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_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때

살아있다고 느낀 게 언제더라

회사 동기와 점심 시간에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 일할 때 가끔씩 살아있음을 느껴." 요즘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의 방향이 그렇게 튈 줄은 몰라서 다소 당황했는데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그래도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난 일하면서 살아있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그런 식으로 흘러가듯 대답한 뒤, 문득 생각해봤습니다. 요즘 살아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

'살아있다'는 느낌을 자각하는 순간은 아주 기쁘고 행복한 순간과는 별개인 것 같아요. 오히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처럼, 평화로운 혼자만의 시간에 그런 느낌을 자주 받기도 했고요. 정반대로 정말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하지만, 극도로 그 분위기에 취해 황홀한 페스티벌의 한가운데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정말 고요하거나, 혹은 정말 시끄럽고 황홀하거나. 그래서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이, 무언가에 정말 몰입할 때 '아, 나 살아있네!' 자각하게 되는 게 아닐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은 지 꽤 오래된 걸 보면,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고요하지도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나 봅니다. 다른 걸 다 잊고 몰입할 만큼 열렬하게 좋아하는 대상을 만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몰입을 위한 최적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영화관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등 보고 싶은 영화들이 줄지어 있는 12월이니까요. 올해 연말은, 어찌 되었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로 '살아있음'을 자각하는 연말이 되시기를!

다음주에는 영화관에 가고 싶은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이 주의 라면 한 숟갈🌱

더 밥 스튜디오 - 라면꼰대

사실 '꼰대'라는 말은 너무 많이 소비되어서, 이제 재미를 주기는 어려운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라면'과 '꼰대'라는 말이 붙으니까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라면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달까요? '칼국수 꼰대', '파스타 꼰대'와는 또 느낌이 다르게, <라면 꼰대>는 입에 착착 붙어서 정말 오랜만에 콘텐츠 제목만 보고 시작한 콘텐츠입니다. 최고의 라면을 끓이기 위한 특별한 여정을 컨셉으로, 주인공은 김풍, 장르는 휴먼 힐링 로드 코믹 다큐멘터리라고 하는데요. 1~2화 게스트로는 영혼의 단짝 같은 침착맨, 주호민 작가가 등장합니다. 특별한 미션을 주지 않아도,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특별한 장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재밌을 수 있다. 그냥 자연스러움 자체가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복잡한 세상 속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쓱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이 주의 오므라이스 한 숟갈🍂

곡선보다 직선이 어울리는 김태리가 단단한 눈빛 안에 담은 것들

Q. <아가씨> 오디션 당시 박찬욱 감독에게 "나라는 인간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지금의 김태리를 보면 더 납득이 됩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종종 생각해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닌데 이렇게 태어나서 나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진짜 큰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냥 존재하며 버티는 것. 그러다 보면 또 괜찮아질 때가 올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중략)

Q. 소설가 황정은은 편지나 글 말미에 '건강하시기를(평안하시기를)'이라는 인사말을 덧붙인다고 해요. 김태리가 안부처럼 보내고 싶은 말은?

= 좋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설레는 아침을 맞으세요. 저도 제가 그랬으면 좋겠으니까요.

-[엘르] 곡선보다 직선이 어울리는 김태리가 단단한 눈빛 안에 담은 것들

한동안은 정확한 칭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뭘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칭찬해줘야 그 칭찬을 납득할 수 있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한 결과물을 보고 회사 선배가 정말 뜬금없이 '정말 잘하고 있어요👍'라는 메신저를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요. 그 밑도끝도 없는 칭찬이 너무 좋아서 마음에 남더라고요. 비슷한 맥락에서 너무 좋았던 김태리 배우님의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울 때, 나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진짜 큰일을 하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요. 웃는 것만 봐도 밑도 끝도 없이 즐거웠던 김태리의 12가지 Q&A 영상도 꼭 같이 챙겨보기로 해요🌺

이 주의 에스프레소 한 잔🙏

10cm - 그대와 나

최근 박상영 작가님의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고 있는데요. 넬, 자우림을 비롯해서 10대인 주인공이 빠져 지냈던 음악, 영화, 만화책 등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설이에요. 그래서 소설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러다 소설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내가 소설 속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였을 때 좋아했던 플레이리스트를 꺼내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10cm의 1, 2집 곡들을 꺼내들었는데요. 딱 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쯤 들으니 여전히 좋아서 가져왔습니다. 이 노래와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게 아닌데도, 들으면 괜히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급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은 기억이 있는 것처럼 아련한 마음이 드는 곡이에요. 따뜻한 차를 호호 불어마시며, 괜히 과거를 회상하고 싶은 겨울날에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주의 배송 예정작🍋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직접 느끼고 싶은 것들

희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21-33

일본의 작은 술집으로 순간이동한 듯한 기분을 주는 연희동의 이자카야. 무, 달걀, 곤약 등 겨울과 잘 어울리는 가볍고 따뜻한 안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가게가 좁아서 웨이팅은 감수해야 하는 곳.

그린냅-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22 1층

건강한 쥬스와 식사, 귀여운 고양이까지 만날 수 있는 서촌의 비건식당 겸 카페. 푸릇푸릇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데다가, 케맛란밥, 쌈밥 등 딱 봐도 건강해 보이는 시그니처 메뉴들이 매력적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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