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꿈/왜 창업했는지, 한번쯤 고민해보세요

강주원님의 [비로소]에서 발췌.
[철의스타트업] 올해를 하루 남긴 창업가에게, 어젯밤도 잠못이룬 창업가에게...그리고 당신에게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며칠전 부산의 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생(生)을 마감했습니다. 한번 뵌 적 없는 창업가지만, 그는 병원의 문턱을 낮추는 혁신에 오랜 시간 도전한 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최윤섭 DHP(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 대표는 그의 지인이자,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대표님들께. 
부산에서 고 000대표님의 장례식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참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몇가지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식사 잘 하시고, 잘 주무시고, 몸에 이상이 있으시면 진료를 받으시고, 특히 정기 건강 검진을 받으시는 당연한 일입니다. 돌아가신 대표님도 건강이 (직원들이 한 눈에 보기에도) 좋지 않으셨는데 건강 검진을 안 받으셨다고 합니다. 아마 바쁘셔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으셨겠지만.. 대표님들 다들 건강 검진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대표님의 유고 상황이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닙니다만, 만에 하나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회사와 남은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 처절하게 보고 있습니다. 일이라는 것이 항상 좋게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셔서 최악의 상황도 준비를 해놓으시면 좋겠습니다. 유별나게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남들이 하는 만큼, 아프시면 병원 제 때 가시고, 건강검진을 잘 받으시는 정도만이라도 해주시면 됩니다.
-최 대표의 슬랙 메시지 발췌
DHP 최대표님의 아쉬움은 전화기 너머로도 전해왔습니다. 

"기본적인 것, 그러니까 아프면 제발 병원에 가야합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라는 자리, 워낙 바쁘고 시간 없고, 불확실성은 너무 크고, 극한 상황에서 일합니다. 알죠. 운동하시라고 식습관 관리하시라고 바라는것 자체가 무리처럼 보일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창업가의 몸도 인간의 몸입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것, 삼시 세끼 챙기고, 밤에는 잠을 자고, 건강검진 받는, 남들 하는 일, 이 정도만 해도 막을 수 있습니다. 고인의 주변 분, 동료 분 말을 들어보니, 유독 안색도 안좋고 숨소리도 안 좋았는데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건강검진 안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건강검진만 받았어도.... "

"번아웃을 완전히 피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누구나 다 아는 원칙은 지키면서 몸과 마음을 챙겨야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식사와 운동, 그리고 정말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하고요.  쉽지가 않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정신적 부담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창업가들은 대조군에 비해 정신 건강이 유의미하게 좋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런지도요. DHP에는 정신과 전문의 조철현 교수님이 계셔서, '스타트업 대표님의 익명 그룹 상담'을 줌으로 진행했었어요. 줌으로 하고, 익명 접속하고, 카메라 끄고, 채팅만으로 진행합니다. 20여 명이 넘는 대표님(DHP의 투자 포트폴리오사) 가운데 3분만 들어오셨어요."
"잠을 잔다" "루틴한다" "한가지 일을 포기한다"

2021년 쫌아는기자들은 40여 창업가를 만났습니다. 번아웃온지 꽤 됐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서투르지만, 그들의 경험담을 모아, 한해를 마감하는 스타트업 대표와 창업팀에 감히 조언하고 싶습니다.   

잠을 잡니다. 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잠은 잘 자요. 제 할일은 낮동안에 정말 최선을 다했고요."라고 했습니다. "돈이 없던 2년차, 그래도 잠이 안 오진 않았어요. 잠을 안 잔다고 한들 어떻게 할 수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해야할 솔루션들을 쭉 적어놓고 하나씩 해보는거죠. 그 리스트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살짝 쫄리긴 하는데, 그래도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요” 김 대표의 말처럼 잠을 잔다는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잠을 잡니다. 

밥을 먹는다. 한 스타트업의 개발자들 사이에 "출근할때 아내에게 내일 봐"하고 나온다고 합니다. 10시쯤 출근해 저녁쯤 유닛별로 그날의 개발 기능을 내놓고, 다른 팀의 피드백을 받고, 또다른팀 피드백해주고, 다시 수정하고, 새벽 1~2시쯤 기능 확인 오케이받고, 실제 앱에 구현한 다음에 퇴근합니다. 4~5명의 유닛이기 때문에 개발자 한명이라도 보조가 늦어지면 전체 유닛에 피해가 갑니다. 이런 삶을 계속 반복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 회사의 창업가도요.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스타트업의 생존이 걸렸는데, 옆에서 '중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쉬엄쉬엄 일하라'고 말하긴 힘듭니다. 현장의 열정을 옆에서 어찌 알겠습니까. 그런데 밥은 먹어야합니다."고 말합니다. 밥을 제때 먹는것, 이것도 창업가의 맡은 일일런지 모릅니다. 

