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처음에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애틋함과 기대감이 넘쳤다. 친정엄마는 실제로 마치 손자를 직접 본 것처럼 사랑스럽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은 무덤덤해져 갔다. 현실은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배아들에게는 등급이 매겨졌다. 최상부터 하까지. 선생님은 등급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그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최상, 상급 배아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상급 이상의 배아가 아니면 계속 불안했고, 맘카페를 뒤져 비슷한 등급과 모양의 배아로 성공한 사례를 찾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별개로 나의 배아 N호들은 더 먼 우주로 나아가지 못하고 빛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험관 시술의 장점은 이 배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배아(胚芽)'라는 한자를 찾아보니 '싹이 트다', '아이를 배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정말로 새로운 시작, 생명의 시초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래서 만약 내가 성공해서 아이를 갖게 된다면, 언젠가 그 아이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