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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세상 모든 콘텐츠! 서울라이터 레터입니다. 지난주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한국이 들썩거렸죠. 저마다 한강 작가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던데, 안타깝게도 저는 특별히 얽힌 사연은 없어요. 다만 제가 야근할 때 떨어지는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책상 한켠에 놓아두고 읽었던 시집이 있는데요. 그 시집이 바로 한강 작가님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였답니다. 맨 처음 나오는 시가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라는 시인데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이 시를 보면 한강 작가님의 투명하고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요. 하얗게 피어오르는 밥공기의 김을 보면서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는 시간의 감각을 느낀 거잖아요. 작가님은 일상의 얇은 겹들을 하나하나 느끼는 사람인 거죠. 하아...저는 그냥 매일 '밥을 먹어야지, 밥을 먹었다'로 하루를 삼등분 해서 살고 있는데 말이죠. 다시 한강 작가님 책을 펼치며 순간의 얇은 겹들을 한 장 한 장 사시미 뜨듯 떠봐야겠습니다. 

🎬 내 주머니 속의 헐리우드

시네마틱 슬로우모션 기능을 영화처럼 표현한 iPhone 16 Pro의 <Capture>
Credit: apple

저의 스마트폰이 얼마나 효자 아니 효녀냐면요. 새로운 아이폰 16이 출시되자마자 갑자기 배터리 기능이 급속도로 저하되고, 통화 음질이 지직지직 하면서 오늘 내일 하면서 불안하게 하더라고요. 그치만 폰 욕심이 별로 없는 저는 조금 더 버텨볼 생각입니다! (과연..🤔)


지난주 Apple이 iPhone 16 Pro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광고는 iPhone 16 Pro의 영화적 성능, 특히 슬로우 모션 기능을 최대한 살린 멋진 영상미가 돋보이는데요. 4K 화질에 120fps ProRes로 촬영된 고퀄리티 영상에 다양한 속도 옵션을 활용해, 장면을 1/4 속도로 느리게 하거나 5배 속도로 빠르게 재생할 수 있다고 해요. 사실 일상에서 이런 느낌으로 촬영할 일은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이왕 생긴 기능 여행 가서, 친구들과 놀 때, 챌린지 할 때 한 번씩 사용해보면 더 재밌는 추억이 생기지 않을까요? BGM 맛집답게 인상적인 다니엘 폰더의 트랙 'Roll the Credits'에 맞춰 화살이 날아가고, 우주인이 등장하고, 자동차가 폭발하는 이 영상을 정말 아이폰으로 찍었다니, 프로를 쥐어줘도 똥손인 저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 내가 아직 눈으로 보여?

디자인 논란에 사과한 Bath & Body Works <Snowed In> 양초

Credit: Bath & Body Works
님, 저 양초 이미지가 뭘로 보이세요? 눈 말고 다른 걸로 보이시나요? 마케팅 담당자라면 우리 브랜드의 이미지나 문구 중에 혹시라도 문제되는 부분은 없을까 늘 조심스럽게 살피곤 하죠. 최근 저도 좋아하는 바디용품 브랜드, Bath & Body Works에서 눈송이 디자인의 양초를 홍보했다가 문제 상황에 휩싸였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이 디자인이 백인 우월주의 테러리스트 집단인 쿠 클럭스 클랜, 즉 KKK의 상징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이미 X에서는 캔들이 아닌 "클랜들(klandle)"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해요.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KKK)은 1865년 미국 남부에서 설립된 백인 우월주의 테러리스트 집단인데요. 이들은 폭력과 테러를 사용해 인종 차별과 백인 우월주의를 점철시키려는 집단입니다. 이들의 상징은 흰색 가운과 점화된 십자가인데요, 이런 복장을 한 채로 공공장소에서 행진하며 공포를 조성하기도 했대요.

이와 같은 논란이 일자 Bath & Body Works는 해당 양초 상품을 웹사이트에서 빠르게 내리고, 의도치 않은 실수라며 즉각 사과했습니다. 일각에서는 "DEI 정책을 더 강화했더라면 이런 실수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뜻하는 말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관점을 커뮤니케이션에 반영하는 걸 뜻합니다. 최근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도 미국에선 깜짝 놀랄 포인트였죠. 흑과 백을 나눈다니! 하지만 우리에겐 흑과 백이 친숙한 개념이니까요. 이렇게 국내 브랜드가 해외로 나갈 땐 다방면으로 주의 깊게 체크해야겠는데요.

