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영화제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발(이하 IDFA)’은 올해 시내 전역에서 24개의 상영관을 운영했다. 한국의 많은 극장들이 일찍이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바뀌었고 이제 쇼핑몰 몇몇 층에 위치해있는 반면, 암스테르담의 위 상영관 중 다수가 비교적 단출하거나 오래되어 낡은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긋한 나이는 건물들만이 아니라 많은 자원활동가나 영화제 스태프,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다. 그것은 단순히 초고령화된 사회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세월을 받아들이고 그 세월의 지혜를 수용하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꽤 떠들었다. 불이 꺼지면 조용히 자세를 잡고 상영관 수칙을 보는 한국과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또 극장 안에 음료수를 가지고 들어오는 이들의 손에는 일회용컵 대신 무려 커피 받침에 받친 커피잔이라든가 맥주잔 또는 와인잔이 쥐어져 있었다. 인일회용품 사용 규제로 인한 것인지 원래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일회용컵에 비하여 그 잔들은 극장의 고전미에 꽤나 어울리는 진지하면서도 여유로운 풍경을 장식했다.
극장 앞에 펄럭이는 깃발들이 IDFA 상영관임을 알아보게 했지만, 극장 안팎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꾸밈은 보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영화관에서 관객에게 질서정연한 자세를 요청하고 영화제에서 상영관 안내나 교통정리 등 많은 서비스를 염두에 두는 한국 문화가 타인을 배려하고 그 거리를 잘 유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갖게 해왔다면, IDFA의 극장에서는 그것을 좀 누그러뜨리는 자연스럽달까 널널하달까 싶은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혼자가 되기는커녕 (코로나19보다도) 서로의 웃음과 울음에 전염된다. 서로 섞이고 어울려버리는 공간을 환기하게 한 IDFA의 극장들 자체가 구체적인 작품들보다도 더 영화적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DMZ Docs 채희숙 프로그래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