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돌보며 배운 마음들 돌보는 방법

메이트, 집수리를 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주택으로 이사를 한 후 집을 이리저리 고치고 돌보면서 살고 있어요. 오래되어 삐그덕거리는 데크를 교체하고, 녹이 슨 곳들에 페인트를 칠하고, 장마로 물이 샌 지하실을 어떻게 수리해야 하나 궁리하다 보니 집을 돌보는 것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아무리 잘 지은 집이라도 시간이 지나며 보수해 줘야 할 곳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아무것도 안 해도 영원히 멀쩡한 집이 없듯이, 우리 마음도 주기적으로 괜찮은지 알아차리고 돌봐주지 않으면 점점 황폐해지기 쉬워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멋스러워지는 집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폐가가 되는 집이 있듯이 우리 마음도 우리가 어떻게 돌보고 관리해 주는지에 따라서 점점 달라져 가죠. 그래서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제가 요즘 집을 돌보며 배운 마음을 돌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해요. 그럼, 오늘 밑미레터를 시작해 볼까요?

얼룩이 아니라 물길을 따라가 보기

벽에 곰팡이가 슬고 얼룩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곰팡이를 깨끗하게 닦아 내고 페인트나 벽지로 덮어 버리는 거예요. 이렇게 덮어 버리면 당장은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고 깨끗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얼룩과 곰팡이는 반드시 다시 나타나요. 물론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지 그 근본 원인을 찾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에요. 누수인지 결로인지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고, 물이 어디에서 새기 시작하는지 알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든요. 문제의 원인이 하나가 아닌 경우도 많아요. 오래된 실리콘 사이의 벌어진 틈, 물이 모이게 기울어진 각도,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같이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칠 때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가 마음의 문제를 바라볼 때도 비슷한 것 같아요. 괜히 짜증이 나고, 사소한 말에 눈물이 나는 것처럼 마음에서 신호를 보낼 때 우리는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해요. 그래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일에 몰두하면서 무시하고 덮어 버리려 하고, 당장은 괜찮아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감정이 다시 올라오고 문제는 더 심각해지기도 해요. 겉으로 보이는 얼룩만 닦아 내면 문제가 다시 생기는 것처럼요. 그러니 마음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질 때는 당장의 현상을 해결해서 덮어 버리기 전에 이 마음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짜증 아래에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고, 슬픔 뒤에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오래된 믿음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요. 물론, 원인을 찾았다고 바로 고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디를 돌봐야 하는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해요

집을 구경 다닐 때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봤어요. 겉으로 멀쩡하고 그럴듯해 보이면 좋은 집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택에 몇 년간 살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건물의 기초를 쌓는 작업, 배관, 단열 같은 것들은 겉으로 보이는 마감재 속에 숨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비싼 벽지와 마루로 잘 꾸민 집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하자가 숨어 있다면 결국 문제는 드러나기 마련이에요.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집은 아무리 난방을 해도 추위를 피할 수가 없고, 배관이 낡아서 녹슨 집은 녹물이 나오고 누수가 될 확률도 높은 것처럼요. 이렇게 보이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쁘게 꾸며 놓은 벽지와 마루를 다 뜯어내는 큰 공사를 해야 하고요.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가꾸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써요. 보여지는 성과,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SNS에 올릴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하지만 마음을 실제로 지탱하는 건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에요. 이를테면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 충분한 잠, 제때 챙겨 먹는 밥, 나를 위해 보내는 고요한 시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밀한 관계 같은 것들이요. 이런 것들은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지도 않아요. 그래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바쁘면 가장 먼저 놓아 버리게 되는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집의 기초가 집의 모든 기능을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우리 마음을 지탱해 주고 있어요. 그러니 가끔은 눈에 보이는 부분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기초를 단단히 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봐 주세요. 


집도 마음도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요

주택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집이 날씨와 계절에 정말 민감하다는 거예요. 장마철이면 지하실 습도가 순식간에 치솟아서 제습기를 하루 종일 돌려야 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는 수도관이 얼지 않도록 보온재를 감아줘야 해요. 같은 집인데도 여름에는 습기와 누수를, 겨울에는 동파와 결로를 걱정하게 되죠. 집은 혼자 덩그러니 존재하는 게 아니라 늘 환경 속에 놓여 있으니까요.


