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못 갚는 걸까요, 안 갚는 걸까요?  

고민 하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구 사이에는 돈거래를 하지 마라”는 말이 오래된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저도 예전에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빌려줄 때부터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 문득 생각이 납니다. 돈보다 ‘갚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몇 가지를 묻고 싶습니다.

  • 이 돈을 못 받아도 감당할 수 있나요?
  • 친구는 못 갚는 건가요, 안 갚는 건가요?
  • 약속을 지키려는 태도는 아직 남아 있나요?
  • 돈을 돌려받아도 그 친구를 다시 신뢰할 수 있나요?


답에 따라 선택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지만 친구가 사정을 설명하고 조금씩이라도 갚으려 한다면,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언제부터 얼마씩 갚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는 편이 낫겠지요.

반대로 계속 연락을 피하고 약속도 반복해서 어긴다면, 어느 순간에는 돈과 관계를 나눠 생각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돈을 돌려받는 것과 그 사람을 계속 친구로 두는 것은 꼭 같은 결정이 아니니까요.


결국 ‘어떻게 받아낼까’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나는 이 돈과 이 관계를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법률 상식 먗 가지를 덧붙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파란 버튼을 누르면 블로그 글로 이어집니다). 

악의적으로 안 갚는 친구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받기 위한 법적 방식으로 그나마 간이한 것은 '지급명령' 일 것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면,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 점도 유의하실 필요는 있습니다. 

이번 주, 이런 생각

요즘 유튜브에 강의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본 없습니다.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아 금요일 새벽에 한 시간쯤 시간을 내서 그냥 찍습니다. 편집은 기차에서 합니다. 소리도 아쉽고, 영상도 아직 서툽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무언가를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한 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었습니다.

예전에 스터디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책을 보며 ‘이걸 언제 다 하지’ 싶었는데, 한 주에 조금씩 읽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 순간 끝에 닿아 있었습니다. 몇 달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분량이 어느새 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시간의 축적을 믿게 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것보다, 일단 시작해서 하나를 남기고, 그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하나를 남기는 것.

지금 올리는 영상들이 언젠가 보면 꽤 서툴러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완성도를 기다리기보다, 쌓여가는 시간을 한번 믿어보려 합니다.

도장이 없으면 계약서 효력이 없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에서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계약은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하면 성립합니다. 구두로 한 약속도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재판에서는 결국 “어떤 내용으로 최종 합의했는가”가 문제됩니다.


제가 본 사건 중에는 한쪽이 수정된 계약서가 최종본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문서에는 도장이 없었습니다.

반면 상대방은 양쪽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결국 도장이 찍힌 계약서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도장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해온 방식, 수정 과정, 양쪽이 문서를 다뤄온 태도까지 놓고 보니 도장이 찍힌 문서가 최종 합의본이라는 설명이 더 일관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의 서명·도장은 계약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라기보다, 
“이것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합의한 내용입니다”라고 남겨두는 강한 흔적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약속일수록, 마지막 버전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 동네, 조금 특별한 사람들 
별 하나짜리 리뷰는 커피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사람에게 향합니다.
법으로 지울 수 있는 말과 그냥 견뎌야 하는 말 사이에서 선영은 자기 방식의 답을 고릅니다.
그리고 그 선택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현의 작은 마법이 움직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 
지난 주 제가 만든 것들 

승소판결 이후에도 돈을 받지 못할 때, 재산명시·재산조회부터 강제집행까지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강의하고 판례집을 쓰는 과정에서, 결국 가르치는 일이 가장 깊이 배우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여기.
목줄을 놓친 반려견이 사람을 물었습니다
반려견이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보호자에게 어떤 민사·형사 책임이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