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자체보다 변화에 집중하세요
'관리자 효과성'을 올리는 길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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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근래 강의 등 최소한의 외부 활동만 가능합니다. 이제 나이가 드는 게 느껴지네요. ㅜㅜ 뉴스레터 발행이 안 된 점 사과드립니다. 아시겠지만 한 편 작성을 위해서 논문 두세 편을 읽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듭니다. 이번 주말에 휴식을 취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2026년 관리자 효율성 조사 (2026.10.14) @betterworks
  

조직에 인공지능 도구와 자율형 에이전트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숨통이 트여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 많은 경영진과 HR 담당자들은 '중간관리자'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팀원들의 일정표를 챙기고, 취합 보고서를 만들고, 단순 반복성 질문에 답하느라 하루를 다 보내던 관리자들이 드디어 잡무에서 해방되어 진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확인된 수치는 우리의 직관과 완전히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글로벌 HR 성과관리 플랫폼 베터웍스가 미국과 영국의 디렉터급 이상 HR 및 현업 비즈니스 리더 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26년 10월 발표한 Betterworks 2026 Manager Effectiveness Survey 결과를 들여다보면 대단히 기묘한 격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응답 기업의 78%는 관리자가 이미 AI 도구나 에이전트를 실무에 쓰는 팀원들을 이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거의 열 명 중 여덟 명의 관리자가 '인간과 AI가 섞여 일하는 복합 팀'을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기술 도입에 발맞춰 관리자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다시 설계했다"고 답한 조직은 고작 25%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은 이미 인공지능과 뒤섞여 돌아가고 있는데, 조직이 정의한 관리자의 자리는 5년 전, 10년 전 그대로 멈추어 있습니다. 일의 내용과 협업의 문법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조직은 관리자에게 기존의 평가와 근태 관리, 일정 조율을 그대로 둔 채 "이제 AI 에이전트까지 얹어서 팀의 생산성을 두 배로 뽑아내라"는 무언의 압박만 더한 꼴입니다. 그리고 이 78%와 25%라는 거대한 간극은 곧바로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처참한 숫자의 격차로 이어졌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술 변화에 앞서 관리자의 역할을 선제적으로 재설계한 25%의 조직에서는 '관리자 효과성(Manager Effectiveness)'이 무려 94%에 달했습니다. 반면, 기술만 도입하고 관리자의 역할 정의를 방치한 조직의 관리자 효과성은 59%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무려 35%포인트라는 거대한 낙차가 단 하나의 변수, 즉 '관리자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다시 정의했는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많은 경영진이 여전히 착각합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가 도입되었으니 팀장들은 더 편해졌겠지?"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관리자의 중요성이 AI로 인해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리더는 겨우 10%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82%는 관리자의 역할이 과거와 다름없이 중요하거나, 오히려 비즈니스 성공에 훨씬 더 결정적인 축이 되었다고 못 박았습니다. 관리자의 관할 범위가 지난 3년 사이 크게 늘었다고 답한 비율도 80%를 넘었고, 실제로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팀을 관리하게 되었다는 응답도 47%에 달했습니다.

일은 더 불확실해졌고, 팀원은 사람과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로 양분되었으며, 조직이 요구하는 코칭과 변화 관리의 강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호인 [지금리더] 리더가 위험하다(Manager overwhelm) 1에서 가트너 조사를 인용하며 관리자들이 겪는 심각한 과부하 상태를 살펴본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관리자의 75%가 감당할 수 없는 업무에 압도당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AI 관리'라는 거대한 짐짝이 제대로 된 설명서도 없이 얹힌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리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병목은 과연 무엇일까요? 혹시 관리자들의 디지털 역량이 부족하거나 프롬프트 다루는 법을 몰라서일까요? 데이터를 조금 더 깊이 뜯어보면 아주 흥미로운 진실이 드러납니다.

