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여행의 이유


여행은 일종의 연습 같다. 삶에서 마주할 수많은 세계와 낯선 존재를 미리 만나는 연습. 익숙하지 않은 냄새와 말소리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본다. 그렇게 낯선 세계 속에 섞이다 보면 나는 더 내가 되는 상황을 마주한다. 처음 보는 물건들 사이에서도 취향과 닮아 있는 것들을 고르고,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입맛에 맞는 것을 찾아간다.


낯선 세계를 만나기 위해 떠나지만, 그 속에서 가장 잘 알게 되는 것은 결국 나다. 익숙한 일상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내 모습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그 힘으로 더욱 나를 품는다. 그렇게 돌아오고 나면 무엇이든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이 조금은 생긴다.


­민정

🎧 Daniel Caesar - Baby Blue (feat. Norwill Simmonds)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어 여행마저 사치인 것처럼 느껴질 때, 이 영상을 보며 로드트립을 떠나보자.🚐


얼마 전 다니엘 시저가 R&B와 얼터너티브록을 결합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직접 트럭을 운전하면서 찍은 Lyric Video가 있는데, 끝없이 달리는 도로와 점점 변하는 하늘의 색깔을 보면 나도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모든 곡이 다 좋지만 특히 꽂힌 곡은 ‘Baby Blue’. 많은 색깔이 있지만 너는 파란색을 택했고, 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는 널 선택한다는 담담한 고백이 좋다.

곧 여행을 떠나는 팀원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아이템!
민정의 나오시마

SOOPUI Striped organic pyjamas shirt & pants


여행을 더욱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꼭 필요하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한 뒤,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 수푸이 파자마 셋업은 오가닉 옥스포드 원단으로 제작되어 탄탄하고 오래 입어도 답답하지 않다. 세 가지 사이즈로 되어있어 남녀 모두 착용하기 좋아, 편안한 잠옷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SOOPUI  

grds blucher 14 leather black


여행지에서 구두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blucher 14라면 가능하다.😮 가죽이 부드럽고 발볼이 넉넉해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아, 이미 여러 번의 여행과 함께한 신발이다. 이번 여행에도 꼭 챙겨가서 나오시마 섬을 함께 걸을 예정이다.

희준의 도쿄

STUSSY Matthew Printed Plaid Shirt Blue


도쿄는 아직 날씨가 한국보다 따뜻해서, 가볍게 걸칠 셔츠나 얇은 자켓을 챙겨가려고 한다. 가장 아끼는 셔츠 중 하나인 스투시 플란넬 셔츠. 소재가 얇고, 흐르는 듯한 핏이 좋다. 플란넬 패턴과 색감도 너무 마음에 들어 자주 손이 간다.

*이미지 출처: STUSSY

grds chelsea 02 leather brown


최근에 구매해 일주일 중 5일을 신고 있는 grds의 chelsea 02. 일본 여행에 가면 기본 2만 보 정도는 걷게 되는데, 착화감도 편하고 어느 착장에나 다 잘 어울리는 신발을 생각하다가 첼시를 챙겨가기로 결심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10만 보를 채울 예정. 에이징 많이 시켜서 돌아와야지!

길용의 충칭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책을 다시 열심히 읽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 최근 교보문고에 들렸다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눈에 들어와 별생각 없이 구매했다. 충칭까지 비행기로 거의 4시간이 걸린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싶어 이번 여행 때 챙겨갈 생각이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grds blucher 13 leather black


몇 개월 전 친구의 중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온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세 명 다 같은 호주의 어학원 출신이었고, 한국에서 짧은 시간이더라도 재밌게 보내면서 친분을 쌓게 되어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향하는 곳은 ‘충칭’으로, 우리에겐 ‘중경’이 더 익숙한 도시이다. 이번 여행에는 결혼식이 메인이니 blucher 13을 챙겨갈 예정이다.🤵🏻‍♂️ 결혼식뿐만 아니라 다른 날에도 신고 다니려고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제화를 멋있게 신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야겠다. (첼시는 그만..)

우리는 때가 되면 떠나기를 갈망한다.
왜 이토록 여행을 찾는 것일까?

제품 디자이너 현우


어릴 적 나는 여행보다 친구들과 놀거나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더 재밌었다. 아마도 그때는 대부분 패키지 여행을 가서, 정해진 일정에 맞춰 이동하느라 피로감만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여행은 ‘힘든 것’이었다.


그 인식이 바뀐 건 2019년 미국 여행 때였다.🇺🇸 미국에 살던 친구네 집을 시작으로 서부와 동부를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접했다. 그 과정에서 시야가 확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인간은 결국 비슷하지만,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생각과 경험이 달라지고, 그 차이에서 각자 자신만의 창작물이 나온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라마다 하늘의 구름 모양조차 다르니, 당연히 세상에 같은 생각도 없겠구나. 미국의 투박하고 큼직한 느낌은 옷, 건축물, 예술 작품, 하물며 음식에서까지 드러났고, 일본에는 작고 섬세한 환경이 빚어낸 창작물이 있었다.


