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문제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신 적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방송사는 비정규직 백화점입니다. 방송사 내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작가와 PD, AD, FD들부터 그래픽, 편집, 오디오 담당까지 직무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파견직으로 일하는 경비와 청소, 운전 담당이 있고, 방송 출연 일일 아르바이트도 있습니다.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20년 경력의 프리랜서 PD입니다. 그는 "방송 제작 현장에서 비정규직은 절대다수이고 그들이 없이는 제대로 방송을 내보낼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탄식합니다.
방송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우는 차이가 큽니다. 정규직들은 초봉 3천만~4천만 원에서 시작해서 10년차 정도 되면 8천만~9천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들은 대부분 초봉이 최저급여 수준에서 시작하고 10년, 20년이 돼도 4천만 원을 넘어가기가 힘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의 안정성입니다. 10년을 일해온 방송작가가 부장의 말 한마디로 잘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김 지부장은 "외주제작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PD와 작가들은 여전히 아무런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방송사 내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도 언제든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고 전합니다.
이러니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한국 방송계가 망하고 다른 나라의 하청 기지화되면 좋겠다는 한탄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오히려 더 나은 노동조건이 될 거라는 기대에서 말이죠.
정부 기관도 말을 못 하고 국회도 어쩌지 못합니다. 방송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는 이미 자정능력을 잃어버렸다"며 "언론에 흔들리지 않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