레의 죽음입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최초의 피해자로 다른 피해자의 증언과 회복을 도운 인물로, 지난 4월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후 출간된 회고록 맨 앞장에는 “성적 학대를 겪은 생존자 자매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적혔어요. 

이처럼 같은 피해를 겪은 이들의 힘겨운 연대 덕분에 엡스타인 문건 공개가 가시화됐습니다. 공화당 내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도 성적 학대를 겪은 당사자로서 강제 공개안에 서명하며 연대를 표명했습니다. 엡스타인 피해자인 한 여성은 “함께 모일 때마다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로 바뀌게 된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강제 공개안에 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엡스타인 성범죄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처한 사람으로선 지나치게 당당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할 때는 아래로 보는 시선을 느끼곤 했어요. 자수에서는 장애 구분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런데 대상을 받은 이후 장애인 예술인을 아끼는 많은 인연을 맺게 됐죠.”

유일한 장애인 인간문화재인 이정희 자수장에게 44년 자수 인생 중 가장 영예로운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이정희 자수장은 무형문화재 지정이 아닌 장애인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꼽았습니다. 

이정희 자수장은 소아마비를 앓은 뒤 장애인이 됐고, “장래에 희망적으로 살 수 있는 뭔가”를 가르치고자 했던 어머니의 돌봄을 받았습니다. 친척 언니가 학을 수놓는 모습을 보며 한눈에 반한 이후에는 독하게 자수를 익혔다고 해요. 26살에 중요무형문화재 한상수 선생의 전수관을 찾아 상경했고, 황실 자수인 ‘궁수’를 접하며 그의 자수 세계가 바뀌었습니다.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용보, 10폭 병풍 청룡백호도 등 수많은 작품이 그의 손 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장애인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화관은 청와대에 기증됐고요. 대한민국 장애인문화혁신대회 최우수상(2006년), 올해의 장애인상(대통령상·2010년) 등 수상 이력과 해외 전시 경력도 무수합니다. 오는 12월 15일부터는 ‘실 한 올의 감동’이라는 타이틀로 44년 자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는 저녁엔 전북과학대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장애인임에도 사회복지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잘 배워 장애인 동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유대감이 이정희 자수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가 수놓을 세상을 응원합니다.

소말리아 최초 올림픽 복싱 대표가 된 람라 알리를 아시나요? 알리는 소말리아 내전에서 오빠를 잃은 뒤 가족과 함께 탈출해 케냐를 거쳐 영국에서 복서로 성장했습니다. 런던에서 10대 시절 복싱을 우연히 접하며 인생이 바뀌었는데요. 그는 “복싱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돌아봤어요. 영국 내셔널 타이틀, 2019년 아프리카 존 페더급 챔피언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소말리아 최초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가 됐습니다. 

링 밖에서의 활동도 눈에 띕니다. 람라 알리는 2018년부터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난민과 소녀들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 여성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람라 알리 시스터즈 클럽’을 설립고요. 이곳에선 학대 피해 여성, 여성 전용 공간을 원하는 무슬림 여성, 저소득층 여성 등 누구나 무료로 복싱과 피트니스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해요. 클럽은 런던·뉴욕·플로리다 등으로 확장됐습니다. 

자신의 영향력과 상징성을 다른 여성을 위해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그의 말입니다. “링 위에서 이룬 성과보다, 링 밖에서 제가 만드는 변화가 더 기억되길 바란다. 타인을 위해 하는 일이 우리가 이 세상에 지불해야 할 ‘존재 임대료(The rent you pay on this Earth)’다.” 


이번 주에도 김연서 인턴기자가 꾸립니다. 이번에는 노래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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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여성혐오 범죄 기사를 접하지만 매번 새롭게 속상합니다. 무너지는 마음을 이겨내는 방법은 ‘분노로 전환하기’입니다. 함께 분노할 사람이 있을 때 덜 슬프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 갑갑함도 조금 가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문화가 있는 플랫’에서는 여성혐오 범죄에 분노를 표하는 노래와 책을 소개합니다.



🎶자우림 ‘My Girl’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그가 바이러스를 주었지 더러워서 죽여버리고 싶어.”


자우림의 신보 12집 ‘LIFE!’의 타이틀곡 ‘My Girl’은 폭력적 관계에서 벗어나라고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노래 속 화자는 “비굴한 태도, 그러나 맥락 없는 분노”를 드러내는 남성으로부터 달아나라고 외칩니다. 노래의 주제는 “I don‘t wanna lose you”라는 문장을 통해 선명히 드러납니다. 노래는 🧵‘더는 한 사람도 잃지 않겠다’는 절박함을 락 사운드와 함께 밀어붙입니다. 자우림은 이번 앨범에서 “분노를 더는 관조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It’s a mad world”라는 가사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자 통쾌한 일침입니다.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 마리아나 엔리케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이 책의 표제작인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아르헨티나 여성들이 겪는 폭력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소설은 ‘입에는 입술이 아예 없었고, 뭉개진 코는 대충 세워 놓기만 한’ 어떤 지하철 여인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입은 화상 때문에 ‘눈도 한쪽밖에 없는’ 얼굴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실비나는 모든 일이 이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모든 일’은 여성들 사이 유행하기 시작한 ‘분신 문화’를 의미합니다. 지하철 여성 외에도 수많은 여성이 불에 타는 일이 발생하면서 여성들은 ‘여성폭력’에 저항하고자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분신’이라는 저항 운동은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얘야, 불을 지르는 건 남자들이란다.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를 거란다.”라는 구절은 그 행위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소설 속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함께 분노하고 끝까지 투쟁합니다.


이 소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습니다. 🧵실제로 남미 여성들은 여성 폭력이 만연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남미라는 낯선 나라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이 이야기가 ‘여성’이라는 접점으로 우리와 연결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 <하얀 차를 탄 여자> 흥미롭네요. 정려원 이정은이 나온다니,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봐야겠어요.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 From.Flat 

📣 어쩌다보니 이번 레터에서는 세상이 정한 틀을 깨고 나온 멋진 여성들이 돋보이네요. 나와 비슷한 사람의 도전기를 보면서 용기를 얻는 건 만국 공통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기도 합니다. 플랫은 앞으로도 이곳저곳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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