새로운 영감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떠나기 전에는, 그곳에서 어떤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될까 하는 설렘을 품게 된다. 아마 그 설렘이, 내가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마케팅 디렉터 지혜


여행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의 일상을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는지, 삶에 대한 태도를 지켜보게 된다. 나 역시 한국에서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왜 그들처럼 감사하지 못하고, 여유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다.


별거 없는 나와 같은 일상임에도 왜 나는 불평불만이 생기는 건지… 화가 많아지고 웃음기가 사라짐을 느낄 때마다 도망치듯 여행을 계획한다. 마음의 약처럼 말이다.💊


지난 여름에 떠난 겨울의 호주에서 복잡하고 지난했던 마음을 치유하고 왔다. 이게 내가 여행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오늘의 걸음 코스는 이태원동 부근입니다.

다채로운 맛과 멋이 깃든 이태원의 자유로운 매력을 느껴보세요.

*걸음 코스는 링크를 통해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4길 4 프로세스 이태원 101호

자유로운 이태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코복스커피 스튜디오 이태원점. 커피와 와인인 물론, 다양한 디저트와 식사 메뉴까지 갖추고 있어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다.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온 로렌조 셰프가 직접 피자, 샌드위치,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주문과 동시에 구워주는 마르게리따 피자는 치즈, 토마토, 바질이 조화롭고, 특히 고소하고 쫄깃한 도우가 매력적이다.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 파누쪼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로, 부드러운 달걀과 짭짤한 베이컨, 쫄깃한 빵이 어우러져 든든한 아침 식사로 제격이다. 여기에 따뜻한 포테이토 수프와 커피까지 곁들이니 여유롭고 풍족한 한 끼가 완성되었다. 🍽️ 로렌조의 이탈리아 홈메이드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99 4층

오랫동안 뉴요커로 살면서 작가, 번역가로 활동해 온 박상미 대표의 갤러리 토마스 파크. 5층으로 올라가 벨을 누르면 직원이 나와 안내해 주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국내, 해외 작가들을 소개하는데, 지금은 송지현 작가의 개인전 <破, 波 𝑭𝒓𝒂𝒈𝒎𝒆𝒏𝒕𝒔, 𝑨 𝑾𝒂𝒗𝒆>이 진행되고 있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원하면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토마스 파크의 또 다른 문을 열면 ‘클럼지 플레이스’가 등장한다.🪟 집처럼 아늑하고 햇살이 드는 공간에 이전 전시 작품들과 예술 서적이 놓여있는데, 예술과 아름다움이 얼마나 우리 일상 곳곳에 깃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 다음 전시는 또 어떤 게 열릴지 기대가 된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34

녹사평 언덕에 자리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TWL. 일상에서 오래 곁에 두기 좋은 양품과 공예품을 선보인다. 1층부터 4층까지 카테고리별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어 층마다 다른 분위기와 물건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1층에는 시즌과 잘 어울리는 브랜드와 제품, 2층에는 공예품, 3층에는 일상용품, 4층에는 전시 형태로 꾸며진 공예품이 자리한다.


고심하여 물건을 들인 것이 느껴져 더욱 샅샅이 둘러보게 되던 곳. 취향에 맞는 물건, 오래 사용할 물건을 찾는 이들에게는 방앗간 같은 공간이 될 것이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47 1층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로컬 빵집, 레이지 도우맨 베이크. 사워도우와 포카치아 등 발효 빵을 주력으로 하는데,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요즘 인기 메뉴는 시나몬롤과 브리오슈 브레산인데,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냄새로 사람을 홀린다. 상상하는 딱 그 맛으로 달콤한 게 땡기는 오후에 간식으로 먹기 좋다. 사장님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센스가 담긴 공간에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으니 한 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Jacket : nanamica

Top : H&M

Bottom : YAECA

Bag : Osprey

Shoes : grds boots 02 suede black


장기간 여행을 떠날 때 여러 벌의 옷을 가져가기 힘들지 않은가요? 특히 가을, 겨울 옷은 부피가 커서 옷을 적게 들고 가야 하지만 여행할 때 멋을 놓치기 싫죠. 최소한의 옷들로 어떤 착장을 연출해도 고급스러운 멋을 챙길 수 있는 boots 02 suede black입니다.


아, 그리고 여행 가면 쇼핑은 필수 코스죠. 이 부츠는 소재와 색깔 상관없이 모든 바지에 잘 어우러져 쇼핑할 때 정확한 기준점이 되어준다는 점…. 이거 진짜 꿀팁입니다. 참고하세요.

✍︎

안녕하세요, grds paper를 읽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들! 저는 브랜드 매니저 채린입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걸음과 영감이라는 키워드에 깊이 공감해 이 뉴스레터를 만들었고, 마케팅 팀원들과 함께 정성껏 발행해 왔어요. ‘누군가 읽긴 하겠지..?’,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매번 고민하는데, 잘 읽고 있다는 피드백이 오면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꿈을 찾아 정든 둥지를 떠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grds paper는 항상 알차고 진솔한 내용들로 채워질 테니 계속 사랑해 주시기를 바라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비행기 티켓을 샀다.

그리고 비행기가 떠오르는 순간, 후회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창문 너머 점점 작아지는 저 땅에 모든 것을 두고 떠나올 수 있었다.

나 자신만 빼고.


⎯  정은, 『기내식 먹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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