그런데 마음에 대해서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자주 잊곤 하는 것 같아요. 마음이 힘들 때 우리는 "의지가 약해서", "내가 부족해서"라며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만 찾곤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 마음도 진공 상태에 있지 않아요. 회사의 조직 개편, 가족의 건강 문제, 관계의 변화, 매일 쏟아지는 무거운 뉴스까지 수많은 외부 환경이 마음에 영향을 주거든요. 날씨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장마 전에 배수로를 정리하고 겨울 전에 보온재를 감을 수는 있듯이, 마음에도 환경에 맞는 대비를 해 줄 수 있어요.


지금 내가 거센 비바람이 부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평소처럼 지내지 못하는 나를 다그치기보다 나를 조금 더 편안하게 해 주고 평소 같지 않은 내 마음을 가만히 보듬어 주세요. 잠시 약속을 줄이고, 해야 할 일의 기준을 조금 낮추고, 햇볕을 쬐러 산책을 나가는 것처럼요. 그리고 때로는 습한 지하실에 제습기를 틀어 놓는 것처럼, 상담이나 주변의 도움처럼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완벽한 집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마음도 없어요

처음 집에 이사를 왔을 때는 고쳐야 할 목록을 빼곡하게 적었어요. 이것만 다 끝내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는 완벽한 집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데크를 고치고 나니 대문이 고장 나고, 대문을 고치니 녹슨 담장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집은 계속해서 변하고 집을 둘러싼 환경도 계속해서 변하니까 내가 원하는 완벽한 상태에 고정되어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완벽한 집은 없고 계속해서 변해 가고 고쳐 가면서 사는 집만 있다는 걸 인정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그리고 집을 잘 관찰해서 빨리 알아차릴수록 더 작은 노력으로 쉽게 고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갈라지기 시작한 실리콘은 몇 분이면 새로 쏠 수 있지만 그걸 미뤄 누수가 되면 훨씬 더 큰 공사가 필요하니까요.


마음도 그래요. 우리는 종종 한 번 제대로 극복하면 다시는 힘들지 않을 거라고 기대해요. 상담을 몇 번 받고, 좋은 책을 읽고, 명상을 하면 불안이나 우울에서 영영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괜찮다가 다시 마음이 무너지면 "결국 나는 제자리구나" 하고 크게 좌절하기도 해요. 하지만 완벽한 집이 없듯 완벽한 마음도 없어요. 마음도 집처럼 계속해서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거죠. 그러니 마음을 돌볼 때에는 '문제가 하나도 없는 상태'를 목표로 삼지 마세요. 대신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해 보세요. 잠이 자꾸 얕아진다거나, 좋아하던 일이 귀찮게 느껴진다거나, 사소한 일에 날이 서는 것처럼 마음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 거예요. 갈라진 실리콘을 그때그때 다시 쏘듯이 마음의 작은 틈을 일찍 메워 주면, 큰 누수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는 것처럼요. 


집을 사랑한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걸 요즘 배우고 있어요.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하루, 내 마음이라는 집을 천천히 한 바퀴 둘러봐 주세요. 얼룩이 생긴 곳은 없는지, 보이지 않는 기초는 튼튼한지,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요. 매일 돌보고 바라봐 주는 그 시간과 정성이 내 마음을 나답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나누고 싶은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눠요!

매주 밑미레터 메이트분들이 보내주시는 추천템을 소개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나 장소, 영화, 혹은 이런저런 추천템을 보내주시면 이 코너를 통해서 좋은 건 같이 나눠요!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일드 '호랑이에게 날개'라는 작품을 추천합니다. 한국인 배우 하연수씨도 나오고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경력과 차별, 관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빽빽이 담겨있어요.  
김광석 -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김광석님의 노래를 원래도 좋아하는데, 요즘 꽂힌 노래입니다. 가사도 그렇지만 멜로디 때문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달까요 ㅎㅎ 추천드려요! 

메이트들과 나누고 싶은 것 & 밑미레터 피드백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흰동가리의 고민

“아버지처럼 될까 봐 두려워요...”

