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미라클러님 안녕하세요?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지난주 레터는 디즈니와 엔터 및 콘텐츠 산업을 다뤘었는데요. 오늘 레터는 오래간만에 유통산업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합니다. 바로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료품점(Grocery)’중 하나인 ‘트레이더 조’에 대한 얘기에요. 이 회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트조'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어요. 🙂 한국산 냉동김밥이 트조에서 불티나서 팔린다는 소식과, 트조의 4000원짜리 에코백이 60만원에 재판매 됐다는 소식도 있었죠. 대체 어떤 회사인데 이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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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조에는 세가지가 없다
- 트조의 역사와 기업문화
- 한줄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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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트세권(트레이더조 가까운 동네)에 삽니다. <우리동네 트조>
트조(트레이더조)에는 세가지가 없다
트레이더조는 식료품을 파는 슈퍼마켓인데요. 슈퍼마켓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팬들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 김밥이 잘 팔리는 건 ‘김밥’이 아니라 ‘트조’에서 판매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죠. 그런데 트조는 한국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곳이에요.
첫번째, 온라인몰이 없어요. 당연히 배송도 안해줘요. 트조 물건을 사려면 무조건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구매해야합니다. 심지어 미국에서 장보기를 대신해주는 서비스인 ‘인스타카트’와도 협력을 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꼭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사야한다는 거에요. 한국에서 쿠팡과 마켓컬리, 쓱배송 등에 익숙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찹 답답한 곳이 트레이더조.
두번째, 트조에는 내셔널브랜드(NB)가 없어요. 식품 제조업체의 브랜드를 내셔널브랜드라고 하고, 유통회사가 자신의 브랜드를 제품에 쓰는 것을 프라이빗브랜드(PB)라고 하는데요. 트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식품회사의 브랜드가 없어요. CJ햇반, 농심 신라면 같은 것이 없고 트조햇반, 트조 매운라면 이런 제품만 판매됩니다. 판매되는 전체제품의 80%가 PB. NB자체가 없기 때문에 트조에서 파는 제품은 모두 트조에서 책임지고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세번째, 트조는 광고를 안하고,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멤버쉽 같은 것이 없어요. 슈퍼 한구석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도 없죠. 식품 제조업체에게 돈을 받고 좋은 자리에 제품을 진열해주는 경우도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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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에 뿌려먹어도 다 맛있다는 에브리씽 벗더 베이글 <트조>
제품수를 줄이고 가격도 낮춘다
이런 특이한 영업전략을 통해 트조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번째, 트조는 판매하는 제품 수를 크게 줄였어요. 월마트, 코스트코 같은 초대형 마트의 매장 면적은 20만 제곱피트, 일반적인 슈퍼마켓은 4만 제곱피트인데 트조는 1만~1만5000제곱피트의 면적이에요. 제품의 숫자도 일반 슈퍼마켓의 3만개에 비하면 4000개 밖에 되지 않죠. 모든 제품이 PB니까 당연한 결과. 하지만 트조는 각 카테고리에서도 중요한 핵심제품만 팔지 다양한 종류를 판매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샐러드 드레싱을 판다면 미국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7가지 종류의 드레싱만 팔아요.
두번째, 트조는 판매 제품 수를 줄이고 매장의 면적을 줄이면서, 여기서 아낀 돈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고 있어요. 판매 제품 수가 줄어들면 관리비용이 줄고, 또 제품당 구매량이 많아지니까 협상력이 좋아지죠. 또한 NB 없이 PB만 판매하므로 NB업체가 가져가는 마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광고나 포인트적립을 안해주는 것도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 그래서 트조의 제품들은 체감하는 ‘퀄리티’에 비해서 가격이 낮아요. 최근 트레이더조는 바나나 한 개의 가격을 19센트(260원)에서 23센트(310원)로 인상했는데요. 무려 20년간을 올리지 않은 가격.
그런데 이런 전략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코스트코와 비슷한데요. 제품 수를 줄이고 관리 비용을 줄여서 고객에게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은 코스트코가 유명하죠. 하지만 코스트코와 달리 트조는 유료멤버십을 운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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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조 베스트 상품 중 하나인 만다린 오렌지 치킨 <트조>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슈퍼마켓
그래서 트조의 특별함은 가격과 제품수가 아닌 '다른 것'에 있어요.
제품의 수를 적게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어려움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해당 카테고리에서 하나의 PB브랜드만 있으면 선택은 더욱 쉽겠죠. 모든 제품이 트조의 제품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평이한 제품들만 판다면 쇼핑의 즐거움도 없지 않을 것 같아요.
