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자이너를 위한 영감과 인사이트를 저장하는 공간 (:D)Drive입니다.

TMI지만 저는 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했는데요. 얼마 전 함께 공부했던 대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외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 그리고 디자인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친구까지, 같은 공부를 했지만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된 모습이 새삼스럽고 신기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학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을 들고, 제가 공부했던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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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n] 전기차 시대의 다양한 변화와 시도
• [marketing] 약한 사장은 살아남을 수 없다
• [archive] 보편적인 모든 것
• [info] 포니가 새로와졌읍니다
• [refresh] 이걸요? 제가요? 2.74초 만에요?

전기차 시대의 다양한 변화와 시도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와 완전히 다른 구조로 되어 있기에, 그만큼 디자인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또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격동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나오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알록달록한 도로를 꿈꾸며

국내 자동차들의 73%가 무채색 계열이라고 하는데요. 중고차 가격을 방어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다소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전기차 시대에는 이런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BMW에서 공개한 ‘i Vision Dee’ 콘셉트카는 말 그대로 색이 바뀌는 자동차에요. E Ink라는 기술을 적용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것인데요. 디지털상에서는 그리 새롭지 않지만, 실제로 구현되는 영상을 보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더불어 Dee는 사용자와 상호 작용을 하기 위해, 음성을 통한 대화는 물론 그릴에서 표정을 연출해 감정을 표현한다고 하는데요. 운전 잘못하면 자동차가 화내는 시대가 오게 될까요?

납작해지는 로고들

자동차들끼리 로고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로고 때문에 디자인이 예뻐 보인다는 유머는 언제 봐도 유쾌하면서도, 그만큼 로고가 가진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최근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브랜드에서도 로고 디자인을 변경했어요. 큰 변화를 주며 새로운 인상을 만든 기아자동차와 달리 대다수의 브랜드에서는 기존의 로고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요.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플랫하고 심플해졌다는 것이에요. 대표적으로는 폭스바겐이 있는데요. 실제 엠블럼같이 질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로고가 완전한 벡터로 평면화되었어요.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화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 등으로 인해 디지털에서 보기 편한 디자인이 요구된 것이죠. 전기차 디자인과의 연계도 꽤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UI에서는 입체감이 살아난 뉴모피즘이 떠오르고 있는데, 언젠가 자동차 로고에도 입체감이 돌아올까요?

엔진 소리 가고 우주선 소리 온다

웅장한 자동차의 엔진 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차의 위엄을 보여주었는데요. 전기차 시대로 가면서 그 소리가 사라지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운전의 중요한 경험인 소리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겠죠! 브랜드마다 고유의 전기차 소리를 만들어서, 새로운 운전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BMW는 영화 ‘인터스텔라’ 등의 OST를 작업한 한스 짐머와 협업하여 장엄하고 웅장한,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소리를 선보였어요. 이 소리가 담긴 차를 타면 우주선을 타는 기분일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엔진의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났기에 훨씬 다양하고 감정적인, 무엇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사운드 디자인의 위상이 더 높아지리라 예상해 보며, 앞으로 자동차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 유심히 들어봐야겠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큰 구조적 변화가 생겼음에도 자동차 디자인 자체의 기본적인 형태는 크게 바꾸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형태를 사람들이 가장 익숙하고 또 그렇기에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혁신과 가장 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보수적인, 아이러니한 자동차 산업은 또 어떤 디자인을 선보일지 기대해 보며, 오늘은 이만 마칩니다.

약한 사장은 살아남을 수 없다

볼보는 최초의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을 정도로 ‘안전’에 진심인 회사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 회사, 마케팅에서 또 다른 광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볼보 트럭이 이런 맑은 눈의 광기를 보유한 주인공인데요. 어떤 광고인가 하면,

보편적인 모든 것

사람 형태를 한 물방울이 달리다가, 숲이 되고, 유리가 되기도 하는 광고, 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 지속 가능한 행보를 보여주기 위한 현대자동차의 미디어 아트인데요. 전달되는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이 미디어 아트를 제작한 Universal Everything은 다양한 지역, 분야, 직업을 가진 팀원들이 모인, 느슨한 연대를 구축한 그룹이에요. 삶과 미래를 긍정하고, 청중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미디어 작업을 이어왔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다채롭고 신선한 작업이 많더라고요. 특히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업은 그들 작업의 정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3D 그래픽과 크리에이티브 코딩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도대체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경이로우면서도 느슨해진 학구열에 긴장감을 줄 수 있었습니다.

포니가 새로와졌읍니다

요즘 차들도 디자인이 참 예쁘지만, 클래식카만이 가진 감성은 정말 매력적인데요. 한국의 클래식카라고 부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인 ‘포니’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얼마 전 시작됐어요.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전시 ‘포니의 시간’인데요. 트럭, 왜건 등으로 변주된 포니의 다양한 모델은 물론, 당시의 개발 일지, 더 나아가 포니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콘셉트 카까지 현대자동차의 시작점과 비전을 볼 수 있었어요. 양산하지 못한 비운의 모델인 포니 쿠페와 그 유산을 이어간 N Vision 74를 보고선, 학생 때의 설렘과 열정이 잠시나마 타오르기도 했답니다. 이 외에도 '아름답고 경제적인 포니’, ‘분수에 맞는 자동차’ 등의 홍보 문구가 담긴 광고나,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 포스터도 즐거운 볼거리였습니다.

이걸요? 제가요? 2.74초 만에요?

넷플릭스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 보신 분! 저는 이 흥미진진한 다큐를 보면서 F1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요. F1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공간 중 하나는 바로 레이스카가 타이어를 교체하러 들어가는 피트스톱이에요. 최대한 빠른 기록을 내기 위해, 크루 전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협동의 끝을 본 듯했습니다. 맥라렌과 크롬이 협업해 이런 피트스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웹을 제작했어요. 맥라렌에서는 평균적으로 피트스톱에서 2.74초 만에 타이어 교체를 끝낸다고 하는데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키보드나 손을 통해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과정별로 크롬이 가진 강점을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였어요. 저는 6.47초로 그날의 랭킹 1위에 올랐는데요! 이쯤 되면 저도, 키보드 맥라렌 크루에 끼워주려나요?

익숙함 속의 놀라움

이번 원고를 쓰면서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입되어 얼마큼의 노력이 들어갔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멀쩡히 굴러가는 자동차도, 매일 같이 사용하는 화장품도 정말 놀라운 창작물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참여한 한 명의 창작자로서 뿌듯함도 느끼고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의 위대한 과정에 함께한 창작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오늘은 이만 인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