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비슷한 루틴으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도 미묘한 차이와 변화가 있죠. 이번 레터에서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다름’을 찾아내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익숙한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스프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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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따뜻한 음식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로렌스 E. 윌리엄스와 존 A. 바그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손에 따뜻한 컵을 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타인을 ‘더 따뜻한 사람’으로 평가했다고 해요. 신체의 온기가 마음의 온도로 이어진다는 흥미로운 증거죠.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따뜻한 음식은 몸을 데우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자 함께하는 순간을 더 포근하게 만드는 매개체니까요. 김이 피어오르는 식탁 위 한 그릇의 음식은 서로의 마음을 데우고, 혼자일 때조차 마음의 온도를 되찾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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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스 E. 윌리엄스·존 A. 바그,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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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편, <메일 한 끼>가 전하는 다채로운 푸드 에세이가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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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거실로 출근하는 재택 근무자의 하루는 단출하다. 집과 집 앞 카페를 오가는 심심한 생활에도 우여곡절은 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요청에 답장을 쓰다 보면 모니터 위로 비친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멘탈 관리 비법은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오늘은 망했다”는 기분에 휩쓸리지 않으려 스스로 작은 기쁨을 만들곤 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수많은 기쁨을 쥐었다 놓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있다. 바로, 따뜻한 스프 한 그릇. 왠지 망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 빠짐 없이 스프를 식탁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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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질 때는 봉지를 뜯어 끓이기만 하면 바라던 맛으로 입안을 채워주는 양송이 스프를 진통제처럼 털어 넣었고, 이를 악물고 버티다 탈진할 것 같은 날엔 단골 스프 가게에 달려가 건더기가 넉넉히 들어간 매콤한 칠리 콘 카르네를 먹고 눅진한 땀을 눈물처럼 빼냈다. 특별히 힘든 일은 없어도 어딘가 불만스럽고 개운치 못한 날이 지속되면, 책상을 벗어나 오늘의 스프를 구상한다. 자꾸만 “그냥 뭐, 잘 지내지.”라고 뭉뚱그리고 마는 하루가 침전물처럼 쌓일 때, 뭉툭한 감정을 섬세하게 깨어내기 위해 꺼내는 특효약은 ‘포토푀’다.
고형 치킨스톡 한 알과 월계수 잎을 넉넉히 넣어 물을 끓이다 딱딱한 재료부터 넣어 야채찜처럼 먹는 프랑스식 스프. 포토푀라는 우아한 본명이 있지만 나는 ‘복불복 스프’라고도 부른다. 당근과 월계수 잎이 꼭 필요하다는 것 외엔 딱히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는 이 스프는 요리할 때나 먹을 때나 조금씩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구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텁텁하거나, 당근이 입 안에서 으스러지며 퍼지는 달콤함에 아찔하거나.
감자와 당근, 양배추, 소고기 혹은 소시지. 선택한 재료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양배추를 너무 일찍 넣으면 떫은맛이 강해지고, 당근을 넉넉히 넣은 날엔 달큰한 맛이, 감자가 들어간 날엔 구수한 맛이 강해진다. 냉동실에 잠이 든 소고기를 발견한 날이면 한층 깊어진 국물 맛에 감탄하며 국물부터 후루룩 떠먹는다. 줄기 콩을 추가한 날이면 씹히는 맛이 다채롭다. 재료도 꼭 같고, 끓는 물에 넣어 익히는 간편한 요리일 뿐인데 어떻게 끓일 때마다 다른 요리를 먹는 듯 변신하는 걸까.
포토푀의 순하고 맑은 모습을 일단 눈으로 음미한다. 한 입 떠먹는 순간 펼쳐질 다른 맛을 기대하며 힘차게 오늘의 포토푀를 먹는다. 꼭 같은 듯, 뻔하게 흘러갈 뻔한 하루에 기분 좋은 반전이 벌어진 것 같다. 포토푀 한 그릇을 음미하는 동안에는 어제와 다를 게 없던 오늘이 유일무이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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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스프와 함께 작은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몬테크리스토를 만들어 보세요. 프랑스식 샌드위치 '크로크무슈'가 미국으로 건너가며 ‘몬테크리스토’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촉촉한 식빵에 달걀옷을 입혀 노릇하게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녹아들죠. 한입 베어 물면, 이 음식이 미국의 대표 브런치 메뉴로 자리 잡은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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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재료 (3인분) 오뚜기 딸기쨈, 식빵, 슬라이스 치즈, 슬라이스 햄, 계란, 허니머스타드 소스, 빵가루
📝 만드는 방법
- 식빵 한 면에 허니머스타드소스를 바른다.
- 그 위로 슬라이스 햄, 슬라이스 치즈를 올린다.
- 다른 식빵 한 면에 딸기쨈을 발라 바른 쪽이 치즈와 만나게 쌓는다.
- 남은 면에 허니머스타드 소스를 바르고 위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 식빵의 테두리 부분을 잘라 깔끔한 샌드위치를 만든다.
- 계란을 풀어 약간의 소금간을 하고 샌드위치에 고루 묻힌다.
- 계란물이 촉촉하게 스며든 샌드위치에 빵가루를 묻힌다.