유학을 가고 싶은 마음이 해외 취업으로 바뀌면서 해외에 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희망하는 국가에서 취업할 수 있는 경력이 없기도 하고, 당장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일단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나? 한 지역에 오래 머물 수 있나? 멘탈이 약해서 금방 그만두면 어쩌지? 해외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원하나? 등등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이런 생각이 가득한 머릿속을 헤집다 보면 '내가 아버지처럼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묻혀 있습니다. 이걸 마주할 때마다 아직 가족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절망적이고 힘듭니다. 아버지는 최소 십수 년 전부터 은둔하다시피 경제 활동 없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형태로 집에서만 지내셨습니다. 10대 때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난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공부를 하고 나름대로 좋은 대학을 갔지만 그 대학이 저한테 너무 과분하고 버거운 존재 같아요. 취업을 못 한다는 인문계 학과지만 동기들은 취업 준비도 잘하고, 나름대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 같은데 저는 대학원을 자퇴한 이후로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박적으로 경제적 독립을 꼭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취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는데 일머리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도 늘 일 못해서 잘리고, 버티기 힘들어서 금방 그만두는 걸 반복하다 보니 나도 아버지처럼 일을 못 한 채로 그냥 지내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섭습니다. 해외에서 취직하고 싶은 마음도 너무 비현실적인 거 같고, 너무 늦은 거 같고, 그렇다고 취직하기에는 서류부터 떨어지고 아르바이트도 잘 안 구해지거나 일을 잘 못하는 모습에 스스로가 너무 싫어져요. 그래도 조금씩 그림을 그렸었는데 이제는 그림도 잘 안 그려져요. 나름대로 오기를 부려서 자취해서 아르바이트든 프로그램이든 신청하고 지원하고 그러기는 했는데 그럼에도 제 모습에서 아버지가 계속 보이는 거 같아서 무섭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의 답변

“흰동가리는 아버지를 포함한 어떤 누구와도 다른 사람이에요.

그러니 나의 편이 되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을 해봐요.”

마음이 보내는 신호 관찰하기

이번 주에는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관찰하는 연습을 해 봐요. 잠이 잘 안 오거나, 답장을 자꾸 미루거나, 좋아하던 일이 귀찮게 느껴지는 것처럼 나에게 나타나는 작은 변화들을 알아차려 보는 거예요. 갈라지기 시작한 실리콘은 몇 분이면 새로 쏠 수 있지만, 미루다 누수가 생기면 벽을 뜯어내야 하듯이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면 마음이 힘들어지기 전에 잘 돌봐 줄 수 있어요.

🌳 글이 너무 좋아요..! 우리는 결국 창백한 푸른 점에 사는 아주 작은 존재지만, 그 사실에 허무함을 느끼기보다 스스로에게는 자유를, 서로에게는 더 다정함을 나누자는 메시지가 인상깊어요. 
🧡 원래 밑미레터 오면 가볍게 읽고 넘기는데 오늘 레터는 너무 좋아서 중간에 캡쳐도 하고 곱씹기도 했네요. 나는 우주에선 한 톨도 안되는 먼지같은 존재라는 걸 자각할 때마다 내 고민도 의미가 없어지게 되지만 깊이 생각하다보면 내 삶도 너무 덧없고 내 존재가 무가치한가.. 까지 가게 돼서 잘 생각 안하려고 했는데 밑미레터 같은 관점으로 보니 무가치함이 아닌 자유로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남들의 시선에 예민한 이유는 내가 나를 너무 세상의 중심으로 뒀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습니다.. 횡설수설했지만 요즘같이 환절기인 시기에 마음도 일교차가 심해져서 뭔가 더 우울해지기도 했거든요.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 허리 벨트를 탁 푼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우리의 고민은 우주의 작은 먼지만도 못하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었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거든요. 나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있지 않냐라고 물으니 생각의 전환이 되는 포인트였어요..! 저는 여전히 잘 하려고 하고,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하겠지만 밑미가 보내준 글 꼭 기억하면서 완벽은 조금씩 내려놓기 열심히 실천해볼게요! 
💕연휴동안에 남과의 비교같은 잡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오늘 내용이 위로가 됩니다. 감사해요 밑미! 
⭐️ 긴 시험이 끝나고 다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취업요건을 보고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알게모르게 마음이 다쳐있었는데 덕분에 위로가 되네요 😊 부족해도 그 자체로 소중한 나를 생각하며 이번주 지내보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레터는 어땠나요?

딱 10초만 시간을 내서 피드백과 후기를 보내주세요! 

큰 힘이 됩니다! 👇🏽👇🏽👇🏽

밑미레터를 좋아할 것 같은 친구가 있나요? 
아래 링크를 복사해서 공유해주세요!  

좋은 삶은 하나의 과정이지, 어떤 상태가 아니다.

-칼 로저스-

(주)밑미
hello@nicetomeetme.kr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길 44, 4층 010-2885-2088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