🏞️ 자연 일일 복용량: 20분

자연의 치유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잠재우자는 WWF의 <A Prescription for Nature>

님, 오늘도 만성 스트레스이신가요? 어깨는 뭉치고 머리는 지끈지끈 하셨나요? 여기 님을 위한 처방전을 전해 드립니다. WWF가 정신 건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을 처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거든요. *A Prescription for Nature*라는 이름의 이 캠페인은 매일 쌓여만 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 속에서 자연이라는 처방을 내려줍니다. 캠페인 영상에서 사라 카야트 박사는“자연 속에서 하루 20분만 보내도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Credit: WWF
어떠세요? 사진 몇 장만 봤을 뿐인데 벌써 자연 속에서 느꼈던 햇살과 바람, 공기의 편안함이 떠오르며 약간 치유되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처방전이라는 형식에 맞춰 손글씨로 쓴 문구들도 잘 어울리는데요. 기분을 좋게 하고 불안을 완화시켜주는 자연, 인간을 위해 야생동물을 위해 소중한 자연을 함께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이렇게 살짝 다르게 전해 줍니다. 과연 효과가 있는지, 오늘부터 하루 20분 자연이라는 일일 복용량을 채워볼까요?

📷 내 머릿속의 카메라

AI로 기억을 사진으로 재현한 KODAK의 <Memory Shots>

제가 좋아하는 인스타툰 중에 펀자이씨툰(https://www.instagram.com/punj_toon/)이 있는데요. 점점 기억이 시간이 짧아져가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어머니와 아버지,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손그림으로 그리는 인기 작가예요. 툰을 볼 때마다 위트 있고 지혜로우신 작가님의 어머니는 많은 후배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전 직장 상사의 언니분이랍니다. 그래서 이 가족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Kodak에서는 이렇게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Memory Shots'라는 AI 기반의 새로운 툴을 선보였습니다. 환자와 간병인이 함께 과거의 기억을 대화로 풀어내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재현해주는 도구인데요. 이렇게 대화를 통해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이 실제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파란 드레스를 입고 젊은 날의 남편과 춤추던 할머니의 기억, 또 다른 집이 되어 함께 전국을 누볐던 트럭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미소를 보며 흐릿해져가는 기억을 다시 또렷한 이미지로 복원해주는 기술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다시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인생의 장면들이 떠오르네요.🙂

 좋은 날씨만큼 보러 가기 딱 좋은 전시, 서울라이터가 요약해 드립니다.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

Credit:Ueda Shoji
계속해서 좋은 사진 작품들을 소개해온 피크닉이 새로운 전시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일본 사진의 거장 우에다 쇼지의 회고전인데요. 2020년 사울 레이터(서울라이터 아님 주의)와 2022년 프랑수아 알라르에 이어 2년 만에 개최되는 사진 전시라고 합니다. 우에다 쇼지는 1913년에 태어나 87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일본 사진계의 거장인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 180여 점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제가 가장 기대하는 건 모래언덕 연작인데요. 하얀 모래 언덕과 옛날 느낌의 사람들, 멋지지 않나요? 피크닉의 이번 전시는 2025년 3월 2일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시간 날 때 한 번 둘러보세요.

<우연히 웨스 앤더슨 2>

아니,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전이라고요? 2022년 첫 전시에서 무려 25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성공을 거둔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가 다시 돌아옵니다. Accidentally Wes Anderson (AWA)는 2017년 브루클린의 Wally와 Amanda Koval 부부가 여행 버킷리스트를 구상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요.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같은 장소들을 사진에 담아 인스타그램 계정 @accidentallywesanderson에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 계정은 전 세계의 '모험가'로 불리는 팔로워들의 사진도 함께 게시하면서 지금은 약 2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가 되었다고 해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마주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경험,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인데요. 사진을 보면서 두려움이 설렘과 호기심으로 바뀌는 그 순간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Credit:Nicolas Party 사진:김상태

용인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서 아주 멋진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의 전시 '더스트(Dust)'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번 전시는 작가의 기존 작품 48점에 신작 회화 20점, 그리고 특별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을 포함해 총 7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 그래피티를 그리고 대학에서는 영화, 그래픽 디자인, 3D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배경이 작품에 스며들어 회화뿐만 아니라 벽화, 조각, 설치 작품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해요.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과 작가의 작품을 함께 배치해 작품 간의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요. 직접 그린 벽화도 너무 멋지더라고요. 실제로 봤을 때 새로운 영감을 받을 것 같아 저도 빠르게 다녀올 예정입니다.

https://www.leeumhoam.org/hoam/exhibition/80

날이 많이 선선해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이번 주도 밝고 활기차고 경쾌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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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Seoul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