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결혼을 넘다>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며
7년 만에 
생활동반자법을 
수면 위로🌊      
기본소득당 × 용혜인 × 베이직페미
19대 국회 때 최초로 등장했지만 7년 동안 멈춰 있는 생활동반자법기본소득당 여성주의 의제기구 베이직페미와 용혜인 의원이 이 법에 다시 시동을 걸어보기 위해 만났습니다.

인터뷰이 혜인
인터뷰어 민아 서영

최근에 출산 후 국회 아이동반법을 발의하셨는데요유난이라거나 특혜라는 말도 있었지만, ‘슈퍼맘도 숭고한 어머니도 아닌 평범한 워킹맘들의 많은 응원이 있었어요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아이동반법 발의하고 아이랑 같이 첫 출근하던 날생각보다 훨씬 크게 이슈가 돼서 좀 놀랐는데요비판이나 비난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정말로 일하시는 엄마들의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아이동반법이 국회의원에 한정되는 법인 건 맞는데그냥 아이를 안고 국회에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카타르시스였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국회는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곳인데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이를 안고 국회에 나타났다는 점에서요.
 
7월 5일에 복귀하고 이제 4주차네요국회에 돌아오니 다시 또 일상이 굉장히 바쁘게 굴러가더라고요하루에 일정이 10개인 날도 있을 만큼 바빴는데 그래도 다시 나오니까 좋은 것 같아요일상을 회복한 느낌이 들거든요집에서 홀로 육아를 하고 있는 남편에게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남편이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기도 해요동시에 아이가 아직 100일도 안 됐으니까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뭐가 좋은 일일지 좀 자신 없기도 하고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가족을 구성한다는 게 어떤 건지 저희는 아직 감이 없어요비혼을 택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결혼부터 출산육아까지 의원님에게는 어떤 고민들이 있었나요?

저는 원래 결혼 같은 건 하지 않아 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어요. (웃음그런데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생겼고모든 것을 같이 책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막 엄청 불타오르는 로맨스 이런 건 아니고요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니 못할 건 없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했어요실제로 결혼하고 한 3~4년 정도를 아이 없이 둘이서 재밌게 살았죠그러다가 아이가 생겼는데 임신 중일 때는 설레고 재밌는 게 컸던 것 같아요근데 딱 출산을 하고 나서는 조리원에서 매일 울었는데이전의 삶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두려움이나 압박감이 굉장히 컸어요.
 
우리가 뭔가 일을 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더라도 원래 알던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거잖아요그런데 육아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겠는 감각은 정말 처음이었어요아이가 24시간 중 12시간 자고 12시간은 울었거든요그러면 저는 아이가 자는 12시간 동안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젖병도 닦고 젖병 소독도 하고 빨래를 널고 개고사이사이 저의 잠도 자야 되고요그래도 이제는 지옥 같은 신생아기를 지나 눈도 맞추고 웃기도 하고 울지 않는 시간도 생기고 그래서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 만약 생활동반자법처럼 결혼 제도가 아닌 선택지가 있었다면 그것도 고민했을 것 같아요가능하고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다면 꼭 결혼 제도라는 틀에 묶이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요그런데 아플 때나 가족들한테 일이 생겼을 때아니면 집을 구할 때결혼한 사이가 아니면…. 병원에 가서 보호자 서명하는 것도 불가능하잖아요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도 컸어요현행 제도에서는 결혼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가 없고청약이나 특공에서도 훨씬 불리하죠같은 이성 커플이라고 해도 결혼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생기는 거예요.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결혼 기준으로 7년까지 받을 수 있어요법적으로 인정되는 신혼부부는 7년까지라서 전 아직 신혼부부죠. (웃음그 7년이 끝날 때쯤 되면 이제 아이를 낳아야 그 다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 건데요국가가 추구하는 정상 가족의 사이클에 따른 거죠결혼으로 묶이지 않은 이성 커플 혹은 동성 커플아니면 친구 사이에도 신뢰 관계라는 건 다양하게 형성될 수 있는데 제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불이익을 주고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의 경우 결혼 외에도 다양한 시민들의 결합을 인정하는 제도가 있는데, 국내에도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된다면 개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생활동반자법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생활동반자관계로 인정하고그 인정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이고요여성과 남성 간의 배타적 혼인 관계에 한해 보장되어온 권리와 의무들을 생활동반자관계에도 부여하자는 취지의 법안입니다예전에 진선미 의원님이 발의를 시도하셨던 법안인데 아직 21대 국회에는 발의되어 있지 않아요해외에서는 이미 사례들이 많고요한국에서는 처음 생활동반자법이 제안된 지가 이제 거의 7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발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죠.
 
어느 여성 노인 두 분이 자녀나 친척들과 다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함께 살다가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굉장히 오랫동안 서로 믿으면서 여생을 함께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보호자 서명을 한다거나 장례를 주관해서 치른다거나 아니면 유산과 관련해서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던 사례가 최근에 보도가 되었어요이런 소식을 접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말고는 사실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생활동반자법이 있다면 안타까운 소식 자체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그밖의 다른 방법들을 찾아갈 수도 있을 거예요.
 
