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뭐길래
찬비      "반기가 끝나가네요 🥹 다음 레터는 상반기를 돌아보며 찾아올게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지난 5년간 레터를 쓰면서 이 인사를 수없이 반복해 왔는데요, 그동안 저를 소개해오던 ‘에디터’라는 말에 대해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최근 발행되었던 레터 ‘프리랜서 에디터는 어떻게 살아요?’에 전해주신 피드백을 읽으면서 새삼 에디터라는 포지션이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에디토리얼 씽킹⟫, ⟪에디터의 기록법⟫, ⟪에디터의 일⟫ 등 ‘에디터’란 단어가 제목에 담긴 책들에 눈길이 갔습니다. 각각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에디터 선배님(?)들의 글이라서인지 제가 어거스트 레터를 쓰고 편집하면서 생각했던 부분과 맞닿아있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오늘은 이 책들을 기반으로 ‘에디터’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왜 이렇게 화제인지 살펴보려고 해요. 그리고 글을 쓸 때 생각하면 좋을 에디터의 노하우를 이야기 해봅니다.

* 오늘의 레터는 글/텍스트 분야에 한정하여 이야기합니다.

1. '에디터'가 요즘 주목 받는 이유
2. 베테랑 에디터의 글쓰기 노하우
3.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에디터'가 요즘 주목 받는 이유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신을 에디터로 부르는 사람들도 많아진 요즘이에요. 다만 크리에이터와 에디터는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느낌이지요. 크리에이터가 나만의 창작물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라면, 에디터는 이미 있는 자료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조합해 추천하거나 제안하는 것이 주요합니다. 에디터란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것, 지금 봐야 하는 것, 가치 있는 것을 독자들에게 설득하는 사람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의 에디터(혹은 편집자)가 책, 신문, 잡지와 같은 종이 매체를 편집하고 구성하는 역할이었다면, 2010년대에 스마트폰과 SNS가 보편화되면서부터는 웹진, 유튜브, 뉴스레터,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콘텐츠까지 에디터의 채널이 확장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에디토리얼 씽킹⟫의 최혜진 작가는 ‘세상이 온통 잡지화하는 걸로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릴 사진이나 영상을 고르고, 캡션을 쓰고, 해시태그를 달아 아카이빙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뚜렷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팔로우합니다. 별도 매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에디터를 할 수 있게 되었단 점에서, 에디터의 모습은 크리에이터와 비슷해진 시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디지털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큐레이션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어요. 뉴스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누군가가 ‘놓치지 말아야 할 N가지’로 선정해주면 왠지 클릭하게 됩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콘텐츠를 하나하나 판단할 시간이 없어졌으니까요.


이렇게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보니 나만의 취향과 관점을 쌓는 건 오히려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에디터처럼 생각하는 법, 에디터처럼 쓰는 법, 에디터처럼 기록하는 법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에디터는 AI로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직종인지도 모릅니다. AI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와 사람이 만든 플레이리스트의 퀄리티가 여전히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처럼요.

© 휴머니스트

자신만의 기록법 및 기록을 일과 연결하는 법을 다룬 책 ⟪에디터의 기록법⟫에는 총 10명의 에디터가 참여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에디터가 현재의 에디터씬을 대표한다고 봤을 때, 이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작업 중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획과 편집에 더 중점을 두고 외부 필진의 글이나 인터뷰를 매체에 담는 에디터 또는 혼자서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발행까지 모두 담당하는 에디터가 있겠다고요.


전자는 잡지나 온라인 매체에 소속된 경우가 많다면 후자는 뉴스레터를 비롯해 작은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자의 에디터는 잡지 전반적으로, 혹은 내가 맡은 부분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것, 외부 필자를 섭외하고 마감 일자까지 문제없이 발행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후자의 에디터는 자신이 접한 콘텐츠를 어떻게 소화하고 재조합해 발행하는지가 담겨있었어요. 같은 에디터라고 해도 활동 영역에 따라 커버하는 업무의 범위가 달라지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베테랑 에디터의 글쓰기 노하우: 콘셉트, 관점, 그리고 구조화

한편, 레터 초반에 소개한 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 씽킹⟫(터틀넥프레스)과 이연대 작가의 ⟪에디토리얼 라이팅⟫(스리체어스)는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에디터들이 쓴 책입니다. 두 책은 에디터를 새로운 관점으로 독자를 설득하는 사람으로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독자를 잘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팁까지 제시해요. 그리고 그 팁은 바로 콘셉트, 관점, 구조화에 있습니다.

