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후회하나요?

잉잉이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계절 인사로 편지를 시작해 봅니다. 외투를 입어도 몸이 으슬으슬한 게 드디어 가을이 온 것 같아요. 찬 공기가 살에 닿으니 맘이 괜히 싱숭생숭하네요. 내일은 기온이 9도까지 떨어진대요. 이러다 다음 레터는 '겨울이 왔어요'로 인사드리는 건 아닐지😅 걷기 최고로 좋은 요즘의 날씨를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또 부지런히 누려보도록 해요. 가까운 사람과 좋은 시간 보내시구요. 평온하세요. 진심을 담아 이모(emo) 드립니다. 잉잉레터를 열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잉잉레터를 처음 열어보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 잉잉레터는 에디터와 구독자가 함께 만드는 뉴스레터예요. 매주 에디터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감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구독자들의 답변을 다음 호의 '레츠 톡 어바웃 이모션' 코너에서 나눕니다. 지난 호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편지를 들고 있는 이모(emo)를 눌러주세요!

잉잉이A

혼자 있는데 아플 때 정말 외로워요.

잉잉이B

그냥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데도 문득 혼자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을 한번씩 받아요. 그럴 때마다 혼자서도 잘 살아낼 수 있어야하는데, 단단해져야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때 참 외롭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잉잉이D

저는 사람이 없는 공간보다 많은 공간에서 더 외로움을 느껴요. 내가 이 속에 속해있다는 기분이 아닌 이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있다는 게 저를 외롭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적한 곳에서 제가 알고 저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게 좋아요. 아는 사람들이 저를 크게 신경쓰지 않더라도요.

잉잉이E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인데요. 누구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게 어렵다며 되게 단단한 사람같다고 부럽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겉으론 단단해보여도 누구보다도 유리구슬 같은 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건 아닐까 싶어요.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힘을 쏟다보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라도 자꾸 그 유리구슬에 생채기가 쉽게 생겨요. 곧 깨질 거 같이 아슬아슬한 상태가 되죠. 그럴 때 주기적으로 꼭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그 유리구슬을 닦아주고 수리해줘야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못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 유리구슬이 산산조각 나버렸고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맞추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걸렸거든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것 같습니다..

💦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

길에서 마주친,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 번 있었어요. 도서관 앞 신호등을 기다리면서요. 삼선 스레빠에 통이 넓은 고무줄 바지, 후줄근한 티셔츠, 방금 머리를 감은 듯 덜 말라 윤이 흐르는 머리카락. 제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낯선 사람에게서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졌죠. 신호등이 고장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치만 신호등은 멀쩡했고 초록불이 켜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그럴 때면 기도 같은 것도 해봅니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저 사람도 내게서 어떤 동질감 같은 걸 느끼지 않았을까? 왠지 이쪽을 힐끔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간절함은 늘 혼자만의 것이죠. 신호가 바뀌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요. 하필 얼마간 방향이 같아 걷는 동안 머리가 분주했어요. 마음이 분주했더라면 말이라도 덜컥 나왔을지 모르겠는데, 안타깝게도 머리가 분주했습니다.

잉잉이님은 거리에서 마주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 경험이 있나요? 저는 한 번도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 등교 버스에서 간간이 마주치던 다른 학교 학생에게 (겨우겨우) 쪽지를 건넨 일이 있었지만 말을 섞어보진 못했죠. 말을 거느냐 마느냐,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이는 순간 여지없이 입안에 제가 걸려 넘어져요. 횡단보도를 건넌 후 조금씩 멀어져 가는 그 사람 뒷모습을 보면서 평행 세계를 떠올렸답니다. '딱 30초의 용기를 낸 유니버스의 나'는 '입 꾹 다물고 일기나 쓰는 나'와 꽤 다른 삶을 살아가겠지. 그렇게 마음에 드는 이를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을 또 다시 후회하던 중, 제 마음을 감싸주는 글을 발견하게 돼요.

모든 분야의 학자들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적어도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라고.

'후회'를 주제로 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인터뷰인데요. 아래 잉티클로 소개드리려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네요. 다니엘 핑크는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뭔지 적어보면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고 말했어요. 지난 후회를 적어내려가다 보니 제 삶을 관통하는 후회가 뭔지 어렴풋 알 것 같기도 해요. 제때 용기를 내지 못했던 거. 먼저 용기내지 않으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테니까요.

잉잉이님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친구에게 혹은 일기장에 15분만 후회를 표현해도 마음의 짐이 줄고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해요. 그러니 잉잉이님의 후회를 나눠주세요. 시름을 해소하고 잉잉이님이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랄게요.

이야기 나누기

사연을 남겨주시면 하나를 선정하여 카툰으로 그려드립니다🎨
제작된 카툰은 잉잉레터 및 스튜디오잉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될 수 있습니다.

📘 후회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든다

1. 후회란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입니다. 후회는 생계보다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 되지요.

2. 개인적인 후회를 다른 이들에게 터놓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적극적인 경청과 속 깊은 공감이 이어졌죠. 알고 보면 모두가 후회를 터놓고 얘기하길 원했습니다. 사람들은 후회와 허점을 노출하는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그 용기를 높이 샀어요.

3. 후회의 뚜껑을 열어보면 그 동력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우리는 머릿속 타임머신에 올라타 과거로 거슬러 오라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과거의 이야기를 고쳐 씁니다.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이지요. 과거를 바꿨으니 현재의 이야기도 바뀔 수밖에요.

4. 사람들은 너무도 다양하게 많은 것을 후회하더군요. 연애, 재정, 가족, 교육 등등. 그 심층구조를 들여다보니 핵심적인 후회는 4가지로 정리됐어요.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기반성 후회,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

5. 평생 무수히 많은 결정을 내리는 만큼 빈틈없이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건 불가능해요. 관건은 4가지의 ‘핵심 후회’를 최소화하는 거죠. 그게 바로 후회의 최적화입니다. 핵심 후회는 최소화하되, 그 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족합니다.

6. 사람은 누구나 후회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세요. 그리고 후회하는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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