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법륜스님이라는 재미난 분이 계신다. 그분은 20여년 간 2,000번이 넘는 공연을 펼쳤다. 악기 없이 말로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데, 그 주제는 고민상담이다. 질문에 대한 응답이 모두 즉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는 엄청난 경력의 재즈 뮤지션이나 다름없다. 세상만사 모든 고민을 들어본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사람은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괴로워 한다고.
음악을 하며 뜻대로 되지 아니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2025년 1월, 대학에서 학술교류를 목적으로 일본 오사카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이왕 가는거 미리 가서 여행도 다니고, 이왕이면 공연도 하고 싶었다. 공연을 하려면 기타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공연할 곳이 있어야하는데 어떻게 하지..
먼저 구글에 오사카 오픈마이크 (누구나 공연할 수 있는 열린 무대)를 검색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에게도 연락을 해보았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하던 중, 이미 예정된 공연의 오프닝 무대를 자처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방문하는 일정에 공연을 하는 로컬 뮤지션의 무대를 찾은 다음, 그 뮤지션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 SNS계정을 검색해 다음 메세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싱어송라이터 종서입니다.
당신의 오프닝 무대로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링크)에서 제 노래를 들어보세요."
(GPT야 일본어로 번역해줘)
3일이 지났을까, 딱 한명에게서 답장이 왔다. 어떻게 연락을 하게 되었나요-궁금할 만 하다-로 시작한 4줄의 이메일에는 5개의 질문이 있었다. 왜 공연을 같이 하고 싶은지, 일본어는 할 수 있는지 등. 다시 한번 이메일이 오간 끝에 공연을 함께 하자!는 답변이 왔다.
일본에서
무대뽀 부탁을 수락해준 Yoshimoto 씨는 공연을 하기 전 오사카에서 열리는 한 모임에 나를 초대해주었다. 레스토랑 겸 공연장인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폐점파티를 연 것이었다. 1층은 공짜 술과 음식이 가득, 지하에는 실력있는 로컬 뮤지션들이 풀밴드로 즉흥 연주를 벌이는 천국이었다…
드럼과 기타가 반주를 하고 있으면 갑자기 관객석에서 누군가 기막힌 색소폰 솔로를 하거나, 피아노로 걸어가 미친 솔로를 벌이는 그런 곳이었다. 안 그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언어를 전혀 모르는 이방인으로서, 음악 괴물들 사이에 끼어 있으려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그곳에 모인 분들은 마치 가족처럼 웃으면서 나를 맞아주었다. 긴장한 만큼 이 놀라운 하루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날의 분위기와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자도, 거지도 고민이 있다. 인생은 뜻하지 않은 것 투성이고, 때문에 괴로운 일도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 파티에 초대받고, 공짜 하이볼을 마시며 즉흥으로 비틀즈 노래를 합주하는 것도 뜻하지 않았지만, 일어나버렸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지만, 뜻한 것보다 더 큰 게 주어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