트조는 PB제품 하나하나를 매우 매력적으로 만들어요. 제품명도 특이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이색 제품을 내놔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편. 뭔가 구매하는 경험은 ‘프리미엄 식품’을 사는 것 같은데 가격은 일반 공산품과 비슷해요. 매장을 갈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새로움을 느끼게 되고 이때마다 ‘지름신’이 발동하게 됩니다.
또, 제품이 인기가 없으면 빨리빨리 해당 제품을 단종시켜버려요. 패스트패션으로 유명한 자라의 의류들이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나오고, 사라지듯이 트조에서도 새로운 신제품들이 빠르게 나오고 빠르게 사라져요. 물론, 스테디 셀러 제품들은 바뀌지 않고 계속 판매되지요.
그래서 제품을 그때 사지 못하면 다시는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마치 제철과일이 그 시즌이 지나면 안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트조에서는 계획하지 않은 과다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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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도 에코백 있어요. 2개 있어요. <트조>
'진짜' 친절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처럼 고객에게 특별한 프리미엄의 경험을 주기 위해 트조의 머천다이징 팀은 전세계를 다닌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평가절하되는 ‘냉동식품’이 트조에는 많이 판매되는 데요. 해외에서 소싱한 제품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급속냉동을 선호한다는 설명도 있어요.
제품 뿐만 아니라 트조에서 집중하는 것은 매장경험.
트조의 직원들은 다른 유통업체들과 매우 달라요. 친절하면서도, 그런 친절함이 아주 자연스러워요. 과다한 친절이 아닌 진짜 동네 주민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가끔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불쾌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트조는 그렇지 않아요. 미국의 대형마트는 매장은 아주아주 넓어서 그런지, 직원을 찾기가 어려워요. 트조는 매장이 작아서 직원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도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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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트레이더 조요. <위키피디아>
트조의 역사와 기업문화 궁금하죠?
트레이더 조는 1967년 조 쿠롬베라는 사람이 남부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처음 매장을 여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조’라는 이름은 바로 창업자의 이름에서 가져왔죠. 그는 남부캘리포니아의 라이프 스타일에 하와이의 여유로움이 담긴 슈퍼마켓을 만들었고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두게되요. 하지만 지금의 트레이더 조와는 사뭇 다른 곳이었죠. 그는 1979년 독일의 유통 재벌인 알디의 창업자 테오 알브레히트에게 회사를 매각하게되는데요. 지금의 트조는 창업자 조 쿠롬베가 만든 기업문화에 알디의 기업철학이 뒤섞인 기업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제품을 PB로 구성하고 가격 낮추기에 집중하는 것은 알디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기 때문이죠.
알디의 장점을 가져오면서도 트레이더 조의 매력을 유지한 것은 독립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던 미국 경영자들 덕분인 것 같아요. 1988년부터 2001년까지 CEO를 지낸 존 쉴드의 취임기간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미국 전역으로 확장을 시작한 트레이더 조는 매장이 27개에서 174개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2001년 CEO가 된 벤 데인 CEO 재임기간에는 매장이 543개까지 늘어나요. 미국 대부분의 주에 매장을 열고 전국적인 사업자가 됩니다. 지난해 20여년 만에 CEO가 바뀌면서 브라이언 팔바움 CEO가 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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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영어에게 매일매일 패배하고 있어요. <소피반 유튜브>
트조에서 알바로 일해보면 어떨까?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일하다가 2023년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직자가 된 정김경숙(로이스 김)님. 아무리 구조조정이 흔한 미국이지만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해요. 이 기간을 인생의 '갭이어(쉬어가는 해)'로 정하고, 대기업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여러가지 파트타임 알바일을 시작하셨어요(이 내용을 책으로도 내셨습니다). 이 알바 중의 하나가 본인이 팬이었던 트조에서 일하는 것이었어요.
미라클레터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 엔지니어들을 만나고 그곳의 문화를 소개하는 경우는 많았어요. 하지만 유통기업의에서 몸으로 일하는 직군에서 일하는 분들의 얘기를 할 기회는 많지 않았죠. 그래서 로이스님께 트조의 문화가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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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조에는 독특한 미적 감각이 있어요. <트조 유튜브>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 : 여러 알바 중에 왜 트조를 선택하셨나요?
🙂 : 늦은 나이지만 ‘현장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중에서 트레이더조의 기업가치와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어요.