리더들에게 "관리자의 효과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1위로 꼽힌 것은 '끊임없는 환경 변화(48%)'였고, 2위는 '서로 충돌하는 우선순위(40%)'였습니다. 반면 기업들이 습관적으로 꺼내 드는 처방인 '관리자 교육 및 훈련의 부족'은 고작 25%로 조사 대상 항목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너무나 손쉽게 "팀장들 역량이 부족하니 교육 프로그램을 돌리자"고 말합니다. 지난 호 [지금리더] 리더가 위험하다(Manager overwhelm) 2에서 짚었듯이, 현실과 동떨어진 일회성 강의실 교육은 관리자의 과부하를 털끝만큼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관리자가 무너지는 이유는 그들이 무능하거나 AI를 배울 의지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조직 내부에 가득 찬 구조적 마찰(organizational friction), 즉 줄어들지 않는 불필요한 결재선, 상충하는 지표, 매주 쏟아지는 불명확한 우선순위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주체가 조직 안에서 쪼개져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HR 리더의 64%는 "관리자 효과성을 담보하는 것은 HR의 책임"이라고 답한 반면, 현업 비즈니스 리더의 62%는 "최고경영진과 임원진의 몫"이라며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었습니다. 제도와 도구를 쥐어주는 인사 부서와, 당장의 사업 목표를 쥐어짜는 경영진 사이에서 누구 하나 "관리자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공식적으로 정리해주지 않는 사이, 관리자들은 양쪽의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완충재로 소모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원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기술만 던져주고 역할은 방치한 회사가 맞닥뜨리는 두 번째 비극은 바로 '신뢰의 붕괴'입니다. 같은 시기 HBR Korea에 실린 디지털 아티클 AI 에이전트 확산 핵심은 '직원의 신뢰'는 기술의 성능보다 훨씬 더 위험한 복병으로 '관리자와 직원 사이의 불신'을 정조준했습니다.

기업이 AI 도구나 에이전트를 도입했을 때, 현장 직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경탄이 아니라 불안입니다. "내가 AI를 써서 업무를 반나절 만에 끝냈다는 사실을 팀장에게 알리면 어떻게 될까? 당장 더 많은 일감이 쏟아지거나, 내 자리가 축소되는 것 아닐까?"라는 두려움입니다. 이 두려움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지식 은폐(Knowledge Hiding)' 현상이 발생합니다. 혼자 몰래 에이전트를 써서 편하게 일하면서도, 관리자 앞에서는 이전과 똑같이 밤을 새우며 힘들게 일한 척 연기를 하는 것이죠. 팀 전체의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져야 할 기술이 개인의 '비밀 무기'로 숨겨지는 순간, 조직이 기대했던 거대한 시너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마치 살아있는 인격체인 양 '디지털 팀원'으로 과도하게 포장할 때 생기는 역설도 상당합니다. 팀원들은 에이전트가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비판적 검증을 소홀히 한 채 책임을 AI에게 전가하고, 관리자는 에이전트의 오류를 일일이 잡아내느라 두 배의 에너지를 씁니다. 동료 간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대화가 줄어들면서 서로가 무엇을 잘하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이른바 '관계 미끄러짐(Relationslipping)'까지 겹쳐집니다.

결국 과거 호인 [지금리더] AI 에이전트에게 권한은 어디까지?에서 우리가 함께 고민했듯, 에이전트에게 자율적 의사결정을 맡겨놓고 방관하는 것은 거버넌스의 허구에 불과합니다.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물에 책임을 지고, 팀원들의 불안을 어루만지며,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조율해야 하는 최종 책임자는 결국 사람, 즉 '중간관리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조직은 그 관리자에게 권한도, 새로운 기준도, 덜어낸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알아서 잘 관리하라"며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조직 행동론과 직무 설계(Work Design) 분야의 오랜 학술적 지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자의 과부하와 혼란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왜 위험한 착각인지를 명쾌하게 증명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호주 커틴대학교의 샤론 파커(Sharon K. Parker) 교수와 연구진이 2017년 저명 학술 저널인 The Academy of Management Annals에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 Work Design Influences: A Synthesis of Multilevel Factors that Affect the Design of Jobs에 따르면, 일의 설계는 결코 현장 실무자나 관리자 개인의 자발적 의지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기술 환경이 급변할 때 조직 차원의 공식적인 직무 재설계(Top-down work redesign)가 부재하면, 중간관리자들은 심각한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과 '역할 과부하(role overload)'에 직면하게 된다고 분석합니다.

새로운 기술 시스템이 유입되면 기존 업무의 경계와 상호작용 방식이 흔들리는데, 최고경영진과 제도적 차원에서 "이 업무는 기술로 넘기고, 관리자는 이 새로운 가치에 집중하라"는 명확한 직무 재설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현장의 관리자들은 과거의 일과 새로운 요구를 둘 다 떠안는 '일의 축적(task accretion)' 상태에 갇히게 됩니다. 파커 교수의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자명합니다. 직무 재설계는 관리자가 알아서 '요령껏'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재배치하는 구조적 결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년도 사업 계획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설계하고 있는 지금, 경영진과 인사 책임자들은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개편에서 관리자들에게 또 어떤 새로운 목표와 AI 도구를 얹어줄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관리자의 어깨에서 무엇을 공식적으로 덜어내 주었는가?"를 먼저 질문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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