아프면 병원간다. 건강검진받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올해 건강검진 받았나요? 

루틴한다. 현재의 업무를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루틴이 필요합니다. 취미 생활하라고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는 매일밤 12시쯤 퇴근하면, 집 근처에서 3km씩 뜁니다. 딱 10분, 20분. 살짝 땀이 날 정도로요.  스폰라디오의 최혁재 대표는 캠핑을 다닙니다. 그는 "투자 1억원당 어깨에 1kg씩 벽돌이 올라온다고 해요. 투자받으면 마냥 좋을것 같지만, 그게 아니더라고요. 또 할게 생기고, 고민거리가 많아지고, 책임져야할 일들이 만하지고."라고 합니다. 최혁재 대표의 어깨에는 665kg의 벽돌이 있습니다. 그는 아내를 설득해서 같이 캠핑을 다닙니다. 뭐든 좋습니다. 예컨대 출근할때 일부러 지하철역 하나씩 지나쳐갔다가 걸어서 출근하기, 대학생때 가장 좋아했던 소설책의 같은 챕터 10분만 반복 읽기. 요지는 KPI(성과지표)와 무관한 일에 하루 10분을 쓰세요. 딱 10분만이라도 KPI와 무관한 시간을 보내세요. 다른 말로는 '휴식'이라고 합니다. DHP의 최윤섭 대표는 "사실 업무가 많고 바쁠 때 쉰다는것 자체에 죄의식이나 불안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쉬기 위해서 노력해야'하는 겁니다. 오히려 그렇게 쉬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한가지 일을 포기한다. 아침마다 'To do list' 짜시죠. 심지어 팀원들의 '오늘의 할일'이 뭔지도 신경쓰시죠. 뭐, 다 좋습니다. 오늘의 'To do list'를 짠 뒤, 딱 하나만 포기하세요. 오늘 안 해도 될 일요. 리스트를 짠 뒤, 딱 하나만 지우세요. "아, 그래 이건 오늘 안해도 되겠다" "오늘 하면 좋긴 한데, 이건 안하기로 결정하겠다" "오늘할 일을 과감히 내일로 미루겠어. 이게 내 결정이야" 입니다. 적어도 밤에 잠잘때 "아 오늘 할일 다 못했네"라면서 죄책감은 안 느낄 겁니다. 참, 누군가의 흉을 봐도 됩니다. 창업가는 삶을 사는 한 방식이지, 완벽한 인간이 되라는 절대명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말입니다만, 쫌아는기자들의 뉴스레터 [스타트업]을 읽는게 KPI라면, "오늘의 할 일"에서 뉴스레터 읽기를 지우셔도 좋습니다. 왠지 '다른 대표들도 읽는다는데 나도 읽어둬야지'라는 마음이 생겼다면 이미 KPI입니다. 무엇이든, 일거리를 하나라도 지우는 연습을 하세요. 그게 쫌아는기자들의 레터라도요. 쫌아는기자들은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공유 부끄럽지않은 좋은 글 쓸게요.  쫌아는기자들 드림.
얼마전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님과 저녁 자리에서 폐교 얘기가 나왔습니다. 막연하게 꿈이 생겼습니다. 폐교를 사서, 스타트업 창업가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언제든 창업가임을 증명하는 명함만 들고 오면 묵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숙박자에겐 무료 숙박 대신에 1시간의 노동을 강제로 시키는 공간. 풀 뽑으라고, 씨앗 뿌리라고, 가지치기하라고. 머릿속으론 20년간 모은 돈을 대략 셈해보기도 했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은 1월1일 완전 유료 전환합니다]   ~12월31일까지 월 6900원 4100원에 할인합니다. 할인 기간 가입한 구독자 분께는 이후 가격변동에도 현 가격을 유지합니다. 4개월 구독 유지 약속하시면 책 [창업가의 답]을 선물합니다. 법인 구독창도 열었습니다. ~12월31일까지 법인 계정은 9만8400원(40명 가입가능)입니다. 감사합니다. 
터에 쓰인 캐릭터는 오스트리아 Florian satzinger의 작품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2021 쫌아는기자들 All Rights Reserved   startup@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