😺 : 알바(크루) 면접은 다른 회사랑 달랐나요?
🤓 : 애플에서 하는 질문과 동일했어요. “트레이더에서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무엇인가?”하고 물어 보더라구요. 두번째 질문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어떻게 동기부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어요. 질문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잘해준 적이 있는가?”라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트조에서 항상 면접에서 하는 질문이라고 하더군요. 일반 아르바이트 면접은 근무시간과 과거 경험을 체크하는 정도인데 트조는 많이 달랐어요.
😽 : 트조의 연봉이나 대우는 어떤가요?
😙 : 트레이더 조 크루들은 리테일 업계 최고 시급을 받아요.(외신에 따르면 시급이 18달러(약 2만5000원)). 모든 컴플레인은 매니저가 처리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도 덜한 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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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조 김밥 아직도 못 먹어본사람 손! <트조>
😼 : 트조 매장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일하나요?
😆 : 한 매장당 크루들 숫자가 130~150명이고, 매니저(메이트)가 7~8명, 스토어매니저(지점장)가 1명이 있어요. 메이트나 스토어매니저가 되면 반드시 크루를 거쳐야 해요. 매장 내의 모든 크루는 캐셔를 포함해 15개 제품 섹션에서 순환를 해야하기 때문에. 일하다보면 매장을 속속들이 알게되요. 저는 지난해 12월에 메이트로 승진했어요. 트조는 다른 곳에 비해 매장 크루를 넉넉하게 가져가서 덜 힘든 편이에요.
😺 : 트조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 : 가장 나이가 어린 크루는 고등학생이고, 가장 나이 많은 크루는 70대 후반인 분도 있어요. 60살 차이가 나지만 매장에서는 서로 주먹인사를 나누는 동료죠. 나이도, 배경도, 취미도 다양한 크루들이 일하고 있어요. 요리사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마케터였던 사람도 있어요.
😸 : 트조는 직원들이 참 친절한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 : 트레이더 조에는 직원들이 말을 거는 스몰토크가 참 많죠. 계산대의 캐셔들 이 제품을 스캔해서 직접 장바구니에 넣어주면서, 끊임 없이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니까요. 매장 직원들이 고객들을 돈 버는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는 만큼 고객들도 직원들을 존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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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쇼핑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요? <쿸씨 유튜브>
😼 : 트조의 인력관리에서 특징이 있나요?
😎 : 저는 트조에서 일한지 6개월만에 스토어 매니저로 부터 쿠키·캔디 섹션의 리드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렇게 되면 제품 주문과 진열, 재고관리 등 실제 매장운영과 관련된 결정을 제가 내리게 되요. 매장에서 일한지 6개월 밖에 안 되는 알바생에게 이런 결정을 맡기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요? 이렇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에 트조에서는 시급제 아르바이트생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 같아요.
😺 : 트조에도 미션이나 비전이 있나요?
🤗 : 트레이더 조의 미션은 ‘동네 슈퍼마켓으로서 가장 질 좋은 제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고객들에게 제공해 감동을 준다’는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단골 고객도 많고 고객들과 일화도 많아요. 한 단골은 제가 근무하는 시간에 와서 “로이스”라고 제 이름을 부르고, 식재료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최근에 다녀왔던 여행 얘기를 들려주기도 해요. 저와 가까운 베트남 할머니도 계신데, 말은 안 통하지만 늘 일하고 있는 제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려요. ‘나 왔어’라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사탕을 손에 쥐여 줘요. 이런 슈퍼가 세상에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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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조는 자신들이 '1위'가 아니라 '니치(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트조는 상장사도 아니고 알디그룹이 소유한 계열사에요. 상대적으로 성장과 실적에 대한 압박이 덜하죠.
그래서 '월마트' '코스트코'처럼 1위를 노리는 거대유통회사가 아니라 동네슈퍼마켓이라는 포지션을 취하죠. 트조도 고객들이 자신들의 매장에서만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아마존에서 프라임 배송을 받는 고객도 있고, 코스트코에서 대량구매를 하는 고객도 있죠. 그들을 따라가기보다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성공한 것이 지금의 트조랍니다.
“전략의 핵심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The essence of strategy is choosing what not to do."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 교수의 말이에요.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것을 '안'하고 계신가요? 혹시 남들이 다 하니까 하고 계신건 아닌가요? 혹시 미라클러님은 나의 성공을 위해 어떤 것을 '안'하고 계신가요? 모든 일을 다 잘하려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계신건 아닌가요!
오늘 하루,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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