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번째 책편지(2024. 12. 5.(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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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걷는 12월
  📆폭설과 함께 12월이 왔다. 부리나케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다. 이제 2024년 달력에는 더 이상 넘길 페이지가 없다.

  ⏲나는 이맘때가 되면 늘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한 해의 기억을 더듬는 일. 일기장을 넘기며 기억의 궤적을 다시 걷는다. 누구를 만나, 무엇을 느끼고, 어떤 일을 했으며,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였는지. 또 이루지 못한 목표와 후회되는 실수, 행여나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나 되살핀다. 분명 1분 1초 나를 스쳐 가지 않은 시간은 없는데 건져 올리는 기억은 한 줌.

  👨‍👩‍👧‍👦성인이 되어 독립한 뒤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그중에서도 찰나다. 올해 부모님과 함께 보낸 날은 열흘이 채 되지 않는다. 12월이 되어서야 세어 보니 그렇다. 내 삶의 기억에서 부모님의 비중은 갈수록 가벼워진다.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고, 안부를 나누고, TV를 보며 깔깔 웃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것 같던 일상이 이제는 희미하다. 그 사실이 애틋해서 올해가 저물기 전에 꼭 고향에 다녀오기로 다짐한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 집에는 내가 잃어버린 기억이 먼지처럼 뽀얗게 쌓여있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두 분 덕분에 내 방은 내가 떠날 때 그대로다. 어린 시절에 쓰던 책상, 시계, 카세트 플레이어….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여 놓은 야광별 스티커를 세며 추억을 소환한다. 내가 여전한 나일 수 있도록 소중히 눌러 담는다.

  🧡12월은 기억을 걷는 달. 지나간 것들과 정성스레 작별하고,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을 마음에 심는다. 그리고 다가올 2025년에도 간직해 주기를 바라며 기억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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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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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 사는 건축가 ‘뤼미에르’에게는 싸고 허름한 집을 사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로망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동산에서 파리 시내에 말도 안 되는 헐값에 집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가 마주한 곳은 백 년이 넘은 저택. 계약을 하려면 집주인인 ‘피터’를 만나러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왈쳐요양병원에 직접 가야 한다. 게다가 그가 내는 수수께끼까지 풀어야 하는데….

  중세 수도원을 개축한 왈쳐요양병원과 파리 중심가 시테섬에 있는 저택. 두 건축물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가족의 이야기가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한다. 실제 건축가인 저자이기에 건물에 비친 빛줄기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 묘사가 섬세하다.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 이 책의 문장을 빌려, 모두의 기억이 곳곳에 묻어 있는 ‘우리 집’도 가족과 함께 추억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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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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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정리를 위해 교외에 있는 시어머니 집을 찾는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에 가득 들어찬 가재들. 업체에 맡기면 편하련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라 손수 정리해야 한다. 버려도 버려도 줄지 않는 유품을 보며 모토코는 억척스러웠던 시어머니를 원망한다. 그러나 곤경에 빠진 그를 대가 없이 도와주는 이웃들. 모토코는 그들을 통해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생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다. 한편 유품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났던 친정어머니. 모토코는 희미하게 남은 친어머니와의 기억도 더듬어 간다. 서로 다른 두 어머니를 추억하는 과정이 뭉클하다.

  집을 채우는 물건은 작은 것 하나라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손을 탄다. 그래서 저마다 사연이 있다. 연말을 기회 삼아 가족이 한데 모여 물건에 담긴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의 새로운 면도 알아가면 어떨까.
2025년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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