© 터틀넥프레스, 스리체어스

콘셉트란 글쓴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면서 독자가 이 글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티클을 쓸 때는 에디터만의 뾰족한 차별성이 드러날 수 있어야 해요. 타인이 내가 쓴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콘텐츠 구독 서비스 북저널리즘에서는 주제 선정 단계에서 현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인지(현실성), ‘지금’ 읽어야 하는 이야기인지(시의성), 다른 곳에서 다뤄진 적 없는 주제이거나 새로운 관점인지(독창성)를 고려한다고 해요.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찾는 것이 어렵다면 익숙한 소재 두 가지를 연결해 새로운 조합으로 보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아이팟과 전화를 연결한 아이폰이라든가,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신문을 발행하는 것처럼요.


⟪에디토리얼 씽킹⟫에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개념을 나만의 관점으로 정의하는 것을 제안해요. 이를테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과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각각 집을 이야기할 때의 관점은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겠죠. ‘직방'의 관점에서 집을 예산, 지역, 구성원과 같은 물질적 조건을 빼놓을 수 없다고 정의한다면 그것부터가 뾰족한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별점을 담아 콘셉트를 정했다면 그 기획을 숙지하며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글을 읽고 나서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남았으면 좋겠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두 번째는 프레임인데요, 에디터의 글은 자신의 관점을 설득하는 글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일 텐데요. 내가 어느 위치에 서있는지를 알고, 내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서 독자가 바라봐야 하는 방향이 설정되어야 합니다. 두 책 모두 내 관점을 뾰족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을 질문하기를 권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한 번 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죠(예: 효율성이 중요하다 → 정말 그럴까?).


또는 주제에 따라 문제를 설정한 후에,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부터 정의를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인구 감소가 내가 설정한 문제라면 ‘왜 인구 감소는 나쁜가?’부터 질문하며 들어가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보통 사람들이 제시하는 해결책과 또 다른 나만의 해결책에 닿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구조화입니다. 내가 생각한 콘셉트와 관점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내용을 배열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수집한 정보들의 핵심 내용을 뽑아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을 형성해 나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에디토리얼 씽킹⟫에서는 이 스킬이 비단 에디터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같은 일을 겪고도 맛깔나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고 재미없게 설명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맛깔나게 전달하는 사람일수록 요약과 구조화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책에서는 이러한 간극이 타인에 대한 상상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핵심을 알아보고 구조를 조직하는 능력이 결국 타인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길 들을 상대방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느낄 만한 재료가 무엇인지, 신선하다고 느낄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상상할 줄 모른다면 핵심을 골라내기도 힘들 것이다. (…) 수용자에게 어떤 첫인상으로 다가갈지, 그들은 어느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이 콘텐츠를 선택할지, 보고 난 뒤에 무엇이 마음에 남을지 상상한 만큼 콘텐츠에 힘이 생긴다.” (⟪에디토리얼 씽킹⟫, 143쪽)

한편, ⟪에디토리얼 라이팅⟫에서는 구조화 단계인 목차 구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책을 쓸 때 목차 구성은 건축에 빗대어 본다면 뼈대를 세우는 것을 넘어서 “천장, 벽, 바닥 마감 공사와 가구 배치까지 포함하는 개념”(48쪽)에 해당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단계를 잘 다져두면 글을 쓰는 단계가 쉬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글의 구조화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면 강연한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보라는 팁도 참고할만 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듯이 흐름을 설계하되, 독자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 본다면 조금은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공통적인 키워드를 발견하긴 했지만, 사실 두 책이 각자 지향하는 지점은 좀 달라요. ⟪에디토리얼 씽킹⟫의 최혜진 작가는 잡지 에디터로서 커리어를 시작했기에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여 설명한다거나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구성하는 측면을 많이 다루고 있고요. ⟪에디토리얼 라이팅⟫의 이연대 작가는 책과 피처기사를 주로 작성해 왔기에 논픽션 책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요. 어휘나 동사, 부사 등을 활용하는 방법과 같이 구체적인 글쓰기를 이야기하고 있죠.