- 에어프라이어 180도에 10분간 조리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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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메일 한 끼> 에디터입니다. 이번 호 푸드 트렌드는 현장 탐방기를 준비했어요. 해외 출장을 갔다가 근사한 축제를 만나게 됐거든요. 출장지는 바로 일본 홋카이도. 매일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기차역에서 우연히 흥미로운 정보를 얻었어요. 바로 삿포로 시내에서 아주 큰 푸드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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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숙소가 축제 현장과 가까웠어요.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기에,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죠. 어떻게든 현장에서 한 끼는 맛보고 싶었어요. 홋카이도는 흔히 겨울 여행지로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면 '미식의 섬'이라는 말이 잘 어울려요. 천혜의 자연환경과 적극적인 식품 산업 육성 덕분에 농수산물이 풍부하고 신선한 먹거리가 끊이지 않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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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매력을 한자리에 모은 축제가 바로 삿포로 어텀페스트(Sapporo Autumn Fest)입니다. 유제품, 사케, 맥주 같은 지역 특산품부터 라멘, 징기스칸, 해산물 덮밥 등 홋카이도 대표 먹거리가 총출동하는 자리예요. 올해는 23일 동안 열렸고, 약 239만 명이 다녀갔다고 해요. 1km 넘게 뻗은 오도리공원은 블록마다 콘셉트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어떤 곳은 셰프의 키친, 또 어떤 곳은 시장처럼 꾸며져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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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중에서도 ‘도산코 구루메’ 존에서 맛본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도산코(道産子)’는 홋카이도 출신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고, ‘구루메(Gourmet)’는 미식가를 의미하는 일본식 외래어예요. 이름 그대로, 지역의 자부심이 깃든 미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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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거닐며 사람들이 손에 든 음식을 살펴봤어요.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화덕 피자! 임시 부스에 실제 화덕을 설치해 갓 구운 피자를 내놓았어요. 따끈한 마르게리따 피자를 호떡처럼 손에 쥐고 후후 불며 먹던 그 순간, 좋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주는 호사를 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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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커리 킹덤 2025’도 무척 인상깊었어요. 39개의 카레 가게가 참여한 연합 부스로, 매일 네 팀씩 다른 가게가 등장합니다. 현장에서 교환권을 구매해 마음에 드는 카레와 밥을 골라 먹는 방식이에요. 가격은 한 그릇에 약 1,350엔~2,000엔. 한국에 집집마다 된장찌개 레시피가 있듯, 일본에는 집집마다 카레 레시피를 갖고 있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이틀 연속 방문했는데 가게마다 식재료와 향신료를 배합하는 개성이 뚜렷해 일본 가정식 카레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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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리공원 7초메 BAR’는 홋카이도 주류 올스타존이었습니다. 삿포로 맥주, 닛카 위스키 같은 지역 대표 브랜드부터 홋카이도 전역에서 활동 중인 소규모 양조장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었죠. 포장마차 형태의 부스에서는 술과 안주를 함께 즐길 수 있었는데, 1,900엔짜리 사슴고기 스테이크는 어떤 술과 마셔야 더 맛있을지 진지한 고민에 빠지게 할 만큼 이색적인 메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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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면에서도 올해 어텀페스트는 흥미로웠어요. 일회용 식기 수거 부스와 분리수거 인력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지속 가능한 푸드 페스티벌의 성숙한 운영 노하우가 돋보였죠. 또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태국어를 지원하는 공식 사이트 덕분에 외국인 방문객도 어려움 없이 원하는 음식을 찾을 수 있었어요. 현지인을 위한 서비스로는 AI 챗봇과 노약자를 위한 예약형 좌석 ‘프레셔스 라운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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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푸드 페스티벌을 만날 수 있을까?" "이곳에서만 가능했던 기획이 있다면 무엇일까?" "여기서 배워야 할 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건, 축제를 구성하는 디테일 때문이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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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만큼이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만졌던 시설물들이 기억에 남아요. 임시로 세운 텐트는 튼튼했고, 가건물은 깔끔했습니다. 참여 레스토랑은 본점의 주방을 최대한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세심함을 보여줬고, 결이 잘 맞는 업체끼리 로고나 부스 컬러같은 시각적 요소를 맞춰 하나의 통일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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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삿포로 어텀페스트는 푸드 비즈니스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탁월한 인사이트를 주는 현장이자, 잘 만든 로컬 페스티벌의 모범 사례로 분석해볼 만한 축제였어요. 이번 리포트를 기억해 두셨다가, 내년 가을에는 직접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이 시기에는 항공권도 비교적 저렴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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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주하는 밥상에는 가족의 대화와 세대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한 그릇의 음식은 '든든한 한 끼'이자,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기록이 되죠. 《3분 트렌드 익힘책》은 1970년대 분말 카레부터 2020년대 밀키트까지, 음식이 어떻게 소비의 변화를 이끌어왔는지를 흥미롭게 짚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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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변화관측소의 박현영 소장과 오뚜기가 함께 만든 맛있는 인사이트을 통해, 시대마다 달라진 ‘한 끼의 의미’를 따라가 보세요. 오늘의 식탁이 곧 내일의 트렌드를 보여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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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 트렌드 익힘책》 출간 안내 - 가격: 오프라인 서점 20,000원, 온라인 서점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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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맛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메일 한 끼>를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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