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상된 금액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제는 전세 보증금의 80%까지 가능합니다. 이모티콘 차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맞춰 반응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아직인데요, 시장에선 4월에는 구체적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전세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시행한 규제가 하나 둘 풀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돈을 빌리고 싶어도 과도한 규제 탓에 돈을 빌리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희소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최근 몇년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내 집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의 가계대출 수요가 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값 또한 오름세를 보였고, 집값을 잡기위한 마구잡이식 규제가 쏟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세상에서 내 집마련은 틀렸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한편, 부동산이 더 오르기 전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을 해서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주식·암호화폐 투자에 올인하는 사회적 기류가 형성됐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2월만 기준으로 29세 이하 직장인 1인당 평균 대출액이 1466만원으로 1년 새 29.4% 증가했습니다. 29세 이하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대출은 주택 외 담보대출(45.0%)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는데요, 여기에는 부동산·주식 등과 관련한 2030세대의 영끌 대출 추세가 부채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현 정부는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부여잡고 가계대출 옥죄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부동산 정책 기조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시장의 흐름에 맞는 방향으로 '정상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역시 '대출 조건의 정상화'를 내세워 속도감 있게 복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전세대출입니다. 은행들은 전셋값의 80%까지 대출을 해주는 예전 수준으로 한도를 되돌렸습니다. 직전에는 전셋값의 증액만큼만 빌려줬었지요. 일부 은행에서는 3%대 초반의 우대금리 이벤트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전세대출자금은 실수요로 분류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서 제외합니다. 이 때문에 자금의 여유가 있더라도 전세자금을 최대한 받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한도도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에 마이너스 통장 최대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는데,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은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의 한도를 되돌리는 등 '5000만원 룰'이 전면 해제된 셈입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늘리고, 신용대출 상품의 경우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대출규제 완화가 과연 좋기만 할까요?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80% 완화 공약과 추후 DSR 면제 등의 정책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과도한 부동산 규제를 풀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와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구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영끌해서 무리하게 집을 사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인 DSR 완화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 보호 조치가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인상기에 차주가 빌린 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이 낮아져 가계대출이 늘어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고 안정화된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이죠.

윤 당선인의 공약 대로 LTV를 70~80%까지 늘려도, DSR 규제가 그대로라면 대출 확대는 어렵습니다. DSR은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주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연소득에서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40%(은행권)를 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LTV가 늘어도 소득이 낮으면 대출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DSR 규제는 실수요자나 취약계층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한번 무너진 부동산 정책 정상화의 길을 멀고도 험해 보입니다. 당장의 대출 규제 완화 기류를 마냥 좋게 볼 수 만은 없지만, 실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차기 정부의 핵심 임무이기에 그에 맞는 기대를 해 봅니다.

개인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하는데요, 연소득 대비 갚아야 할 돈과 이자를 계산한 비율을 의미합니다^^

• 새정부 대출정책 완화…DSR도 풀릴까
• 코로나 첫해 직장인 빚 평균 4862만원…20대·신용대출 껑충

• 지방은행도 규제 빗장 푼다…DGB대구은행, 전세대출 금리 인하

• 4월부터 보금자리론 금리 0.15%p 오른다..."최저 연 3.5%"
• 금리 인상 + 우크라 전쟁에 전 세계 IPO건수 '뚝'··· 1분기 중 70% 급감
• 3월 마지막 주, 저축은행 적금 최고 금리는 '연 6.0%'
• 주담대 금리 6% 나왔다…국고채 상승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