역사의 발전이라는 건 더 많은 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장되고 그것을 확장시키기 위한 싸움의 역사였던 건데저는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된다면 그런 측면에서 또 한 번 투쟁을 통해서 우리의 권리를 확장시켜나가는 결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 차별금지법 공동발의 후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내용의 민원이 많이 접수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약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게 된다면 비슷한 민원이 접수될 것 같은데그런 의미에서 투쟁이라고 표현하신 걸까요?

차별금지법 발의 이후에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어요아마 생활동반자법도 비슷한 결과가 있을 거고요차별금지법과 관련된 토론에 참여해보면반대 근거로 차별금지법이 법적으로 무슨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잘 들어보면 그 이면에는 결국 동성애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었어요그런데 그렇게 표현하지 않고 굉장히 교묘하게 반대 논리들을 많이 준비하셨더라고요한 번은 제가 그래서 핵심은 동성애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맞다고 인정하신 분도 계셨어요심지어 이전까지 늘어놓았던 반대 근거들이 무색하게성적 지향 빠지면 찬성하실 거예요?”라고 여쭈었더니 라고 하시더라고요생활동반자법이 다시 전면에 떠오르게 되면 여러 복지 제도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을 재정비하게 될 텐데요기존의 복지 틀을 흔든다, 재정이 어렵고 재원 마련이 어렵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들이 똑같이 나오겠지만 어김없이 핵심은 동성 커플의 법적 인정에 대한 것이겠죠.
 
토론을 통해서 항의 전화하시는 분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저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요가능한 방법은 역시 그런 차별적인 생각들을 굉장히 올드패션한 것으로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이것이 지금의 상식이고당연한 것이고이것에 반대하는 논리들은 굉장히 낡은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다시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려는 시도 혹은 이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는 시도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그때보다는 좀 더 나은 논의를 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런 점에서 반대로 생활동반자법이 기존 결혼 제도의 지위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아이디어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활동반자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결혼이라는 것이 과연 더 따내야 하는 권리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 같아요무엇이 더 급진적인 안인가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죠그러니까 모든 배타적 관계들을 해체하는 방향이 더 급진적일지아니면 결혼 제도를 성소수자에게도 확대하는 것이 더 급진적일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것 같아요다만 성소수자에게 금지되어 있는 결혼 제도를 쟁취해내는 것 역시 하나의 투쟁의 승리일 수 있고그것을 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그것이 무리한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어쨌든 결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미 일어나고 있고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기존의 결혼 제도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시민결합 내지는 생활동반자라는 법적 지위의 부여에 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가오는 8월 12일, 의원님과 기본소득당그리고 베이직페미가 함께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게 되었습니다이번 토론회에서 기대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베이직페미가 제안을 해주셨고 저도 흔쾌히 같이 하자고 해서 성사된 이번 토론회가 굉장히 중요한 토론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작은 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법을 발의하는 것조차도 사실 쉽지 않은 현실이 있어요우리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면여기에 불이 붙으면 국회의원들은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잖아요저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생활동반자법은 많은 사람들이 원했던 법이지만또 그런 법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마음속에만 갖고 있었던 법안이기도 하잖아요그래서 이 법의 발의와 통과를 너무나 기다렸던 사람들에게그리고 저도 그런 사람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어떤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어요다시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도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왜 기본소득당이 생활동반자법에 관심을 갖는지왜 기혼에 자녀가 있는 용혜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여는지 궁금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제가 기혼에 자녀가 있어서 사실은 굉장히 클래식한 삶의 형태를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만저는 소수자의 권리 확대에 대한 이슈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에, 제게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특정한 내 친구 누구가 아니라 그냥 나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동료 시민들이 같이 살아가는 사회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더 많은 권리를 누리고 권리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점이 특징인데돈을 벌어야 하는 일 때문에 나 자신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기본소득은 내가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삶의 조건을 마련하는 기획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그랬을 때 생활동반자법이든 차별금지법이든 저는 자연스러운 게누군가가 그 자신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법안들이고 그런 법안들은 당연히 기본소득의 어떤 철학적 배경들과도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어요그래서 기본소득당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정당이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생활동반자법과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기본소득과 아주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라는 단 하나의 원리를 당연하게 만드는 것,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그리고 인종 간에는 위계가 없다’ 라는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것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당연한 거지만 사실 당연하게 만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투쟁이 있었던 거잖아요생활동반자법도 당연한 상식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우리가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또한 많은 변화의 결과라고 생각해요그래서 이 결과가 또 다른 변화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소득당과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각오로 이 토론회부터 잘 시작해 보려 합니다아쉽게 온라인으로 열리지만 8월 12일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용혜인 의원은 겪어보니 슬프게도 국회의원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 움직이는 직종이라며 올해는 꼭 10명의 도장을 모아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여러분의 열망과 바람으로 생활동반자법을 국회로 보내주세요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앞당기는 두 가지 방법은?
기본소득당 베이직페미 (준)
basicincomeparty.w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