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영화나 만화에서 본 귀신, 유령, 요괴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일본에서는 ‘유령(幽霊)’과 ‘요괴(妖怪)’를 꽤 엄격히 구분해요. 우리가 쉽게 혼동할 수 있지만, 각자 고유의 이야기가 있어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19세기 일본에서는 유령 그림, 즉 유레이즈(Yūrei-zu)가 유난히 인기를 끌었어요. 이 시기의 일본은 에도 막부 말기로 권력이 흔들리고, 서양 문화가 유입되면서 사회적으로 격변하며 백성들의 불안과 불만이 고조되던 시기였죠. 이 과정에서 유령 그림이 대중 예술의 한 갈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당시 예술가들은 사회적 문제와 정치에 대한 불만을 유령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검열이 강하던 시절에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예를 들어 1842년, 막부는 덴포개혁을 통해 호화로운 생활 양식을 비판하며 게이샤나 가부키 배우와 같은 존재들이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고 여겨 관련된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유령과 요괴 같은 초자연적 존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지배층에 대한 비판을 지속했어요.

이렇게 일시적으로 유령 그림이 탄압을 받았지만, 이 검열 정책은 3년 만에 흐지부지되었습니다. 검열이 약해진 뒤에도 유령 그림의 인기는 여전했고, 오히려 막부의 통제가 약해지면서 대중의 인식에 더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어요. 당시 사람들에게 유령 그림은 그들의 공포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동시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던 것입니다. 😆

유레이즈(Yūrei-zu)의 시초는 18세기 말 마루야마 오쿄가 그린 <오유키의 유령>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오쿄는 잠결에 게이샤였던 죽은 애인을 본 후 그녀의 모습을 그렸다고 전해지는데, 유령이 점차 투명해지는 연출로 큰 반향을 일으켰죠. 이 작품에서 오쿄가 유령의 다리를 그리지 않으면서 이후 일본 유령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형상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답니다.

🖌️ 유레이즈 속 유령들은 몇 가지 독특한 특징으로 그려졌어요.

• 헝클어진 긴 흑발과 허연 소복 차림으로 묘사되어, 일본의 장례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 한 손을 반대편 소매 속에 감추거나, 손이 축 늘어진 상태로 허리 아래가 보이지 않는 형상으로 그려져 공포감을 주었죠.

• 유령 옆에 떠다니는 보라색이나 푸른색 불빛, ‘히토다마’가 등장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 이 유령들은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거울이나 물 표면에 비쳤을 때 실체가 드러나는 특징으로 관객들에게 독특한 매력을 선사했어요.

<오유키의 유령>은 일본 미술사에서 본격적인 유령 묘사의 시작을 알리며, 이후 수많은 유령 그림의 물꼬를 틀었습니다. 🚰

이렇게 19세기 일본에서는 유령 그림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당시 우키요에 거장들도 유령과 요괴를 주제로 작품을 즐겨 그리면서 대중의 두려움과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

한국에서 유령이나 귀신, 도깨비를 그린 시각 자료들은 대부분 전해지지 않아서 귀신 그림에 대한 고증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는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적이었던 조선 시대에 귀신이나 도깨비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이 부정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에요. 또한, 불교와 도교의 영향으로 귀신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구전이나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다행히 한 점 남아있는 그림이 있는데요, 바로 조선 말기 화가 소치 허련의 <귀화전도(鬼火前導)>예요. 👹

<귀화전도(鬼火前導)>란 이름 그대로 ‘귀신의 불빛을 따라가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조선의 효자 채홍염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채홍염은 병든 아버지를 정성껏 돌보다 돌아가신 후에도 매년 기일마다 무덤을 찾아 제사를 올렸어요. 어느 해, 비바람이 거세서 무덤에 갈 수 없자 산길에서 슬픔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는데, 도깨비가 나타나 ‘도깨비불’로 길을 비춰줘 무사히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죠. 🔥

흥미로운 점은, 이 그림 속 도깨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흔히 그려지던 뿔 달린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다는 점이에요. 또 도깨비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는 모습이 마치 착한 친구처럼 사람을 돕는 존재로 보이는데, 이게 바로 우리나라 도깨비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함이 느껴지죠.

오늘 소개한 유령 그림들을 보며, 유령이 단순히 무서운 존재가 아닌 다정한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나요? 그들은 마치 우리 곁에서 잊히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오늘 아트레터가 전하는 깊은 감정과 미묘한 온기를 여러분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

🏺 서울공예박물관: 공예직감
🗓️ 2024. 10. 29 - 11. 10
📍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4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현대적 감각의 공예와 디자인 작품들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