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작성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료를 모두 읽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에 특정 기간동안 글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제 쓰기만 하면 돼"라며 마치 쓰는 일이 부수적인 것 마냥 이야기 하지만, 사실 쓰기 단계야말로 논문을 작성 시 가장 힘든 과정이다. 숙고하고 읽은 것을 모두 소화하여 모은 데이터를 해석하면서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야만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쓰기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당연히 쓸 준비가 되어있다. 물론 논문을 완성할 준비가 된 건 아니겠지만, 뭐라도 읽었거나 그 어떤 실험이라도 하긴 했거나, 아무래도 좋으니 결과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면 그걸 쓰면 된다.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큰 함정에 빠지는 일이 없다. 그건 환상일 뿐이고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자칭) 완벽주의자는 자신이 공백에서부터 시작해서 한번에 논문을 끝내는 상상을 하겠지만, 그런 일 역시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완성본을 기대하며 글을 쓴다면 동기부여만 힘들어질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어 몇 개에 집착하고 죽이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골몰하지만 그러다 진짜 죽는(..) 아니 글쓰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초안을 빨리 작성하고, 다시 쓰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라. 전반적인 흐름을 분명히 하고 나중에 디테일을 채워라. 퓰리처 상을 받은 제임스 미셰너의 말을 기억하라. "저는 좋은 작가는 아니고, 단지 훌륭한 수정가(rewriter)일 뿐입니다." 논문은 작성하는 게 아니라 수정하는 것이다.

논문을 쓰는 사람이라면 논문이 완벽해지거나 작성을 끝낼 때까지 논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곤 한다. 다루는 주제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고 싶은 것이다. 고민했던 내용과 읽은 것들을 모두 다루고, 가능한 비판에 모두 반박하고자 한다. 물론 언젠가는 제본(혹은 게재)되겠지만 논문은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다른 참고문헌을 추가할 수도 있고, 다른 접근법이 있을 수 있으며,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원래 오타는 꼭 최종본이 나온 후에 발견되는 법이다. 그러니 완성본을 쓸 생각을 하지 말라. 가장 좋은 논문은 제출된 논문이다.

모두가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도 글을 쓰고 있지 않다. 당신이 쓰지 않으면 (당연히) 논문은 써지지 않는다. 당장 앉아서 쉴틈없이 손가락을 놀려라. 읽는 것도, 참고문헌을 정리하는 것도, 이메일 확인과 답장도, 집안일도 모두 글쓰는 게 아니다. (이 글도 끝났으니 이제) 글을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