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직업' 가진 여자의 밥벌이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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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기자

서점서 사지 않고 읽기만 한다면
1982년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서 하원의원 선거 유세를 마치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저자는 “레이건은 분열된 나라의 목소리를 듣는 섬세한 귀를 가졌다”고 평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언론인 에드먼드 포셋이 쓴 ‘보수주의’는

선거철을 앞두고 한 번쯤 읽어볼만 한 책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좌우 갈등이 심하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좌파/우파로 분류하지만,

실상 좌파란 무엇인가, 우파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죠.
에드먼드 포셋
이코노미스트 워싱턴, 파리, 베를린, 브뤼셀 특파원을 30여년 이상 지낸 포셋은

스스로를 ‘자유주의 좌파’ 혹은 ‘좌파 자유주의자’로 규정합니다.

이 책은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사례를 중심으로 좌파의 퇴조를 우려하며

결국 보수주의자들의 협력 없이는 좌파도 건재할 수 없다라는 입장에서 썼습니다.

책에서 포셋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대립각으로 놓는데,

이런 입장이 ‘자유’를 보수의 가치로 보고, 국가의 규제를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보는 우리 시각에서는

다소 낯설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포셋은 말합니다.

"
사람들은 정치적 파이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정치를 자유(우파가 주도하는)와 비자유(공산주의자가 주도하는)의 대결로 보는 것은 깔끔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저에게 보수주의는 19세기 초부터 시작된 현대 정치의 관행입니다.
"

그는 보수주의를 프랑스 혁명에 반발해 튀어나온 일종의 정치적인 태도로 규정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대립하다가 어느 순간 타협하여 1945년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되었다 설명하죠.

그러나 현대에는 중도 우파가 멈칫하는 틈새를 강경우파(극우)들이 파고들어

미국의 트럼프 집권, 영국의 브렉시트, 독일과 프랑스에서 극우당의 부상 등이 이루어졌다고요.

이 책에서 꼭 읽어볼만한 부분은 뒤쪽 부록입니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관련 용어, 보수주의 역사의 주요 인물들을 정리했습니다.

두꺼운 벽돌책에 내용도 결코 쉽지 않지만,

마음 잡고 앉아 ‘도전’해볼 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얼마전 소셜미디어에서 한 동네서점 주인이 분개해 올린 게시글을 보았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고 서서 완독(完讀)한 후,

그 사실을 책 사진 등과 함께 자랑스럽게 자기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사람들에 대한 질책이었습니다.

서점은 도서관이 아니고,

책을 사지 않고 읽기만 하면 손때 묻은 그 책은 악성 재고로 남을 것인데,

그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자랑하듯 버젓이 올리는 건

서점 주인과 출판사,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동의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는데 그 중 특히 기억에 남은 건 이 말입니다.

"
서점에서 책 구입 전 허용되는 읽기의 범위는 목차와 서문 정도다.
"

오랫동안 서점은 서서 읽는 독자들에게 너그러웠습니다.

일본어에는 책을 구입하지 않고 서점서 서서 읽는 행위를 이르는

‘타치요미(立ち読み)’라는 단어도 있을 정도이니,

주머니가 가벼워 책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이 서점에서 몰래 책 읽는 일은

보편적이면서 웬만하면 용인되는 행위였던 셈이지요.

제게도 서서 책을 읽고 있었더니 서점 주인 아저씨가 의자를 권하며

편하게 앉아서 보라고 하던 초등학생 때 기억이 따스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곳간이 넉넉해야 인심이 나는 법입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문체부가 조사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에 따르면

성인 연간 독서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47.5%로 2013년 71.4%에 비해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점 주인이 서서 읽는 독자들을 마냥 반길 수는 없겠지요.

결국 우리 시대의 ‘서서 읽기’란 일부 대형 서점에서만 허용되는 제한적 행위일 겁니다.

그리고 조만간, 사람들이 서서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무(無)독서’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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