저는 두 책 모두 인상 깊게 읽었고, 동시에 제가 글을 쓰고 편집하는 방식에 대입해서 생각할 수 있었는데요. 어거스트에 에디터로서 레터를 발행해오기도 했지만, 최근 객원 에디터의 레터를 윤문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동시에 지난 몇 년간 계속 레터를 써왔기에 나름대로의 체크리스트를 만들게 되기도 했고요. 어거스트의 예시와 함께 제가 레터를 쓰며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들을 이야기해 볼게요.


- 콘셉트와 관점 잡기

먼저, 주제는 시의성과 차별성을 모두 고려해서 선정하는데요, 그래서 두 책에서 이야기했던 지점에 100% 공감했습니다. 제가 주제를 선정할 때 하는 질문은 두 가지예요.


  1. 이 주제를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의성)

  2. ‘내가’ 쓴 글을 구독자가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차별성)


항상 강한 확신을 가지고 답변하진 못하더라도, 둘 중 하나라도 끄덕일 수 있는 주제라면 좋은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시의성은 평일 아침 7시 30분에 발행되는 뉴스레터라는 매체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한데요, 시의성만을 고려한다면 사실 소재적인 측면에서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소재라도 딱 한 끗만 다르면 참신해질 수 있어요.


내가 다루려는 소재를 다른 소재와 연결해 새로운 조합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일반적으로 다뤄지는 것보다 한 뼘 더 깊이 들어가서 상세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아예 한 발짝 물러서서 더 큰 흐름을 조망할 수도 있겠죠. 최근 오리진 에디터의 ‘바쁜 나날 속, 어떻게 마음을 돌보고 계신가요’의 레터는 사람들이 AI 챗봇과 고민 상담하는 경향이 늘었다는 것을 디지털 멘털 케어 서비스라는 씬으로 확장하여 살펴본 케이스입니다. 이런 식으로 같은 소재라도 무궁무진하게 다른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레터 아카이브가 쌓이다 보니 다뤄지는 주제가 이전 레터와 연관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럴 때는 n년 전에 기존 레터에서 다룬 내용과의 차별점도 필요합니다. 단순히 과거와 달라진 점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아예 이전 레터에서 짚지 않았던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간다면 더 차별성이 있겠죠.


- 잘 읽히는 구조 만들기

어거스트는 기본적으로 에디터가 주장을 드러내는 글을 쓸 것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프레임의 측면에서 이 주장이 레터에 잘 드러나도록 구조화할 필요성이 있어요. 이 때, 앞서 두 책에서 논했듯 독자의 관점에서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흐름을 고려해야 합니다. 독자가 제목을 보고 클릭한 순간, 이 주제에 대해 가장 알고 싶어할만한 내용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버무려 전체 레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하는 것이죠. 인트로를 읽으며 주제에 대한 감을 잡고, 본문을 통해 에디터의 논리를 따라오다가 마지막에는 에디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거스트 레터는 보통 서너 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요. 저는 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마지막에 두고 앞의 파트들은 그 논지를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을 쌓는 데에 활용하는 편이에요. 가장 최근 발행했던 데이터센터의 문제를 다룬 레터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현황 → 당면한 문제 → 이에 대한 빅테크의 대응과 그 한계에 대한 흐름으로, 제가 주장하는 바까지 독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또는 독자가 궁금해할 것 같은 순서로 구조를 짜기도 합니다. 팟캐스트를 다룬 레터에서는 현재의 인기 → 인기를 얻게 된 배경 → 국내 현황과 같은 흐름으로 구성했는데요, 첫 번째 파트를 읽으면 '왜 인기가 많지?' 하는 질문이 들고, 그 이후엔 '그럼 우리나라는?' 하고 궁금해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물론 한번에 구조를 잘 짜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엔 아주 미숙했는데, 이건 확실히 많이 하면 늘더라고요! 처음 짠 흐름대로 글을 일단 쭉 써본 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드러났나 점검해 보면서 고치면 됩니다. 비록 시간은 배로 들더라도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다음엔 시간을 덜 쓰고도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이 레터에서 책의 내용을 먼저 정리하고 그 뒤에 제 방식을 적는 것으로 구조화하였습니다. 제 머릿속에선 책의 내용과 제 방식을 번갈아 제시하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편한 방식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구독자분들의 생각은 다르실 수도 있지요… 그럴 경우 다음 번엔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며 고쳐보고요.


