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1일 (목) 웹에서 보기 | 구독하기

VOL.79 사계절 시리즈: 봄 |
『도시의 동물들』 4회_쥐 : 인간이 가장 미워하는 동물

🍀 정리
동물에 관한 기억과 생각, 처음 듣는 사실과 이제야 발견한 오해. 『도시의 동물들』과 함께 되짚고 있습니다. 길고양이와 가까운 동물이지요. 이번에는 쥐를 생각해봅니다.

  
쥐: 인간이 가장 미워하는 동물
끈끈이에 붙어 죽은 쥐

쥐를 자세히 볼 일은 잘 없다. 대개 그러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비교적 최근에 본 쥐도 이렇게 ‘쥐 끈끈이’에 붙어 이미 죽어가는 처지였다. 숨이 사그라지고 있었는지, 이미 끊어졌는지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 일하던 동물원 한구석에 설치한 그 끈끈한 물질에 잡혀 죽어가던 참새 때문에 그 옆에 붙은 쥐도 그저 스쳐보게 되었을 뿐이다. 살아 있는 참새는 날개와 배가 끈끈이에 엉겨서 고개만 간신히 들고 있었다. 식용유로 간신히 떼어서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다음 날 죽었다. 끈끈이에 붙은 작은 동물의 예후는 대개 좋지 않다. 파리를 잡겠다고 끈끈이를 여러 개 펼쳐놓은 동물원 사육사에게 당장 그것을 걷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참새 한 마리가 또 끈끈이에 붙어 죽었다. 그 옆의 쥐는 어떤 모습으로 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동물원에는 쥐가 많다. 어느 동물원이나 그렇다. 관람객의 눈에는 안내판에 적히지 않은 쥐가 거기 있는 것이 혐오스러울 수 있지만, 동물원 동물들은 공식적 전시 동물이 아닌 쥐와 친숙하게 지낸다. 어차피 사람이 준비한 먹이는 풍부하기 때문에 쥐와 먹이를 두고 다툴 일은 없다. 한국 대부분의 동물원에서 전시하지만 인기는 없는 마라(Dolichotis patagonum)가 밥을 먹을 때면 시간 맞춰 나타나던 쥐가 몇 마리 있었다. 실험용으로 흔히 쓰이는 흰쥐(Rattus norvegicus)였다. 마라와 흰쥐는 같은 쥐목(Order Rodentia)이니 대충 식단도 맞았을 것이다. 설치류를 뜻하는 ‘Rodents’는 ‘잘근잘근 씹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rodere’에서 왔다. 흰쥐와 마라 두 종의 쥐가 낡고 인위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나무 데크에 모여 한국의 마트에서 파는 당근과 양배추, 식빵을 씹는 모습은 마치 B급 외계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 흰쥐들은 산 채로 스라소니의 먹이가 되기 위해 동물원에 들어왔다가, 대대로 철창에 갇혀 사는 바람에 사냥에 소질이 없어진 스라소니가 데면데면하게 석방한 개체들이다.


한 종의 절멸을 꾀한 역사

쥐들과 적당히 어울려 사는 동물원 동물들과 달리, 우리 인간은 쥐가 나타나면 대개 기겁한다. 마치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양 혐오와 공포를 느낀다. 순간적으로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들고 만다. 어떤 종을 시급히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동안 우리는 그 동물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죽임을 당하는 동물이 하는 경험과 동물이 죽는다는 결과를 분리하지 않았다. 21세기가 되어서야 가축의 도살이나 실험동물의 인도적 죽임을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죽일 필요가 있을 때는 죽이되 그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고통과 죽이는 사람이 느끼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동물 윤리로 자리 잡고 있다. 죽임당하는 동물의 복지까지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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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최태규

동물복지학을 연구하는 수의사이자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로 일한다. 『일상의 낱말들』(공저), 『관계와 경계』(공저), 『동물의 품 안에서』(공저) 등을 썼다.


📷사진_이지양

순수 미술과 미디어를 전공한 시각 예술가이다. ‘당신의 각도’ 전시를 계기로 『사이보그가 되다』에 사진으로 참여했고, 이후 『일상의 낱말들』, 『아무튼, 메모』, 『1만 1천 권의 조선』 등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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