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노리는 것 역시 긴축통화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 제어입니다. 볼커 전 의장이 성공을 거둔 방법을 참고해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건데요.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성공만 한다면 볼커 전 의장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는 되살아나고 시장을 오히려 강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 될 수 있습니다. 가파른 물가상승을 직면했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1980년대와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촉발된 이유가 다르고, 글로벌 경제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15년 가까이 이어진 불황으로 1980년대 자산 밸류에이션은 대공황 저점 수준이었습니다. 기업과 가계, 정부가 레버리지를 활용하지도 않았죠. 시장 역시 주가가 이미 급락한 상태였어요. 반면 지금은 어떤가요? 10년 이상 이어진 호황기에 자산 거품은 부풀었고,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금융 레버리지는 폭증한 상태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기업들의 주가도 단기간에 폭등했죠. 즉, 1980년대보다 훨씬 취약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은 1946년과 유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현상이 비슷합니다. 1946년에는 세계대전 종식 후 소비재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폭발했고, 가격 통제가 중단된 가운데 광범위한 공급망 쇼크까지 오면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세계대전 중 창출된 초과 저축과 차용인들의 신용 수요 증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켰죠. 인플레이션은 거의 20% 가까이 올랐다가 하락했습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1942년 62억 달러에서 1945년 245억 달러로 무려 3배 커진 상황이었죠.
당시 연준에게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무기가 없었어요. 때문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통화신용 팽창을 억제하는 동시에 정부채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동시에 전쟁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공급 부족이 해소되었고, 이른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점차 가라앉았습니다. 경제는 가벼운 침체를 겪었지만 비교적 견실하게 견뎌낼 수 있었죠.
지금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동시에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볼커 전 의장의 방법을 택한 거죠. 그러나 이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요. 1946년의 가벼운 경기침체보다 훨씬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자산 밸류에이션은 높아져 있고, 투기적 거품까지 껴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볼커 전 의장처럼 성공할 것이라고는 담보할 수 없어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죠. 우리는 과거의 사례를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올바른 나침반을 집어 든 것인지 가늠하기 위해서 말이죠.
오늘 글이 길었네요. 오전 짧은 뉴스레터로만 소식을 전하다가 이렇게 긴 호흡으로 구독자님을 마주하니 너무 좋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이 뉴스레터가 반가웠길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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