무엇보다도 에디터의 글은 설득하는 글이기 때문에 각 파트에서 나의 논지가 충분히 설득될 만한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주장만 던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절한 근거와 함께 수치와 데이터를 제공해 주고, 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지적할 부분을 찾아 보완해야 합니다. 만약 생소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용어나 개념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곁들여 보고요.


- 독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아무리 구조를 잘 짜고 논리를 탄탄히 해도, 결국 독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겠죠.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A가 인기가 많던 시기와 인기가 없던 시기가 계속 번갈아 나타났을 수 있습니다. 이를 시계열적으로 언제는 인기가 많았고 언제는 인기가 적었고 다시 언제는 인기가 많아졌다는 식으로 적는다면 독자로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가 인기가 많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헷갈릴 테니까요.


그렇다면 에디터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기준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A가 시대에 따라 평가가 달라졌다는 부분이 중요한 것인지, 아닐 때도 있었지만 A가 인기가 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혹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A의 인기 자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지를 먼저 고려하고, 그에 따라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글을 정리해야 합니다.


충분히 구체적으로 적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예시가 없으면 설득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레터의 메인 소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사례는 새로 알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고, 이미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 주장에 공감하고 신뢰하는 근거가 될 거예요. 예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높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최근 Zoe 에디터의 ‘눈 떠보니 어느 날 내가 팀장? 😱’ 레터는 갑자기 팀장이 되어 퇴근하지 못하는 일상에 대한 묘사로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확 몰입해서 들어가다보니 Zoe 에디터와 함께 좋은 팀장이란 뭘까? 하고 자연스럽게 같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자기 객관화를 다루었던 정아 에디터의 레터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요,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예시는 독자가 에디터의 논지로 쉽게 넘어올 수 있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결국 에디터가 쓰는 글은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글입니다. 다 읽었을 때 독자가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을지, 내가 결국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지 한 발짝 떨어져 조망하면서 필요 없는 부분을 덜어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내가 보는 세계를 독자들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독자가 걸어올 수 있는 맥락을 잘 쌓아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요.

© Unsplash

⟪에디토리얼 라이팅⟫은 책의 마무리에서 결국 규칙적으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저 역시도 에디터를 지망하시는 분들이라면 계속해서 글을 써보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혼자 쓰는 게 어렵다면 같은 목표를 지닌 사람들을 모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보세요! 저도 어거스트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기는 어려웠을지 모르겠습니다.

번외로 이번 기회를 빌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요. 종종 어거스트가 쓰는 글을 기사로 보시고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 것을 요청하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에디터가 쓰는 글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논리적인 비약에 대한 지적이나 반대 의견을 보내주시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의견을 뺀 글을 발행할 순 없는 점에 대해서는 양해해주시길 바랄게요.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의견을 보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이번 레터를 마무리합니다.

편집/윤문 | 나나

조승연의 탐구생활 | 자기개발 안 하면 시간낭비다??

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어쩌면 현대인의 영원한 난제 같은 것일까요. 😅 저는 최근에 ‘그거 해서 어디에 쓰게’ 질문 때문에 절대 시작하지 못했던 일본어를 시작했어요. 그냥 여행 가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 바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지 하고요. 그것이 영상에서 나오는 ‘컬티베이팅’의 일종이겠죠. 다들 남의 시선과 관계 없이 자신만의 삶 가꾸기가 가능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상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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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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